“엉뚱한 곳에 조합비 버릴 겁니까”

[투고] 금속노조 교육연수원 건립, 희망사항일 뿐인가

2010년 09월 29일 (수) 윤용신(GM대우차지부) edit@ilabor.org

금속노조 조합원은 참 ‘똑똑한 바보’다. 왜냐고 물으면 15만 명 조합원으로 이루어진 국내 최대의 단일 노조이면서도 교육원연수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조 대의원대회나 각 지부지회간부교육 및 수련회를 개최를 위해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장소 찾는데 골머리를 앓는다. 그리고 거기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금속노조의 각 분야별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전국에서 관련 위원들이 모여 제대로 토론하고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없다. 사람은 태어나 교육은 기본이다. 부모로부터 또는 초중고대학교육을 받든지 말이다.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을 하면서 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높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물론 장소가 없다고 주저앉아 있지는 않지만 국내 최대의 단일노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변변한 연수원하나 없다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느덧 금속노조가 출범한지 십년가까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완성사가 산별전환 진통을 거듭하다 지역과 한 덩어리로 묶기를 결정한지도 4년차로 들어서고 있다. 2006년 늦가을 산별완성대의원대회 때, 우리는 의미심장한 사업을 펼치기로 약속했다. 금속노조 교육원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연수원을 세우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2008년부터 교육원이 가동되고 있으며 다양한 교육사업과 연구를 하고 있다.

▲윤용신 GM대우차지부 교육위원장

금속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대의원대회 때 조직발전전망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했다. 여기에 발맞추어 노조는 올 6월 말까지 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조직과 산별교섭, 재정구조와 교육체계 등을 담은 노조의 향후 발전전망 보고서를 마련하기로 했다. 특별위원회 교육소위원회는 금속노조 교육연수원 건립을 위한 당위성을 15만 조합원에게 아니 나 자신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교육연수원 세우는 것 관련해서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이렇게 말한다. “교육장소가 없어 계속 떠돌이 하면서 조합비를 엉뚱한 곳에 갖다 버릴 겁니까?”라고. 그리고 “한국노총이 밉다고 하면서 그곳 연수원을 사용하는 경우는 또 뭡니까?”라고도 말한다. 이처럼 15만 조직의 상징적 의미와 함께 교육과 토론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교육원 건립의 문제는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모두가 한결같이 교육과 토론의 중요성을 알면서 실제로 이에 부흥하는 시설이 없다는 것은 “이론만 있고 실천이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의 중요성만 부각할 것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연수원 건립은 15만 조직이기에 가능성이 있다. 앞 뒤 다 고려하고 신중을 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활동가의 입장에서, 일선의 한 간부로서 바라보는 시각은 ‘연수원 건립이 요원한 희망사항’이 아님을 보여주어야 한다. ‘희망사항’이 아니라 ‘실천의지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15만 금속노조의 단결된 힘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에서 의기투합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연수원 건립도 마찬가지다. 연수원 건립과 관련한 의견차이로 차일피일 미룬다면 아무것도 해결 할 수 없다. 이번 정기 대의원대회 때 금속노조 지도부는 이와 관련한 계획안 을 발표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희망을 일구어내길 기대한다.

윤용신 / 지엠대우자동차지부 교육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