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이 뭐냐고? 현장에는 1만 개가 넘는 대안이 있다
적지 않은 활동가들이 대안이 마땅치 않다며 답답해한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발상을 뒤집어보자. 왜 활동가들이 완성된 대안을 내려 하는가? 완성된 대안은 아니지만 평범한 노동자들 가슴 속에는 최소한 하나 이상의 대안이 들어 있다. 다만 그것을 내뱉지 않고 있을 뿐이다. 왜 토해내지 않을까? 그건 자신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줄 것 같지 않아서다. 그게 무슨 대안이냐며 힐난하는 얼치기 활동가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대안이라 할지라도, 심지어 겉으로 보기엔 자본의 입장에 경도된 대안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광장에서 함께 토론된다면 조합원대중은 이 모든 것을 용광로에 녹여 집단적인 대안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평조합원 스스로 자기 가슴 속에 묻어둔 대안을 토해내도록 충분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2009년 쌍용차 점거파업에서,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의 CTS 점거파업에서, 그리고 최근 두원정공 폐업 협박에 맞선 투쟁에서, 조합원들을 10명 안팎의 분임조로 편성한 후 분임토론을 진행했던 경험이 입증해준다. “어떻게 이 싸움을 이길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평조합원들은 정말로 절실하게 답을 찾으려 토론에 임했다.
분임토론에 임할 때만큼은 평조합원 모두가 노조 위원장이 됐다. “내가 위원장이라면 이런 전술을 써보겠다.” “내가 집행부라면 이런 방법을 구사해 보겠다.” 집행부 비판에만 열을 올리며 자기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는 얼치기 활동가들과 달리, 자기 스스로 집행부이자 지도부라는 생각으로 책임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파업에 나서지 않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편지를 써보자 … 인터넷에 각자 실명으로 전국 노동자들에게 호소문을 올리자 … 평상시 같으면 간지럽다며 무시당할지도 모를 대안들을 정말 진지하게 토론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집행된 행동은 그날그날 다시 토론되고 평가됐으며,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았던 것이다.
“차세대 크루즈 한국에서 생산 못하겠다고 할 때는 ‘현지생산 현지판매’ 원칙을 들먹이더만, 이제 와서 임팔라를 수입한다는 건 또 뭐야? 순전히 지들 멋대로야. 원칙이 그때그때 다르냐?”
“수익성 안 맞는다고 쉐보레 유럽 브랜드 철수한다더니, 알고 보니까 쉐보레 유럽은 영업이익은 물론이고 연간 수백억 당기순이익을 내던 판매법인이던데?”
“통상임금문제 때문에 사업 못해먹겠다고 대통령 앞에서까지 난리를 치더니, 올해 완성차 사업장 중에서 정기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합의를 제일 먼저 한 게 GM이잖아. 이랬다저랬다 저놈들은 일관성이 없어.”
“차세대 말리부를 ‘부평공장’에 준다고 했지 ‘부평2공장’에 준다고 한 적이 없댄다. 지금 장난치나? 노조가 니들 씨ㅂ다 버리는 껌으로 보이냐?”
“임팔라 판매 1만 대 넘으면 한국 생산 검토? 차라리 안 한다고 해라. 판매량 너희들이 다 조절하고 있잖아! 1만 대 안 넘도록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면서 … 게다가 1만 대 넘더라도 자동으로 생산하는 게 아니라 한국 생산을 ‘검토’하는 거라며? 우리를 바보로 아나.”
“투자비 승인회의가 12월에 있다구? 사실대로 말해라. 그런 회의 앞으로 열두 번도 더할 거잖아. 투자비가 너무 많아 이윤이 안 남을 것 같아 다음에 다시 회의하기로 했다고 넘길 게 확실해. 그러고선 노동자들이 양보해야만 확실히 크루즈 생산이 담보된다고 1년 열두 달 협박할 거잖아.”
한국GM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평조합원들 스스로도 각자 나름의 판단을 하고 있다. 1만4천여 조합원 가슴 속에 모두 한 가지 이상의 대안이 있다. 여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모아낸다면, 대안이 없는 게 아니라 현장에는 2만 개 가까운 대안이 있는 셈이다. 그것을 쏟아내게 만든다면, 과연 무엇이 두렵겠는가.
지금까지 열거한 내용은 그저 몇 가지 ‘사례’일 뿐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준비 속에 평조합원들 가슴에 쌓인 분노를 터뜨린다면, 한국GM 노동자들은 대안 부족이 아니라 대안의 홍수를 만날 것이다.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게 아니라 평조합원들의 가슴 속에 묻어놓은 것을 터뜨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지금 시작한다고 늦은 것이 아니다.
자리는 노동조합이 만들어 줘야지 누가 만들어 주겠는가
위기일때 위기인지 모르는 상황이 무서운 것이다 현실적 위기를 노동조합은 외면하면 더큰 위기가 올것이다
피한다고 피할수 있겠는가 맞는말 | 14-11-25 0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