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가 지역별 수익성 강화를 꾀하면서 인도가 새로운 수출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GM이 '쉐보레 임팔라'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완제품 형태로 들여올 것으로 알려져 쉐보레 브랜드의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했던 한국지엠의 위상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때마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회고록이 출간되면서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M은 해외사업총괄본부(GMIO)를 중국 상하이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그 대신 중국사업 전담조직을 별도로 만들었다. 자동차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동남아 지역과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GM의 해외사업총괄본부 이전은 지역별 수익성 개선계획에 따른 것이다. GM은 생산 프로세스 간소화, 브랜드 집중, 공급망 재편 등을 통해 미국과 중국 외 지역에서 장기적 성과를 마련할 수 있는 토대 구축에 나섰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위기를 극복한 GM의 큰 숙제는 북미와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라며 "경영진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공장이 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담당하는 소형차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GM은 올 하반기부터 인도공장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비트(한국명 스파크)를 칠레에 수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아프리카로 수출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GM 입장에선 한국지엠이 소형차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한 인도공장의 생산능력과 부품 품질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상대적으로 저비용국가에서 생산·수출해 많은 이익을 내는 GM의 정책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GM은 현재 6개 아키텍처(기본설계)로 7개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인도공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5년 안에 1개 핵심 아키텍처로 통합, 공용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공장의 생산능력 업그레이드에 본격 나선 셈이다.
박종욱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GM이 인도와 아세안을 향후 주요 신흥시장으로 판단해 장기적 성공을 위해 수익성 개선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인도 내 아키텍처 공용화 추진 시 품질관리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GM이 올 임단협에서 '차세대 크루즈의 군산공장 생산 확정'이라는 선물을 노조 측에 안겼지만 한국지엠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진 부평2공장을 비롯해 부평 엔진공장, 군산 디젤공장 등은 차세대 모델 투입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GM이 준대형급 세단 '쉐보레 임팔라'를 국내 현지 조립이 아닌 완성차 형태로 들여오는 방안을 고려하면서 한국지엠이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쉐보레 임팔라는 인천 부평2공장 정상화의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임팔라를 완성차 형태로 수입하기 위해 검사 외주업체를 선정할 것으로 알렸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GM의 전략 변화로 인도공장의 존재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반면 한국지엠의 수출물량이 축소되고 있어 한국지엠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회장은 지난 26일 출간된 회고록을 통해 GM의 한국 투자 축소 움직임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먹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지금 GM이 군산공장과 부평공장을 대폭 축소하는데 그게 한국 내수만 하던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자기네 세계 전략이 변하니까 한국에서 수출하지 않고 중국이나 유럽 현지 공장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