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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엠놈들보단차라리 김회장 경영이 나을것같다

고용안정 | 2014-09-14 22:02:24

조회수 : 2,656

‘김우중 죽이기’ VS 부실기업 정리
그의 진단에 대해 김우중 전회장의 측근인 백기승 코콤포터노벨리 부사장(44)은 이렇게 반박한다.

“김회장은 돈을 모으는 스타일이 아니라 돈을 돌리는 스타일인데 그걸 막아버리면 끝나는 거죠. 이것이 약점이 된겁니다. 정부는 대우의 자금줄을 모두 끊어버리는 것 같았어요. 강봉균, 전윤철, 이헌재씨가 대우 죽이기의 핵심 멤버였습니다. 이들은 개혁의 선봉장으로서 경제 정책의 실적을 내야 했기 때문이죠. 김대중 대통령이 ‘대우,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면 ‘저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해놓고 대우에 대해 나쁜 보고서만 올린 거죠.”

김대중 정부 초기에 김우중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맡는 등 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무슨 이유로 사이가 틀어진 것일까. 전경련 회장을 맡으면서 정부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발언을 한 것 때문에 미운털이 박힌 것일까.

“김대중 대통령과 사이가 나빠 그렇게 된 것은 아닙니다. 집권 초기에 김대통령은 김회장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보좌집단과 생래적으로 맞지 않았어요. 그 보좌집단은 원래 반재벌의 입장을 갖고 있었어요. 박정희 정권 때부터 이어져내려오던 성장 정책이 김영삼 정권 때도 이어졌는데, DJ 경제인맥은 성장의 그늘에 가려졌던 쪽을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성장론자들을 타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기본적으로 박정희주의자와 김대중주의자의 충돌이었던 거죠. 사실은 경제 정책이 잘못돼 문제가 생긴 것인데 산업기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한 거죠.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재벌을 잡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IMF의 원죄를 재벌쪽으로 몰려고 한 거죠. 국민의 정부의 정치적인 입지를 위해 재벌을 타깃으로 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하지 않고 버틴 이유는 무엇일까.

“구조조정은 다운사이징인데 대우는 기간산업이 골격이었어요. 이 덩어리를 사갈 사람이 없는 겁니다. 그리고 해외사업이 이것을 기반으로 연결돼 있는데 없앨 수가 없는 거죠. 대우가 해외로 진출한 것은, 우리가 정부의 권유에 의해서 부실기업을 인수하면서 기간산업을 많이 갖게 됐는데 해외에서 우리 것을 부러워하는 나라들이 있어 완제품 반제품뿐 아니라 공장까지도 수출하게 됐기 때문이죠. 그래서 개발연대의 경험 있는 노장층들을 해외에 보내 현지기업에 투입한 겁니다. 본국에서는 기술로열티만 받고 국내에서 문닫을 산업은 그대로 버리지 말고 해외로 빼먹을 수 있을 때까지 내보내자는 거였어요.”

백씨는 분식회계와 비자금에 대해서도 해명을 했다.

“금감위에서 밝힌 대우의 분식 규모가 22조3000억 원인데 (주)대우가 15조 원, 런던금융센터(BFC)와 관련된 것이 7조입니다. 15조 여 원이 순수한 분식규모이고 7조 원은 우리가 자진신고한 겁니다. 그런데 금감위에서 2000년에 BFC 비밀계좌를 적발했다고 발표한 겁니다. 그리고 70억 달러를 횡령했다고 하는데 검찰까지 이어지면서 비밀계좌인 것처럼 된 겁니다. 그때 우리가 4조 원만 있으면 안 망한다고 했는데 24조 원을 빼내갈 수 있었으면 우리가 망합니까. 동구 등지에서 쓴 비자금도 있는데 이것은 얼마든지 영업비용으로 처리해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대우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에 대해 백기승씨는 다분히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검찰 입장에서는 안기부 자금 사건 더 못나가고, 정부에서는 현대 지원 문제가 불거지니까 시선을 돌리기 위해 새로운 브리지가 필요했던 거지요. 수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경제는 하락하니까 책임을 물을 희생양이 필요한 거지요. 공적 자금 150조 원중 대우가 20조 원 썼다고 합시다. 그러면 13%만 우리가 책임을 져야지 왜 대우가 다 뒤집어 써야 합니까”

백기승씨의 ‘항변’을 요약하면 대우 몰락의 원인은 ‘유동성의 위기’였으며 정부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보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김우중 죽이기’의 기회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반론도 만만찮다. 김 전회장이 정경유착시대의 금융특혜를 기대했다면 이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대우 붕괴는 과도한 차입으로 인한 부실경영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 구조조정을 제 때에 하지 않은 대우는 진작 해체됐어야 하는데 김 전회장의 영향력 때문에 오히려 질질 끌었다는 것이다. 김 전회장의 해외도피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정부가 김 전회장을 검거할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경영학)는 “한마디로 김우중 전회장은 국민 모두를 속였다”며 “김우중식 경영은 작은 사업을 일으켜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더 큰 사업으로 확장하는 이른바 레버리지 경영의 대표적인 방식인데, 부채로 성장한 기업은 어느 순간 허망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고 대우는 그 순간이 외환위기로 표출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킴기즈칸’을 위한 ‘용비어천가’
김우중식 세계경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던 학자들은 방향은 옳았지만 속도나 자금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우중의 세계경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서로서는 ‘세계가 열린다, 미래가 보인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대우그룹의 기획으로 세계 각국의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온 경제·경영 분야의 교수 9명이 세계경영의 실체와 사례를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필자들은 서재명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송일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 교수, 김동재 당시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우용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김재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김준석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용세중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 곽수일 당시 서울대 경영대학장 등이다.

이들중 통화가 가능했던 사람은 송일 교수, 김동재 현 코리아인터넷홀딩스 대표, 김준석 교수, 곽수일 교수 등 4명이다.

송일 교수는 1972년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 센트럴 미시간대와 코넬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일본 간사이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국내 방송에서 세계경제 특집 객원 작가 및 리포터로서도 활동했는데 이런 활동이 계기가 되어 ‘김우중 세계경영 현장 탐방대’의 일원이 됐다고 한다. 송교수는 이 책의 ‘김우중과 영웅본능’이란 장에서 다음과 같이 김우중 전회장을 극찬했다.

“대우 세계경영의 구심점으로 일컬어지는 동유럽 공략을 놓고 유럽에서는 김우중 회장을 가리켜 ‘킴기즈칸’이라고 부른다. 아시아인이 유럽을 공략한 것은 13세기 칭기스칸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김우중 회장을 칭기스칸에 비유한 것이다.

우주 전체보다도 크고 원대한 꿈과 야망을 지녔고 이제 대우 위성제국의 건설을 꿈꾸는 김우중 회장, 대륙에서 대륙으로, 지구에서 우주로 뻗어가는 도전 정신과 프론티어 정신을 실천하는 도전자,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사고와 꼭 하고야 마는 정열과 신념의 소유자, 자신이 본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며 그들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비전 있는 리더 김우중 회장!”

김우중 전회장이 검찰의 발표대로 분식 회계 등 변칙 경영으로 기업을 농단해 왔고 수십조원의 비자금을 해외 비밀계좌를 통해 주물러 왔을 뿐아니라 거액의 해외재산을 은닉했다면 ‘순진한’ 송교수는 ‘사이비 교주와 같은 희대의 사기꾼’에게 넋을 뺏겨 ‘용비어천가’를 지어바친 셈이다.



빌린 돈으로 기업쇼핑
다음은 송일 교수와의 일문일답.
―김우중 전회장을 영웅으로 평가했는데 그 영웅이 왜 실패했다고 봅니까.

“영웅도 실패할 수 있죠. 직접적인 원인은 아시아 경제의 몰락에 있었다고 봅니다. IMF사태와 같은 불가측성의 시대가 오리라고는 예측을 하지 못했죠.”

―김우중 전회장의 세계경영 자체에 문제는 없었다고 봅니까.

“세계경영이라는 것은 사회주의 몰락을 기폭제로 해서 세워진 전략이었어요. 세계경제가 자본주의 단일 시장으로 형성되는데 이 시장경제에 채 편입되지 못한 나라는 대우의 핵심역량인 개발연대에 축적된 경험과 고도성장의 비결을 구사할 수 있던 지역이었지요. 김 회장이 생각하기에 대우의 경험과 역량을 써먹을 수 있는 데가 바로 저런 지역이겠구나 라고 생각해서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세계경영의 방향은 옳았다고 봅니다.”

―IMF사태를 대우만 겪은 것도 아닌데 대우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대우 내부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닙니까.

“실패의 내부 원인을 찾는다면 팽창욕구와 질주본능에 있습니다. 이것을 제가 대우에서 책을 써달라고 했으니까 좋게 표현해서 영웅본능이라고 했습니다. 김 회장은 리더십의 일반이론에서 말하는 도전정신, 결단력, 성취감 등 영웅이나 최고 리더들이 갖출 것은 모두 갖췄어요. 그런대 대우가 실패하게 된 원인은 팽창욕구나 질주본능이 기업체질화된 데 있다고 봅니다. 조절이 안되는 거죠. 김우중씨가 성공할 때에 정상적인 방법이나 정도로 성공한 것이 아니고 쉽게 이야기하면 정치권력과의 협상을 통해 정부 지원을 받는 지름길 경영을 택했단 말입니다. 규모를 키우고 덩치를 키우면 산다는 대마불사론이 먹혀들어 갈 때 아닙니까.”

―스스로 수익을 창출해 기업을 확장해나가기 보다는 남의 돈으로 기업을 확장해나간 것이 문제라는 얘기입니까.

“그렇죠. 김 회장은 제조업에서 기업을 시작하지 않고 무역이나 서비스업 등에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방법도 투자보다는 인수를 통해서 헌집을 사서 새 것으로 만드는 방식을 통해서 계속 팽창해나갔거든요. 수익경영보다는 차입경영에 의존한 거죠. 물론 차입경영을 하지 않은 기업은 하나도 없지만 현대나 삼성은 공장을 짓고 수익이 나면 다시 팽창을 하는 부문도 있고 M&A 하는 부문도 있는데 대우는 100% M&A입니다. M&A를 잘하니까 부실기업이 있으면 또 떠맡는 식의 패턴이 세계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됐던 거죠.”

―부실 기업 인수 자금은 어떻게 조달했다고 봅니까.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국영기업체들이 싼 매물로 쏟아져나오니까 김 회장의 쇼핑이 시작됐어요. 쇼핑을 시작할 때 우리나라가 막 OECD에 가입하고 자본시장이 개방화되면서 국내자금보다 휠씬 싼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된 거죠. 국내에서 차입하던 그 기법이 그대로 해외에서도 적용되니까, 국내의 3분의 1정도의 이자면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으니까 그 자금을 끌어들여서 계속 기업쇼핑을 한 거죠. 그래서 세계경영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겁니다.”



룰과 법을 뛰어넘는 자금조달
―빚내서 과소비를 한 것 아닙니까.

“김회장은 늘 차입해서 기사회생해왔으니까. 전세계 어디에서든 돈을 빌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어떤 사업이든지 초기 몇 년은 적자를 보고 10년 후에는 열매가 열린다 이렇게 생각한 거죠. 10년 동안 비즈니스 활동하면서 끌고 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시아 경제가 무너져내리니까 주저앉은 거죠. 회사가 적자를 보더라도 내가 움직이기만 하면 돈을 끌어낼 수 있고 수익성 있는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거죠.”

―그러나 위기가 닥쳤으면 구조조정을 해서 한 두 개의 회사만이라도 제대로 운영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마불사론의 입장에서 세계경영을 했던 거죠. IMF 이후 자금이 긴축되고 구조조정기에 들어가니까 많은 기업들이 매물로 나올 것이고 이때 좋은 기업을 싸게 사면 대우가 그야말로 1위의 기업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들 돈이 없어 쩔쩔 맬 때 이자를 좀 물더라도 자금만 확보하고 있다면 대우가 당연히 경제 우위에 설 거다. 그래서 회사채를 고율로 발행했는데 마의 불씨가 된거죠.”

―결국은 팽창욕구로 질주하다가 내부다지기로 들어가기 위해 숨을 골라야 했는데 멈추지 못한 셈이지요.

“그런 얘기를 제가 직접 한 적이 있어요. 앞으로 10년이 위기다. 당신이 아무리 일해봐야 10년을 더 일 못한다. 당신이 앞으로 후계자와 연계가 될려면 비전과 계획을 공유해야 하는데 지금은 당신의 좋은 아이디어와 행동력과 인맥 등 개인 능력만으로 움직여 나가기 때문에 대우=김우중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다. 이렇게 돼서는 어떻게 자연스럽게 후계 경영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 굉장히 위험하다’고 하니까 김회장은 앞으로 10년이상 20년 더 일할 것으로 생각했는지 똑똑한 사람 얼마든지 있다고 얘기해요.”

―세계경영을 위해서는 본부의 자금 지원이 튼튼해야 하는데 자금 부문은 체크해보지 않았습니까.

“자금 조달면에서 보면 김회장은 정도, 즉 룰을 지키기 보다는 룰을 뛰어넘는 기법과 재주, 바이패스하는 방법, 피해가는 방법을 항상 생각해요. 처음에 무역금융을 활용할 때 쓰던 방법을 차츰차츰 발전시킨 거죠. 그래서 해외에 나가면 삼성이나 현대 사람들은 대우는 돈을 잘 빌리는데 너희들은 왜 못하느냐고 욕먹었어요. 즉 분식회계 기법은 상당히 변칙적이고 어떤 경우는 위법적인 경우도 있을 겁니다. 물론 금융기관에 제시하는 자료는 완벽하게 했겠죠. 다만 그 과정이 변칙적이었겠죠. 그때부터 세계여행을 하면서 만들어놓은 게 소위 BFC 같애요. 해외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 만든 거죠. 해외에서 어떤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비자금이었던 같애요.”



“재기를 노릴 겁니다”
―비자금을 해외에서 개인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는데….

“책에서도 썼지만 모든 것이 제대로 평가되려면 역사성이 있어야 하거든요. 실패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아야 되거든요. 지금 김회장의 모든 행동이 떳떳하냐, 부끄러움이 없느냐가 김우중 회장의 리더십과 역사성과 사상성을 말해주는 키인데 도망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런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김우중 전회장이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김회장이 빨리 돌아와야 돼요. 지금까지 대우가 한 것은 결국 실패했고 대우에 공적자금이 수십조 들어갔는데 물거품이 되었지만 대우가 수십년 동안 수십억 달러씩 수출해왔죠, 국내에서만 20만명의 종업원을 수십년 동안 고용했어요. 김우중 회장은 우리나라 기업을 국제화시킨, 그야말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람입니다. 귀감이 될만한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김 회장이 돌아오지 않고 도망자가 돼버린다면 대우가 실패했더라도 우리에게 줄 경영적인 유산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김회장도 파렴치범, 졸부, 역적처럼 되버리는 거죠.”

―쉽게 귀국할 것 같지는 않은데 다른 생각이 있는 것 아닙니까.

“아마 김회장은 재기를 노릴 겁니다. 몇조 비축해서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 겁니다. 비록 변칙적이고 위법적이지만 회사와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실패해서 돌아왔다고 말하면 국민들은 김회장이 그동안 쌓은 공도 있으니까 수긍을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비참해지고 대우도 비참해지고 국가도 손실을 입게 됩니다.”

송 교수는 자신이 한때 영웅으로 묘사했던 김우중 전회장이 현재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한 것에 대해 몹시 곤혹스러운 것 같았다. 이런 당혹감은 다른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하는 말은 한결같이 자금 부문은 대우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고 결국 뚜껑을 열고 보니 차입경영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이론을 만드네”
당시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였던 김동재 사장은 1985년 서울대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일리노이 어배너-샴페인대 조교수를 거쳐 매킨지 앤드 컴퍼니샤의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도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드림을 실현하는 신경영전략’이란 글에서 대우의 세계경영이 국제화의 네번째 단계인 초국적 단계의 특성을 많이 띤다고 전제한 뒤 국가경계를 넘어서서 활동해온 것은 하나의 희망으로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김사장은 현재 “김 전회장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입장에서도 이야기하기가 곤란하다”고 전제한 뒤 김 전회장의 경영전략에 대해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략 측면에서 보면 타이밍 이슈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잘못된 겁니다. 즉 투자한 것 중에는 장기 회수가 가능한 것이 있고 단기 회수가 가능한 것이 있는데 단기 회수가 가능한 것이 묶여 버린 겁니다. 최근 망한 벤처기업들과 같은 사정이지요. 김회장은 현지 법인들의 상장 계획을 세우고 해외지주회사도 만들고 지역본사도 만들려고 했는데 IMF가 터지면서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국제화의 방향은 맞았지만 사업 범위를 너무 벌여놓은 것이죠.”

김사장은 두 번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인적 자원의 문제였다.

“인적 자원 배치문제도 잘못됐습니다. 전세계에 약 1000개의 자회사를 만들었는데 그 회사를 맡을 소사장이 있느냐가 문제였습니다. 파견된 직원은 부장급이지만 하는 일은 사장급입니다. 그런데 대우에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많아도 그 많은 인재를 어떻게 충당합니까.”

세 번째로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우는 우수한 인력 있어도 시스템이 부재했습니다. 회장이 항상 다닐 필요가 없어야 하는데… . 혼자서 어떻게 그 거대한 조직을 일일이 돌아봅니까. 뒤늦게 시스템의 갭을 깨닫고 지역본사제도를 도입하려 했는데 만들자마자 IMF사태를 맞았던 거죠.”

40대 초반의 김사장은 비록 젊지만 김우중 전회장이 해외여행을 할 때 ‘말벗’삼아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김회장은 ‘당신은 이론을 연구하지만 나는 이론을 만드네’라고 말씀하시기에 이론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이 지경이 됐습니다.”



“비자금 개인용도 아닌듯”
김준석 교수는 1971년 연세대 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교수는 ‘정보화로 세계를 경영한다’는 글에서 대우의 정보화시스템과 제품 생산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김교수도 대우의 차입경영 체제를 문제점으로 꼽은 뒤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하는데 김회장은 기억력이 뛰어나서 회사 관련 업무들을 암기하고 다녔습니다. 재무측면에서 너무 낙관한 것 같습니다. 시스템을 이용해서 조직적으로 가야 하는데 권한 이양을 안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교수는 현재 김회장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는 국가 전체나 다른 기업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경제 외적인 의도가 있지 않나 의구심을 표시했다.

“김 회장은 개인적인 목적에 쓰려고 비자금을 마련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기업을 위해 쓰려고 그런 것인데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동구나 프랑스 등지에서 깨끗한 공장을 지어 현지 인력을 고용해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놓았습니다. 희생양을 요구하는 시점에서 국내에 들어와 무슨 변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만은 어디에서든 국민들에게 설명을 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곽수일 교수는 1963년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 콜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곽교수는 김 전회장을 칭기스칸보다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부스에 비유했다.

“세계경영 현장을 다녀봤는데 김 회장은 한마디로 콜럼부스 같았습니다. 신대륙을 개척한 것이죠. 콜럼부스 시대에는 상인의 시대였는데 김우중 회장은 위대한 상인이었습니다. 김회장은 외국에 뛰쳐나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어쩌면 성공할 것 같았습니다. 대우자동차는 동구나 이집트에서 인기가 좋았습니다. 마티즈를 구입하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당시 곽교수는 재정 부문에 대해 전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에 대우의 속사정을 몰랐다고 한다.

“처음에는 수출보험공사나 수출입은행에서 대출받는 줄 알았습니다. 조립라인을 가지고 있으면 대출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급속한 확장과정에서 파이낸싱에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부채비율이 150%를 넘어섰어요. 과대한 부채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겁니다. 시장을 개척하고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등 해외진출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없는 살림에 너무 돈을 빌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곽교수는 대우가 부채를 해결하고 살길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우선 빅딜할 때 대우자동차를 삼성보고 가져가라 했으면 삼성이 덜컥 받았을 것 아닙니까. 삼성은 무슨 돈을 들여서라도 자동차사업을 살려냈을 겁니다. 대우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부채를 탕감하는데 썼어야 하는데….”

곽교수는 김회장의 1인 독주 문제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옆의 사람 이야기 안 들은 것 같아요. 견제 역할을 누군가 해줘야 하는데….”

경제 경영학자 외에 김우중 전회장과 인연이 있는 명사들은 최근 노자의 ‘도덕경’ 강의와 논어 강의로 인구에 회자되는 도올 김용옥씨, 소설가 이문열씨, 장기표 민국당 최고위원 등이 있다. 이들은 김 전회장과 세계여행을 같이 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김 전회장과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다.

특히 김용옥씨는 1990년말 김우중 전회장과 함께 보름간 중동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난 뒤 ‘대화’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에서 김용옥씨는 김 전회장을 ‘한국기업사의 새 전기를 이룩한 성인(聖人)’ ‘문명의 영웅’으로 칭송했다. 그러면 지금은 도올은 김 전회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까. 2월13일 김용옥씨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김씨는 “김우중…”이라는 말을 꺼내자 마자 기분이 언찮다는 투로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시 전화를 했으나 김씨는 ‘자동응답기’로 전환해버린 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문열씨는 “김씨는 자고 먹는 시간을 아까워할 정도로 사업에만 몰두했던 중독자였다. 비록 경영상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개인적 치부를 위해 사기를 저지른 파렴치범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장기표씨는 김 전회장이 잘못했다는 것을 전제한 뒤 비판의 화살을 정부로 돌렸다.

“김 전회장과 그때 여행간 것 외에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대우문제 처리를 김우중 회장이 하도록 했어야지 왜 정부가 떠맡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1년반 동안 질질 끌었는데 김회장이 해외에서 살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해놓도록 하지 않았겠나 하는 의혹이 듭니다.”

대우그룹이 거대한 타이타닉에 비유된다면 최근 대우자동차 등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정리해고는 마치 부서진 배위에서 추락하는 승객들의 모습과 같다. 그런데 타이타닉호의 선장격인 김 전회장은 최후까지 승객들과 함께 있지 않고 멀리 날아가 있는 형국이다. 이런 모습이 국민들의 감정을 더 악화시킬지도 모른다. 평소 세계경영을 지지하던 지식인들은 한때 영웅으로 칭송되던 김 전회장이 더 이상 초라한 모습으로 숨어지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실패한 모습대로라도 국민앞에 돌아와 진실을 밝혀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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