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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부자 세금은 놔둔 채 서민 부담만 키워

한겨레 | 2014-09-13 03:53:30

조회수 : 5,003

대기업·부자 세금은 놔둔 채 서민 부담만 키워

등록 : 2014.09.12 20:25수정 : 2014.09.12
 

2014 지방세제 개편안 뜯어보니

일률과세 ‘인두세’ 중심 증세
소득세·재산세·법인세 등
부자·기업 대상 세제는 손 안대

카지노 레저세 신설 무산
호텔·병원 등 감세 축소도 의문
“수요 6조원…5천억 증세론 턱없어”

정부가 담뱃값에 이어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세수를 늘려 정부의 재정지출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증세 대상이 대부분 서민인 반면, 대기업이나 부자들에 대한 증세 계획은 담고 있지 않아, 실제 세수 증대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양극화만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증세 없다던 정부, 서민에게만 증세 12일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2014년 지방세제 개편 방향’의 핵심 내용은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인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실상 정책의 주요 대상이 서민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담뱃값 인상안도 마찬가지다.
주민세처럼 소득이나 신분 등에 관계없이 성인이 된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인두세를 늘리게 되면 조세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세금이 똑같이 올라도 부자와 서민 간에 부담을 느끼는 정도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두세 중심의 증세안을 담고 있는 이번 정부 정책에 따른 부담은 서민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서민 증세’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욱이 카지노 매출액의 10%를 세금으로 매기는 레저세 신설 등도 부처 간 협의과정에서 빠졌다. 또 안행부는 관광호텔·대형병원의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줄여주는 지방세 감면 비율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이번 개편안에 함께 담았으면서도 “이해관계자들 반발이 거세 실제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런 내용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세수 증대 효과는 카지노 레저세 신설은 연간 1200억원, 지방세 감면 비율 축소의 경우 1조(안행부가 제시한 목표)~3조원(올해 시효가 끝나는 감면액 기준)으로 주민세·담뱃값 등(5000억원)에 비해 훨씬 크다.
담뱃값 및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등에 대해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정 당국인 기재부가 담뱃값 인상 등을 증세라고 공식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결국 “증세는 없다”던 정부가 주로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돌아가는 증세안을 내놓은 셈이다.
■ 복지재원 충당에는 턱없이 부족 안행부는 “20년 동안 손대지 않았던 주민세 등 지방세를 현실화한다”는 명목을 대면서도 “자치단체 스스로 복지·안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지방정부의 재정 부족분을 충당하려는 목적이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은 재정자립도가 평균 44%(올해 기준) 수준에 머무를 정도로 취약하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복지 디폴트(지급불능)’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초연금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시행된 중앙정부의 정책(국가사무)도 소요 예산의 30%를 지방정부가 분담하고 있다며 100% 국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취약한 재정건전성 문제 해결과 복지 확대에 따른 시민들의 책임 분담이란 측면에서 이번 지방세 개편 방향 자체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소득세나 재산세, 법인세 등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 증대 등 근본적인 조세체계 개편은 외면한 채 서민들의 부담만 늘리는 식으로 꼼수를 부린다는 점은 비판받을 만한 대목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김홍환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사회복지 분야에서 늘어난 지방재정 수요가 6조원 정도라 세수 5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앙 재원을 지방에 이양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들은 카지노 레저세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민세
일정한 지역에 살며 독립적인 생계를 영위하는 사람(세대주)과 그 지역에 사무소·사업소 등을 둔 법인에 대해 매기는 세금. 담세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인두세 성격을 띤다. 조선시대 군포에서 유래했으며, 1961년 세제개혁 때 폐지됐다가 1973년 다시 신설됐다. 안전행정부는 “최소한의 자치 경비를 부담하기 위해 주민들이 내는 회비적 성격의 조세”라고 설명한다.
음성원 김소연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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