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GM이 침몰하고 있다.1960년대 초반만 해도 GM은 미 자동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미국의 간판 기업이었다. GM이 택하면 그것이 업계 표준이 되던 세계 최고의 강자였다. 그러던 GM이 지난 21일 직원 3만 명을 감원하고 북미 12개 공장을 폐쇄, 또는 축소한다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GM의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910만 대에서 80만 대 준 830만 대 안팎이 된다. 반면 일본의 도요타는 2006년엔 92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증산 계획을 내놨다. 이대로라면 GM이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란 타이틀을 도요타에 빼앗길 게 확실하다. 이 회사가 왕좌를 차지한 지 74년 만이다. 이를 두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타이타닉호의 침몰’로 비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GM은 왜 좌초했는가. 70년대를 고점으로 계속 시장을 빼앗겨 왔던 GM도 90년대 중반 잠깐 반짝한 적이 있었다. 92년 GM에 입성한 새로운 경영진들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 수년 만에 사상 최고의 흑자를 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흑자 전환 방식이었다. 당시 경영진들은 좋은 물건을 만들어 팔 생각 대신 비용 절감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타산을 맞추는 전략을 택했던 것이다. 이 결과 GM의 차는 도요타 등 일제 차보다 품질 면에서 뒤떨어지는 현상이 현저해졌다. 실제로 21일 3만 명 감원을 발표했던 GM의 릭 왜고너 회장도 “5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확실히 각 제품을 월등하게 만드는 데 신경을 더 쓸 것이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GM의 패착은 이뿐이 아니었다. 잘못된 시장 상황 예측도 결정적이었다. 몇 년 전 GM은 향후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 유망할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 반대였다.
소비자들은 치솟는 유가로 기름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 SUV를 꺼리고 있다. 반면 기름과 전기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하이브리드카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GM이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분야였다. GM은 이 분야에 뒤늦게 본격 진입할 생각이었으나 이미 일본 업체들이 선점한 상태다.
노사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워낙 센 데다 90년 중반 구조조정을 당해 해고됐던 전 근로자들의 연금을 현 임직원들이 책임져야 하는 셈이어서 인건비 부담이 보통 많은 게 아니다. 미국 언론들은 “근로자 한 명당 3명의 퇴직 사원들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GM은 향후 3년간 3만 명을 더 내보내겠다는 계획이어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물론 GM의 상황이 모두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해외 비즈니스는 잘 되고 있다. 유럽에서의 사업도 완만하게나마 나아지고 있으며 브라질 쪽도 훨씬 나아졌다. 또 한국의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것은 아주 싼값에 산 셈이며 이 회사도 예상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상황이 좋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일본 및 한국 회사들과 가격 및 품질로 승부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또 대주주의 생각과 행동도 큰 변수다. GM의 경우 전체 주식의 9.9%를 보유한 라스베이거스의 커크 코커리언이란 억만장자가 ‘큰 손’ 행세를 하면서 경영 수지를 못 맞추면 경영진을 교체해 버리겠다는 뜻을 표시해 왔다. 때문에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않을 경우 현 경영진이 위태로워져 가뜩이나 어려운 GM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