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광화문에서 상복을 입고 농성 중이던 경찰고용직공무원 여성노동자들 39명이 경찰에 연행되어 시내 5개 경찰서에 분산 수용되었다. 경찰청은 작년 12월 예산과 직제개편을 이유로 이들을 직권면직 하였다. 경찰청의 예산은 오히려 늘었고 인원도 신규로 채용하고 있으면서 이들은 해고해 버린 것이다. 경찰청 고용직 공무원 노동자들은 직권면직철회와 기능직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경찰청에서 10년 넘게 일해 왔다. 무슨 잘못을 했다고 차디찬 길거리로 내모는 거냐! 우리는 출근하고 싶다. 가족으로 돌아가고 싶다.” 십 수 년을 일선 경찰서에서 문서수발은 물론이고 빨래, 밥 짓기, 청소 등 허드렛일을 도맡아 온 이들을 내버린 경찰청의 처사는 과연 공공의 선인가 적인가?
수많은 집회와 선전전, 매서운 추위에 아이를 업고 집회장에 나서기, 40여일의 단식 투쟁 , 두 달여의 민주노동당 농성 등 그야말로 막강 경찰청을 상대로 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처절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경찰이 자신의 직업정신으로 밥 먹듯이 해 온 물리적 연행을 감행한 것이다. 그들 여성노동자들이 청춘을 바쳐 일해 온 그 경찰서에 피의자의 신분으로 가둔 것이다. 실컷 부려먹은 뒤의 대우가 이토록 처참하단 말인가?
이즘에서 경찰총수인 허준영 청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찰청 내에도 취약계층이 있다는 것을 안다. 제도적인 구제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국회 인준을 받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경찰예산이 6.8% 증액되고 1989년에 기능직이 폐지되었으나 신규인력을 꾸준히 늘려왔는데 경찰청이 이들을 직권면직한 이유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여성노동자가 집단적으로 상복을 입을 때는 그만한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이제는 뭔가 달라질 것이라며 떠들어대지만 진짜 바닥은 짓이겨지고 있다. 힘 있는 자들이 짓밟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국가권력이 이들의 생존권차원의 몸부림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선 경찰서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대우가 이 정도라면 경찰의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이해할 만하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여러 가지 신상의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총수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인준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런데 자신이 당시에 국회의원들에게 말했던 경찰청고용직공무원들에 대한 구제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집단적으로 연행하는 상황을 우리는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국회는 청문회 당시의 답변과 그 이후 실천이 명백하게 괴리로 나타날 때는 그 인준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아니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요구하던지 말이다. 10년 넘게 일하던 노동자들을 한꺼번에 싹둑 잘라버리는 그 비정함이나 무모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가? 허준영청장은 범죄와의 전쟁 이전에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빼앗아 버리는 일이 또 다른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