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사회의 화두 몇 가지 중 노동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고용안정과 비정규직 문제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싸고 정부, 한나라, 열린우리당과 양 노총, 민주노동당이 격돌을 벌였다. 정부, 여당은 비정규직 보호법이라는 주장이고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이라는 주장이었다.
물론 비정규직 중 파견노동자를 두고 그 해석은 판이하게 다르다. 1998년 2월에 제정된(법률 5512호)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당시 제정 취지로 만연하고 있는 불법파견을 법의 보호아래 양성화함으로써 파견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7년 동안 보호는커녕 파견노동자가 대거 늘어나고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따라서 노동계는 이 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정부, 여당은 이 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파견 대상 26개 직종(포지티브 방식)을 몇 개를 제외하고(네거티브 방식) 전 직종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충돌을 빚었다.
이 경우 연구직이나 관리직의 경우도 파견노동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다음 달 4월에는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행 파견 기간이 최고 2년인데 이를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연구원 직원들이 모두 알고 있는 바대로 교환 및 안내를 담당한 직원은 파견업체(인력공급업체)에서 파견된 노동자다. 이 경우 고용사업주는 파견업자가 되고 사용사업주는 원장이 된다. 근로자파견기간은 1년을 넘지 못하나 파견사업주, 사용사업주, 파견근로자간의 합의가 있을 경우 1회에 한하여 1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파견법 6조 3항에 의하여 사용사업주(원장)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이 경과한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곳으로 본다는 데 있다. 그래서 파견업자나 파견을 받는 사용자는 파견 노동자를 2년 이상 파견하거나 고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아무런 문제없이 교환 및 안내를 담당하던 사람이 느닷없이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 것이다.
연구원은 다만 파견업체로부터 당해 업무 담당자의 교체를 통보받은 것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동법 20조, 30조에 따르면 근로자파견계약 당사자인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는 근로자 파견기간 등을 포함하여 근로자파견계약을 반드시 서면으로 체결토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연구원은 계약기간도 없이 파견노동자를 받아 사용했고, 파견업자는 2년이 경과할 경우 연구원이 직접 고용해버리면 자신들이 고용할 수 있는 인원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2년 전에 일방적으로 사람을 교체했다.
연구원 역시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파견업자가 2년 안에 다른 사람을 교체해도 모른 척 하는 것이고..... 이것은 정말 의도하든 않든 간에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을 너무나도 악용하는 사례다. 이러한 내용들은 모두 노동부장관이 지휘, 감독토록 되어 있다. 사업장의 노조 역시 이에 대한 시정과 필요시 사법당국에 고발할 수 있다.
지금 공공기관인 정부출연연구원에서도 불법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2년이 채 되기 전에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 원래 그 일을 했던 당사자는 황당하게 되었지만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싸울 의사가 없는 한 본인이 원해서 그만 뒀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 일 할 자리를 얻으려면 말이다. 커다란 좌절감을 안겨주는 사회구조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정말 우리사회가 힘없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틀어쥐고 이토록 비참하게 살아가도록 만든다면 여기에 사회정의라는 것은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공기관이 이러할 진데 민간기업들은 오죽하겠는가? 연구원은 그나마 문제 있는 파견근로자보호법이라도 지키고 있는지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공기관을 상대로 마음대로 그리고 불법적으로 노동자들을 갈아치우며 이익을 챙기는 인력공급업체를 그대로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연구원은 계약해지 등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장기적으로 고용이 필요하여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자리에 파견업체로부터 노동자가 파견되면서 벌어지는 노동인권과 생존권의 억압을 생각할 때 현행 근로자파견법은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 파견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법의 취지는 공공기관에서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