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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실] 한국지엠지부, 미국 5개 공장에서 ‘무엇을’ 봤나?

사회연대실 | 2025-04-22 13:51:37

조회수 : 1,725

한국지엠지부, 미국 5개 공장에서 ‘무엇을’ 봤나?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5.04.15 18:50
  •  수정 2025.04.18 12:29
  •  댓글 0

 
노사 존중 문화, 인체공학 설계, 작은 부품 생산 내재화 등 인상적
벤치마킹 요소 사측과 논의 예정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지부장 안규백)가 최근 미국 지엠(GM·Global Motors) 공장 5곳을 방문했다. 한국 공장과는 어떤 점이 달랐을까. 한국지엠지부는 우선 국내에서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생산 매뉴얼이 미국에선 자연스러운 노사 협의 대상이란 점을 눈여겨봤다. 현장에서부터 안전 개선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점, 인체공학적인 작업 공간, 작은 부품까지 직접 생산하는 공장도 눈에 띄었다.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14일 ‘2025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 및 UAW 방문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3월 15~22일(미국 체류 기간 4박 5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지엠 본사에서 임원 면담, UAW(전미자동차노조) 집행부 간담회, 미시간주 내 지엠 공장 5곳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이 가운데 한국지엠지부의 보고서에서 미국 공장 방문기를 살펴봤다. 

ⓒ GM 홈페이지
로물루스 엔진 공장 생산 모습 ⓒ GM 홈페이지

① 로물루스 엔진 공장 (Romulus Propulsion Systems)

가동 연도 : 1976년
생산 제품 : HEV6 엔진, 10단 변속기
노조 : UAW 로컬163
고용 : 1,005명(사무직 포함) 

로물루스 엔진 공장에선 노사 상호 존중 문화가 돋보였다. 이 토대 위에 만들어진 안전 시스템이 눈에 띄었다.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로물루스 엔진 공장에선 공장 안전 점검 위원회(PSRB·Plant Safety Review Board)가 운영된다. 운영 과정을 보면 회의 예정일 일주일 전엔 공장 안전 책임자와 UAW 책임자가 안건을 사전 검토한다. 부상·질병 보고, 리더들의 시정 계획, 직원 안전 우려 공유 등이 이어진다. 또 직원이 참여해 안전 관련 우려를 수집·보고하는 ‘긍정적 차단(Positive Interrupter) 제도’도 운영된다. 

안규백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은 “한국지엠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안전 문제 관련해서 미국 공장을 보니 현장에서부터 안전 문제를 위로 올리는 시스템이더라. 한국 공장은 사실상 위에서 밑으로 찍어 누르는 시스템”이라며 “이런 노사 문화의 차이를 보고 함께 출장 간 한국지엠 임원진에게 우리도 적극적으로 이런 문화를 벤치마킹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로물루스 엔진 공장에서 생산하는 엔진 ⓒ GM 홈페이지
로물루스 엔진 공장에서 생산하는 변속기 ⓒ GM 홈페이지

특히 로물루스 엔진 공장에서 경영진을 소개하는 게시판이 기억에 남는단 평가가 나왔다.

한국지엠지부 유튜브 채널에 있는 미국 출장 후기에서 윤영섭 한국지엠지부 정비부품지회 지회장은 “게시판에 리더들의 가족 관계, 취미 생활을 공개했더라. 리더들이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서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안규백 지부장도 “경영진 소개 게시판이 독특하고 부럽기도 했다”면서 “우리 조합원들은 한국지엠 경영진을 몇 명이나 알고 있을까 생각도 들고 회사 경영진뿐 아니라 UAW 주요 간부들도 소개됐다. 심지어 좋아하는 음식이 적혀 있고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소개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김종수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 지회장은 “노조 간부에 대한 경영 참여 보장이 인상적이었다”면서 “한국지엠도 이 지점을 한번 고민해 봐야 한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한국지엠지부는 “(로물루스 엔진공장은) 노사 간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노조가 안전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회사가 이를 인정하며 존중했다”면서 “특히 경영진 소개 게시판 등을 통해 회사가 적극적으로 조합원들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단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팩토리 제로 공장 ⓒ 미국 GM 유튜브 화면 갈무리
팩토리 제로 공장 ⓒ 미국 GM 유튜브 화면 갈무리

② 팩토리 제로 공장 (Factory ZERO)

가동 연도 : 1985년, 2020년 재정비
생산 제품 : GMC 허머EV(SUV), 쉐보레 실버라도 EV WT, GMC 시에라 드날리, 캐딜락IQ, 얼티엄 배터리 조립
노조 : UAW 로컬22
고용 : 4,000명(생산직 3,500명, 사무직 500명)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친환경 시설로 전기차 전용 공장
*2020년 11월 재정비 후 기존 햄트릭에서 팩토레 제로로 명칭 변경
*배터리 조립 라인이 차체·일반 조립 공정과 연속적으로 연결된 전기차 전용 플랜트

팩토리 제로 공장에서 한국지엠지부는 주요 공정과 기술을 유의 깊게 봤다. 차체 공장은 북미 최대 규모로 로봇 암, 레이저 용접, 정밀 스캐닝 기술 등을 활용해 5가지 바디 스타일을 효율적으로 조립하고 있었다. 도장 공장은 청정실 환경으로 설계돼 있었으며 고속으로 차체를 세척할 수 있는 스워드 브러시*(Sword Brush) 로봇이 도입됐다. *표면에 아주 미세한 샌딩 입자까지 제거해 입자로 인한 결함을 크게 줄이는 기술

조립 과정에선 전통적인 컨베이어 벨트가 거의 없었다. 컨베이어 벨트 대신 AGV(무인 운반차)와 정지 스테이션 방식이 활용됐다. 100% 무선 공구가 사용되고 5G 연결, 디지털 작업 게시판 등 최신 기술이 도입됐다. 배터리 조립 관련해선 9층 규모의 자동 적재·회수 시스템과 9,000개 배터리 저장 공간이 눈에 띄었다. 또 레이저 용접을 포함해 자동화 모듈 배터리 조립 라인이 운영됐다. 
 
팩토리 제로 공장에선 열 감지 카메라와 차폐 시설 설치, 안전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전기차 제조에 따른 새로운 위험 요소에도 대응하고 있었다.

한국지엠지부는 “현재 전기차 전환은 정체기를 겪고 있지만 (팩토리 제로 공장은) 미래차 전환에서 표본 같은 공장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전기차 전환이 인력 감소로 이어질 거란 기존의 통념과 달리 생산직 인원이 늘었단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 편성효율 MPH(Man Per Hour)가 낮단 점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국지엠지부는 GMS(Global Manufacturing System)라는 지엠의 제조 시스템을 미국에선 노조가 회사와 함께 개선해 나간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한국지엠지부는 “GMS의 비전이 노사 모두가 참여하는 개선, 표준화 절차를 강조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었다“면서 “다양한 형식으로 GMS의 개선 사항을 노사가 검토하고 소통이 활성화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규백 지부장은 “한국지엠 공장에선 GMS가 굉장히 과학적이라면서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적용하고 있지만 미국 공장에선 UAW 단체협약상 GMS 위원회가 있어서 차종, 설비 등이 바뀌면 노사가 같이 GMS를 검토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서 “한국지엠은 생산 차종도, 설비 수준, 작업자 체형도 미국과 다른데 GMS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랜싱 델타 타운십 공장 전경 ⓒ
랜싱 델타 타운십 공장 전경 ⓒ GM 홈페이지

③ 랜싱 델타 타운십 조립 / 랜싱 스탬핑 공장 (Lansing Delta Township / Lansing Regional Stamping)

가동 연도 : 2006년
생산 제품 : 뷰익 엔클레이브, 쉐보레 트래버스, GMC 아카디아
노조 : UAW 로컬602(조립) / 로컬652(스탬핑)
고용 : 약 4,000명(조립·프레스 포함)
*친환경 설계와 건축을 인정하는 미국 그린 빌딩 위원회 친환경 건축인증제도(LEED) 인증을 받은 공장(75에이커 규모의 자연 서식지 있음)
*내연기관 생산시설로는 비교적 최근에 설립된 공장으로 인체공학적 설계 등을 살펴볼 수 있음

랜싱 델타 타운십 공장엔 공동 인간공학 기술팀(JETT)이 있다. 한국지엠지부는 “JETT는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작업 환경 분석·개선을 한다”고 설명했다. 개선 사례로 센터 콘솔 트림 패널 설치 작업이 있다. 기존엔 좌식에 비틀어진 자세에서 노동자들이 고강도 작업을 했는데, 인체공학 분석 결과 부하 허용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부품 클립을 교체하고 콘솔의 슬롯 폭을 넓히는 등의 개선을 통해 노동자가 해당 작업을 하는 데 드는 힘의 평균이 24lbs에서 13.41lbs로 감소했다. 

안규백 지부장은 “3개 차종(쉐보레·뷰익·GMC)을 혼류 생산하는, 굉장히 유연한 생산 체계가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 공장은 내연기관 생산 공장인데도 MPH가 최대 50.1%로 굉장히 낮았다”고 했다. 한국지엠 부평1공장 MPH는 평균 85~87%다. 

랜싱 그랜드 리버 공장
랜싱 그랜드 리버 공장 ⓒ GM 홈페이지

④ 랜싱 그랜드 리버 조립 / 스탬핑 공장 (Lansing Grand River Assembly / Stamping)

가동 연도 : 2001(조립) / 2016(스탬핑)
생산 제품 : 캐딜락 CTV, CT4, CT5
노조 : UAW 로컬652
고용 : 714명(조립), 146명(스탬핑)
*지엠의 글로벌 생산 시스템(GMS)에 따라 설계돼 안전, 인간공학적 설계, 품질, 고객 대응, 비용, 환경에서 최대 성과를 내는 데 초점 맞춘 시설

랜싱 그랜드 리버 공장은 지역 사회 참여 활동이 눈에 띄었다. 한국지엠지부는 “회사의 지원과 직원 참여로 지역 사회와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운용했다”면서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 랜싱 푸드 뱅크, 지역 행사, 교육 기관 등과 연계 활동이 활발했다”고 했다.  

또 한국지엠지부는 작업자의 작업 위치에 맞춰서 작업대가 조정되는 시스템 등 다양한 인체공학적 설계도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윤영섭 지회장은 “(5개 공장) 전반적으로 작업자의 여유 공간이 넓었다. (여유 공간 확보만으로도) 안전 사고를 방지할 수 있고 근골격계 질환 예방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폰티악 메탈 센터
폰티악 메탈 센터 생산 모습 ⓒ GM 홈페이지

⑤ 폰티악 메탈 센터 (Pontiac Metal Center)

가동 연도 : 1926년 
생산 제품 : 쉐보레 볼트EV, 볼트EUV, 실버라도HD / GMC 시에라HD, 허머EV트럭, 허머EV(SUV) / 크루즈 자율주행 볼트, 크루즈 오리진(완전 자율주행 전기차)
노조 : UAW 로컬653
고용 : 368명(생산직 311명, 사무직 57명)
*GM 미래 전기차에서 핵심적 역할 담당
*미래 전기차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고도로 유연한 제조 설비와 프레스 도입

폰티악 메탈 센터는 작은 부품까지 직접 생산하는 공장이다. 폰티악 메탈 센터는 2개 지엠 조립 공장과 4개 공급업체에 납품하는 500가지 이상의 부품을 생산한다. 한국지엠지부는 “작은 부품까지도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단 점에서 ‘메탈 센터’란 명칭의 의미가 있다”면서 “인소싱을 통해 소량 생산, 작은 부품까지 직접 생산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안규백 지부장은 “한국지엠 직영 정비의 경우 내수 판매가 찌그러지면서 정비 부품을 잘 수주하지 못한다. 부품업체에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가가 안 맞으니까 생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품이 없어 정비를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부품들은 소량이기 때문에 외주화할 수 없다면 폰티악 메탈 센터처럼 적극적으로 내부 투자를 통해 한국지엠 공장에서 생산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지엠 5개 공장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요소들을 한국 공장에도 접목해 보기 위해 회사와 논의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지엠지부는 미국 UAW 집행부와 만남에서 세계 자유 무역 질서가 재편되는 시기에 노조 간 정보 공유의 중요성에 서로 공감하며, 중단됐던 ‘지엠 글로벌 노조 네트워크’를 이르면 오는 5월 온라인 회의를 통해 재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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