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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들이 대한문 앞 천막농성장 지키려는 이유

경향신문 | 2013-03-09 19:59:04

조회수 : 4,248

ㆍ“노동 권리 외칠 수 있는 성지” “국가폭력 치유 공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대한문 앞 천막농성장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노동운동의 ‘성지’이자 국가폭력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치유 공간’으로 자리잡은 이곳을 섣불리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대한문 앞은 백성들이 왕에게 상소를 올리고 집회를 하던 곳이었다.

대한문 앞에 천막농성장이 자리잡은 것은 지난해 4월5일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윤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엿새 뒤였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자살한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이 22명이 된 때였다.

“23번째 죽음은 막자.” 쌍용차 노조가 대한문 앞에 천막을 쳤다.

그로부터 338일. 쌍용차 노조는 천막에서 여름과 가을을 맞고 겨울을 버텨냈다. 그 사이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강정마을 사람들, 탈핵 활동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모여 ‘함께 살자 농성촌’을 만들었다. 1970~1980년대 명동성당이 그러했듯 사람들은 대한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8일 중구청이 행정대집행을 예고하자 대한문 앞은 이른 아침부터 ‘성지’ ‘치유 공간’을 지키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8일 오전 서울 중구청 직원들이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를 철거하려 하자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시민들이 막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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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일방적 정리해고 견제구 역할
“해고노동자 ‘죽음의 행렬’도 느려져”


천막농성장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에는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노동 현안이 모두 포괄돼 있다’는 데 주목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쌍용차 사태에는 대량 정리해고, 비정규직 등 우리 노동현실과 노조배제 정책의 피해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며 “쌍용차 문제에 정치권과 사회가 어떤 해법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전체 노동자들의 권리, 노동정책 문제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요즘 기업의 대량 정리해고가 쏙 들어갔다. 법·제도도 해결해주지 못한 정리해고 문제를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구’ 역할도 했다”며 “국민들 중 다수가 노동자인 만큼 쌍용차 문제는 전 국민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한 쌍용차 노조 조합원은 “아들·딸이나 손주를 데리고 나온 시민들이 ‘미래에는 이런 세대가 오지 않게끔 막아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대한문 앞 천막농성장은 국가폭력에 상처를 받은 이들을 치유하는 공간이라는 인식도 많았다. 김정우 쌍용차노조 지부장은 “이곳에 천막을 세운 뒤 가파르게 빨라지던 해고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느려졌다”며 “정리해고된 후 4년이 넘도록 연락이 안됐던 동료들이 농성장을 찾아와 직접 손을 내밀 때 가슴이 뻐근하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희망을 찾지 못하고 골방에서 지내던 사람들에게 희망의 끈을 갖게 한 것”이라며 대한문 앞을 ‘희망의 집’이라고 정의했다.

지난해 11월 ‘함께 살자 농성촌’이 들어섰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쌍용차는 물론 용산참사나 제주 강정마을이나 밀양 송전탑 등 사안은 달라도 국가폭력, 자본의 논리, 개발위주의 정책으로 상처받은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해결책도 ‘사람이 먼저다’ ‘함께 살자’로 같다”고 말했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쌍용차는 국가공권력에 부당한 탄압을 받은 상징처럼 됐다. 그만큼 골이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며 “골이 깊은 곳에 물이 흐르듯 강정이나 용산의 고통과 아픔의 물이 이쪽으로 흐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한문 앞 천막농성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다. 쌍용차 사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덕진 사무국장은 “쌍용자동차에 대한 국정조사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고 이번에 이것을 해결해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다”며 “쌍용차 문제는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문제 전반을 해결하는 첫번째 시금석이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장재원씨(21)는 대한문 앞 쌍용차 천막농성장을 ‘민중’이라고 설명하며 “‘화려한’ 고층건물들 사이에서 이렇게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것 자체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외치고 힘없는 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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