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3사 노조들, 공동 네트워크 구성 공감대도
산업정책이 귀환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정부 개입에 따른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힘을 잃어간 산업정책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 정체, 코로나19와 미-중 패권 경쟁 심화에 따른 공급망 혼란, 기후 위기, 국가 안보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부상한 것이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ct)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중국의 ‘중국제조 2050’, 유럽연합(EU)의 유럽 그린 딜(The European Green Deal)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도 산업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광범위한 전후방 산업이 연결돼 ‘모든 산업의 산업(Industry of Industries)’이라 불리는 자동차 산업 정책은 산업정책의 주요 축이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 정책이 현대차·기아에 집중되면서 중견3사(한국지엠·KG모빌리티·르노코리아)를 고려한 산업정책이 마련돼야 한단 문제 제기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특히 중견3사는 미국의 관세 전쟁 등 대외 환경의 악조건뿐 아니라 쪼그라든 내수와 연구·개발(R&D) 역량 부족, 해외 본사와 대주주의 지나친 이윤 빼가기, 공급망 해외(중국) 의존 등으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균형 잡힌 자동차 산업정책이 절실하단 것이다.
2018년 설 연휴를 이틀 앞두고 발표된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지역의 충격을 기억하는 한국지엠 노동자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동료와 그 가족의 서른 번의 죽음을 겪은 KG모빌리티 노동자들, 2000년 부도 이후 ‘부산자동차사랑 범시민운동’ 등으로 지역이 회사를 살렸지만 차를 팔수록 적자인 내부 거래, 구조조정으로 상시적 불안감에 시달리는 르노코리아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26일 열린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견3사의 역할과 과제’ 정책 토론회에서 이들은 산업과 노동, 지역이 다시 같은 위기를 마주하지 않으려면 중견3사와 그 공급망에 대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 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이번 정책 토론회는 △금속노조,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부산양산지부·쌍용차지부·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 KG모빌리티노조 △전재수·김주영·박선원·허성무·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 △참여와혁신이 공동 주최했다. 르노코리아노조도 토론회에 참석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자동차 산업 정책이 현대차·기아 중심으로 편중되다 보니 중견3사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며 “이는 중견3사의 경쟁력 확보 문제와 별개로 지역 일자리·경제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정책·입법·예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최선을 다해 챙기겠다”고 말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영상을 통해 “중견3사는 완성차 산업의 다양성과 경쟁 체제를 유지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 협력업체 생태계 유지, 수많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왔다”며 “새 정부가 중견3사 중심의 고용 안정과 산업 전환 정책에 책임 있게 나서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서쌍용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금속노조에도 중견3사에 대한 정책은 면밀하게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있다”며 “토론회에서 도출된 내용을 바탕으로 금속노조 자동차 분과 차원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금속노조 차원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박송호 참여와혁신 발행인은 “공급망이 안보가 되고 좋은 기술이 정책이 되는 시대다. 어느 기업도 혼자 힘으로 경쟁을 이겨내기 어렵다”며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머리 좋은 몇 사람이 기획하고 나머지가 따라가는 식이 아니라, 다중의 지성과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산업정책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각열 부산노동포럼 이사장은 “자동차 3사가 담당하는 각 지역 경제·일자리, 협력업체와 관계 등은 아주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오늘 나온 좋은 의견을 토대로 정책을 제안하고, 토론회에 함께한 국회의원들이 힘을 모아 정책을 현실화해 자동차 3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의 ‘지속 가능한 한국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의 ‘새 정부 자동차산업과 중견3사 노동·산업 정책 제언’ 주제 발표로 시작됐다. 이어 한국지엠·르노코리아·KG모빌리티 노동자들이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좌장은 홍석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원장이 맡았다.
혼돈의 가중, 미-중 사이 넛크래커 한국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이중 전환(탈탄소화·디지털화)으로 인한 산업과 거래 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다. 자국 우선 보호무역주의와 기술보호주의, 세계 자동차 수요의 장기 침체 속 중국의 공급 과잉 심화 등으로 혼돈은 가중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에 중국 자동차 산업이 너무 빨리 성장해서 우리 자동차 산업은 이미 풍전등화였다”며 “정부도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관세가 등장하니까 우리나라는 넛크래커에 꼈다”고 말했다.
전통적 대응은 한계에 직면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보호무역주의 회피를 위한 현지 생산 강화 전략은 국내 투자와 고용 문제를 유발한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편이다. 또 트럼프 정책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섣불리 얘기할 수 없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벌써부터 산업 공동화를 우려해 수출선을 다변화해야 한단 대책도 많이 나온다”며 “물론 대비를 해야겠지만 수출 시장 경쟁 격화, 과도한 불안감 조성으로 인한 노사 대립 등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기본이 해법이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Cos Automotive)에 따르면 미국의 25%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 시 미국 내 제조 원가는 3,000달러(약 413만 원), 맥시코·캐나다 생산 원가는 약 6,000달러(826만 원) 상승한단 전망이 나온다며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란 기본에 충실히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돈과 사람 싸움’이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선택과 집중 기반 R&D 투자 지원 강화와 부품사 혁신 역량 강화 △전문인력 육성과 전환 훈련 △디지털화 지원 △외국(중국) 자본 진입 모니터링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R&D 투자 금액은 약 17조 원이다. 정부는 이 중 1조 원을 지원한다. 그런데 바이오 산업은 자동차 산업 매출액의 3분의 1도 안 되는데 훨씬 더 많이 지원받는다”며 “전 세계 자동차 산업 R&D 투자는 2023년 260조 원을 돌파했다. 2017년 이후 주요국은 산업정책 수립을 기반으로 대규모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산업 규모에 맞는 R&D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럽에선 자동차 중소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지역 정책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프랑스는 2023년부터 자동차 중소기업에 금융 지원을 통해 공동 생산·R&D·기술 역량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은 2022년부터 중소기업 지원 센터의 네트워킹과 지식 이전 기능을 강화했다.
지속 가능성 위기에 빠진 중견3사
중견3사의 상황으로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축소된 내수는 각 회사가 빠진 지속 가능성의 위기를 상징한다.
한국지엠의 내수 판매 비중은 2023년 한자릿수로, 지난해엔 5% 아래로 떨어졌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내수 비중이 쪼그라들고 수출 하청기지로 위상이 전락하고 있는 것은 한국지엠뿐 아니라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도 같다”며 “중견3사 중 KG모빌리티는 벗어났지만 나머지 2개 업체는 외투 기업이란 점에서 내수 비중이 지나치게 줄어드는 것은 만일의 상황에 한국에서 철수할 때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R&D를 통해 신차가 꾸준히 나와야 내수가 늘어난다. 하다못해 페이스 리프트(기존 모델 개선)라도 해서 시장에 나와야 하는데 이게 중단돼 있다”며 “이는 내부 혁신 역량을 자꾸 줄인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단순 조립 공장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원장도 “내수를 강조하는 배경은 수출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비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내수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최근 자동차 내수 시장도 무너지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 같은 경우는 거의 수출 전략 차종 생산으로 재편되면서 안정성이 철저하게 약화된 어려움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중견3사의 해외 본사와 대주주는 이익을 과도하게 빼가고 있다. 오민규 실장은 “로열티(연구개발비)로 한국지엠은 미국 지엠 본사에 지난해 6,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급했다. 생산량 증가에 따라 인건비도 오르긴 했으나 본사가 챙겨가는 로열티 증가율은 인건비 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르노코리아 역시 이익이 남는 즉시 프랑스 르노 본사와 일본 닛산·중국 지리(대주주)가 배당과 기술사용료, 부품 판매 등으로 빼가는 구조다. 르노·닛산·지리에 지급되는 비용은 매출 원가 절반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또 “KG모빌리티의 경우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하다 지난해 흑자 전환했지만 매출원가율은 올라가고 판매비·관리비 비중이 줄어들면서 기록한 흑자란 점에서 지속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민규 실장은 “내수가 쪼그라들고 본사·대주주의 지나친 수탈은 결국 종합 자동차 회사의 전제 조건인 독립적 R&D 역량 상실로 이어졌다”며 “(중견3사는) 기후 위기와 미래차 대응, 소프트웨어 대응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했다.
중견3사의 중국 의존도↑, 영향은?
중견3사는 모두 특정 중국 자동차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는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에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단 점에서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지엠은 상하이자동차(SAIC), 르노코리아는 지리(Greely), KG모빌리티는 체리자동차와 관계가 있다.
한국지엠에서 2022년 단종된 쉐보레 스파크 이름을 딴 ‘스파크 EUV’가 상하이자동차의 주도로 최근 중국·브라질 시장에 재출시됐다. 상하이자동차는 한국지엠의 지분 6%를 소유하고 있는 3대 주주다. 무슨 관계일까? 오민규 실장은 “상하이자동차·지엠·우링이 2010년 중국 시장을 위해 출시한 자동차 브랜드 ‘바오준’이 생산한 전기차가 스파크 EUV란 이름으로 지난해 중국에서, 올해 브라질에서 출시됐다”며 “(한국지엠의 3대 주주인) 상하이자동차가 마음만 먹으면 이 차를 한국에도 출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지리는 아직 중국 자동차 업체를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시장에 르노코리아를 경유해 진출하고 있다. 오민규 실장은 “지리는 차량 플랫폼 사용권을 2,625억 원에 파는 방식으로 르노코리아의 지분 34%(2대 주주)를 확보했다”며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가 사실상 지리 차다. 지리 ‘싱유에L’의 껍데기, 브랜드만 바꾼 거다. 그렇게 중국차가 아닌 것처럼 한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 관련 부품을 모두 지리에서 수입하는 걸로 보인다. 르노코리아가 특수관계인 르노 본사와 지리에서 수입하는 부품 액수만 매출 원가의 40%를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G모빌리티는 올해 4월 중국 체리자동차의 차량 플랫폼 T2X(PHEV 생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오민규 실장은 “(이 계약 체결 이후 방향은) 르노코리아에서 지리가 활용한 방법, 즉 차량 플랫폼을 제공하는 대신 KG모빌리티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추정된다”며 “체리자동차의 전기차, 플러그드인 하이브리드차 모델에 대한 주요 배터리 공급업체는 중국 부품사 CATL이다. 파트너 변화엔 공급망 변화가 따른다. KG모빌리티의 체리자동차 의존성 강화, 핵심 부품 중국 의존도 강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중국 자동체 업체와 관련된 움직임 속 미국의 관세뿐 아니라, 원화 대비 위안화 가치 상승은 중견3사에 비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오민규 실장은 덧붙였다.
균형 잡힌 자동차 산업정책의 필요성
중견3사는 여러 위기에 취약하지만, 중견3사를 고려한 산업정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오민규 실장은 “지난 4월 9일 발표된 관세 관련 정부 대책에서도 현대차·기아에 대한 지원책은 특화돼 있는 반면 트럼프 관세 정책에 훨씬 취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중견3사와 그 공급망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며 “또 왜곡된 내수·수출 비중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산업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외투 기업이 몰려 있는 중견3사와 그 공급망의 경우 내수 비중을 늘려주는 것이 철수 가능성을 낮추고 고용을 유지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견3사의 내수 기반 강화를 위한 산업정책으론 △국내 라인업 확대(한국지엠 수출용 생산 차종 ‘뷰익’의 내수 도입 등) △독자 모델 R&D 지원(르노삼성 시절 개발한 차량 리모델링 통한 라인업 확대 등) △부품 국산화 유도 △부품사 직접 지원 △공동기술센터 설립 등이 제시됐다.
오민규 실장은 “중견3사 전체 공급망 노동자는 약 30만 명으로 예상된다. 정책도 공급망 차원에서 수립하면 더 강력할 것”이라며 “‘미래차 부품산업 특별법’이 지난해 7월 발효됐지만 법 제5조에 명시된 ‘미래차 부품산업 기본 계획’ 수립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기본 계획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 이상 (정부가 마련한) 초안을 놓고 5~6월 중 집중적인 노-정 교섭, 사-정 교섭, 혹은 다자간 교섭 등을 진행해 새 정부에서 실현 가능한 산업정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견3사 노동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안규백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은 “정부의 자동차 산업정책을 보면 중견3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나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며 “오늘 토론회도 중견3사 노조들부터 힘을 모아 정부의 무관심에 대해 얘기를 해봐야 하지 않겠느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사실상 16년 만에 대외 활동에 나선 KG모빌리티노조의 서진철 수석부위원장은 “현대차·기아 중심으로 이뤄지는 정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중견3사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 뻔하다“며 “중견3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외투 기업의 ‘먹튀’ 제재 중요성도 다시 제기됐다. 이동헌 르노코리아노조 전 수석부위원장은 “르노코리아의 경우 노동자들이 이전가격을 통해 본사가 돈 빼 간다고 난리를 쳐야 국세청이 조사해서 700억 추징금을 부과했다”며 “부지도 자동차 산업만 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자동차 산업과 관련 없는 업종에 땅을 팔아먹고 있다. 배당금도 과도하게 빼간다. 국부 유출이다. 이런 행위를 막기 위한 법적 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창덕 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 지회장도 “르노코리아가 경제자유구역청도 모르게 부산공장 부지를 매각한 건 부지 지원 당시 계약 위반이자, 계약 해지 조건인데도 르노코리아는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며 “르노 자본이 삼성자동차를 헐값에 인수해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땅 팔아먹고 이윤을 챙겨가고 있는데도 부산광역시, 정부 등은 외투 기업에 지원만 할 뿐 아무런 대책과 대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회사는 경기도 기흥에 있는 연구소를 매각하려고 매물로 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중견3사 노조, 네트워크 확대로
토론회 이후 정기적 활동 공감대
마지막으로 중견3사 노조들은 한 번의 문제 제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힘을 모아 중견3사의 어려움을 하나씩 풀어가기 위한 연대체 구성 필요성에 공감했다.
안규백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은 “중견3사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는 단위 사업장 노조의 힘만으로, 금속노조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한국지엠지부만 외투 자본 문제를 제기해 봐야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공급망, 지역 사회, 중견3사와 함께 목소리를 내려는 것”이라며 “공장 울타리를 넘어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도 하나씩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지엠지부는 공급망 노동자들을 연결한 ‘한국지엠 공급망 연석회의’ 활동, 노동(Labor) 관점의 ESG 경영 실천을 노력하는 ‘L-ESG 특별위원회’ 설치, 부평2공장 아카이빙, 부평공장 내 세월천 복원 사업 등을 통해 한국지엠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홍석범 원장은 “한국지엠 공급망 연석회의는 완성차 노조의 혁신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며 “노조가 주도적으로 지역 부품사, 비정규직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가치사슬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는 점이 새롭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진철 KG모빌리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만남을 기점으로 쌍용차지부와 협력해 앞으로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을 마련하고, 현장에서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2009년 쌍용차 2,645명 정리해고 사태는 외투 기업이 행한 일이었고, 이후 KG모빌리티가 쌍용차를 인수하기 전까지 10여 년간 금속노조 중견3사는 외투3사로 산업부, 기재부, 노동부 등에 공동 대응했다”며 “그때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현대차·기아 독점 체제고, 정부는 이에 어떤 대응 계획도 없단 사실을 확인하며 실망과 분노의 시간을 보냈다. 오늘을 기점으로 자동차 산업의 다양성과 균형을 위해 다시 중견3사 노조뿐 아니라 부품사까지 포괄해 조직해 보자”고 전했다.
홍창덕 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 지회장은 “중견3사 노조들이 앞으로 공동 기자회견도 하고 연대체를 활성화해서 사회적 힘을 키워갔으면 한다”며 “우리 지회도 최대한 연대를 확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겠다”고 밝혔다.
최대영 르노코리아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중견3사 노조들의 입장은 비슷한 것 같다”며 “향후에도 중견3사 노조들의 회의체가 계속된다면 노조 집행부와 계속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홍석범 원장은 “중견3사 노조들이 앞으로 이런 자리가 계속 필요하단 인식을 공유한 만큼 금속노조가 더 역할을 해서 중견3사, 나아가 공급망까지 포괄하는 정례적·공식적인 기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며 “이 과정에서 오늘 모인 주체들이 힘과 지혜를 계속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