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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실] ‘캐즘’ 이후 중견 3사 미래 불확실···부품사 위기 더 커

사회연대실 | 2024-06-12 08:19:36

조회수 : 1,124

산업전환 대비 더 어려운데, 정부 정책도 배제
정부 ‘포용적 산업전환’ 관점 전환 필요
‘이중전환’(탈탄소화·디지털화)이라는 대전환기에 놓인 완성차 중견 3사(한국지엠·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의 미래가 어둡다. 산업전환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 현대차·기아와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중견 3사에 전속 납품하는 부품사들은 더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가 구조적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 정책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속노조가 지난 5월 23일 개최한 ‘중견 3사 자동차산업 공급망 위기 극복과 대응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다.


‘중견 3사 자동차산업 공급망 위기 극복과 대응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5월 23일 국회에서 열렸다. ⓒ 금속노조
캐즘 이후 준비되지 않은
중견 3사 미래 우려

전동화 속도를 높이던 세계 자동차 시장은 ‘캐즘(Chasm·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전동화라는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전기동력차 수요 둔화에 따라 하이브리드차의 수요가 한시적으로 증가했지만, 2035년(EU의 하이브리드차 포함 내연기관 신차 판매 규제 시기) 이후 하이브리드차의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며 “아울러 2026년 후엔 세계 전기차 수요가 내연기관차 수요를 본격적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 국면에서 중견 3사는 특히 심각한 내수 부진을 겪고 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중견 3사의 내수 판매는 말라비틀어졌다”고 표현했다. 오민규 실장은 “그나마 KG모빌리티는 지난해 기준 내수와 수출이 절반가량이지만, 그 비중이 수출로 급속도로 기울고 있다”며 “한국지엠은 내수 비중이 한 자릿수(8.25%)를 기록했다. 르노코리아는 사상 처음 20% 대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와 양극화도 심해졌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량은 2022년보다 4.6% 증가한 144만 9,885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91.4%였다. 전년 대비 2.8%p 증가한 수치다. 반면 중견 3사 점유율은 KG모빌리티 4.4%, 한국GM 2.7%, 르노코리아 1.5%였다. 오민규 실장은 “한국 완성차 내수시장 독과점은 상당 수준으로 진척됐다”며 “이는 중견 3사의 전망 문제를 빼놓고 보더라도 과연 한국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중견 3사는 산업전환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오민규 실장은 “한국지엠 부평·창원공장 라인 각 1개씩 2개, KG모빌리티 조립1팀과 3팀 라인 2개, 르노코리아 라인 1개 중견 3사에선 도합 5개의 생산라인이 가동 중”이라며 “친환경차·전기차로의 전환을 하려 해도 생산라인 1~2개를 가진 업체들이 본사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지 않는 한 전망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민규 실장은 “외투기업인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는 그나마도 이윤이 나면 모기업에서 기술 사용료(로열티) 등을 수탈해 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중견 3사의 미래가 우려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항구 원장은 “KG모빌리티는 자체 계획에 따라 전동화 중이지만 중국산 부품 사용 제약 등 원가 압박에 직면했다”며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해 수출하지만 단순히 생산만 하는 구조다. 한국지엠은 본사의 친환경차 배정 의지는 있지만 잦은 계획 변경이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견 3사 ‘부품사’는 더 큰 위기
정부 미래차 전환 정책에서도 배제

중견 3사 ‘전속 부품사’는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홍석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원장은 ‘2022년 자동차산업편람 자료’를 분석해 우리나라 1차 협력업체의 전속 거래 현황을 살펴봤다. 분석은 1차 협력업체 704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704개사는 △현대차·기아 전속 170곳(24.1%) △중견 3사 전속 252곳(35.8%) △현대차·기아+중견 3사 200곳(28.4%) △기타 전속 부품사가 82곳(11.6%)으로 나뉘었다.


완성차 납품 속성별 부품기업 총고용 규모 비교 (자료 : 중견 3사 자동차 산업 공급망 위기 극복과 대응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 자료집)
고용 규모는 현대차·기아 전속 부품사가 3만 9,792명(23.2%), 중견 3사 전속 부품사가 3만 479명(17.8%)이었다. 중견 3사 전속 부품사 평균 고용 규모는 120.9명으로, 현대차·기아 전속 부품사 평균 고용 규모(234.1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중견 3사 전속 부품사일수록 현대차·기아 전속 부품사에 비해 고용 규모가 영세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홍석범 원장은 “중견 3사 전속 부품기업 중 4분의 3이 특정한 1개 완성차와 거래관계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완성차 생산량 대비 부품기업이 상당히 많은 편이고 상대적으로 고용 규모가 영세하며 생산 제품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했다. 이는 “중견 3사 전속 부품기업군의 내재적 요인보다는 이들이 전속적으로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완성차 부문의 물량 부침, 기술·투자 지체 등 거래관계 환경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홍석범 원장은 설명했다.

경영 성과도 중견 3사 전속 부품사들은 현대차·기아와 격차가 났다. 현대차·기아 전속 부품사와 중견 3사 전속 부품사 10곳(고용 규모 11~20위)의 지난해 기준 매출 총액 평균은 각각 5조 4,228억 2,000만 원, 1조 7,983억 9,900만 원으로 약 3.35배 차이가 난다. 홍석범 원장은 “2014년만 하더라도 현대차·기아 전속 부품기업군의 전체 매출 규모는 중견 3사 전속 부품기업군 전체 매출액의 1.83배였으나 2023년엔 3.35배로 크게 증가했다”며 이는 단순히 부품사의 역량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니까 생기는 프리미엄이 커진 데 따른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 중견 3사 전속 부품사들은 현대차·기아 전속 부품사들과 비교했을 때, 더 높은 정부의 정책 지원 벽을 경험하고 있다. 홍석범 원장은 “2020년 이후 기업활력법상 사업재편을 승인받은 현대차·기아 전속 부품기업의 비율이 14.1%를 기록한 데 반해 중견 3사 전속 부품기업은 6.3%에 불과했다”며 “이는 사업재편 제도의 정책 허들 자체가 중견 3사 전속 부품기업에 대해 차별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기업활력법상 사업재편 승인제도가 약자에 대한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가 아닌 승자승 원칙(head to head)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했다.

‘승자승’ 아닌 ‘포용적’ 정책 필요

중견 3사와 이들 부품사가 겪는 구조적인 위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가 모였다.

오민규 실장은 “미국·유럽·중국 등 자동차 산업 주요 생태계의 핵심 국가들 모두 공급망 관련 입법을 비롯해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각국 제조업 생태계와 일자리 유지를 위한 적극적 정책 실행은 세계적 흐름”이라며 “그러나 한국 정부에 과연 중견 3사 관련 정책이나 대책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러다 보니 중견 3사는 본사 차원에서 한국 자회사를 수출 생산하청기지로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으니 눈치도 보지 않는 실정”이고 지적했다. 이항구 원장도 “중견 3사가 공동으로 전동화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부의 일정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석범 원장은 “우선적으로 정부의 지원 관점이 승자승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이 아닌, 중견 3사 부품기업들까지 포괄하는 ‘적극적 조치에 입각한 포용적 산업전환’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견 3사 부품사 지원과 중견 3사 미래차 전환 지원 정책은 연계돼야 한다. 홍석범 원장은 “소재-단품-기능 부품-모듈-완성차로 이어지는 자동차 산업 구조의 특성상 부품산업은 수요기업인 완성차 부문과 긴밀한 연계가 불가피하다”며 “중견 3사 전속 부품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선 중견 3사의 성장과 전환, 그리고 중견 3사와 연계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중장기적으론 중견 3사 전속 부품사들의 자립성과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직접적인 부품사 지원·육성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홍석범 원장은 이야기했다.


지난 5월 29일 한국지엠 공급망 연석회의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한국지엠 공급망 노조들
함께 위기 대응

한국지엠의 공급망에 속한 노동자들은 먼저 뭉쳤다. ‘한국지엠 공급망 연석회의’가 지난 5월 29일 출범했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 인천지부, GMTCK지회, KM&I지회, 한국펠저지회, SH-CP지회, 부평공단지회,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지부, 정비부품지회가 함께한다.

안규백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은 “한국지엠과 연관된 모든 노동자가 ‘함께 살자’의 기치 아래 공동운명체임을 인식하고 흩어진 작은 힘들을 모아낼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연대의 큰 힘을 만들어 우리의 요구와 의지를 더욱 두텁고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석회의는 △자동차 산업 전환을 위한 사회적 토론 확대 △GM자본과 정부의 일방적 사업 추진 제어 △공급망별 완성차-부품사 노사협의체 등 가동 △한국지엠의 종합 자동차회사로 위상 강화 등의 목표를 실현할 계획이다. 

오민규 실장은 “현대차·기아 관련 공급망에 정부가 개입해 원·하청 상생 선언까지 이어진 바 있는데, 왜 중견 3사 공급망엔 동일한 정책이 실행되지 않는가”라며 “심지어 한국지엠은 노동조합들이 적극적으로 원·하청 연대 연석회의까지 꾸렸다. 이는 한국 정부의 전반적인 산업정책이 현대차·기아 재벌 살리기에 맞춰져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나서 중견 3사 공급망 전반에 대한 방안과 지원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미래차 시대 국내 생산 공동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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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솜 기자

출처 : 참여와혁신(http://www.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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