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노조 박유기 신임위원장을 만나 단도직입으로 산별전환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박 위원장은 서슴지 않고 “집행 1년 차에 산별전환총회 결론을 내지 않으면 어려울 겁니다”고 한다. 당선된 지 불과 며칠, 올해 승부를 걸겠다고 나선 그의 자신감이 자못 궁금하다. 박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우리는 기업별 노조의 체계를 끝내고 산별노조시대의 새 역사를 만들어 갈 겁니다. 저는 선거기간 동안에 다 얘기했고, ‘이번이 기업별노조의 마지막 선거’라는 걸 명확히 했습니다.
내년이면 복수노조가 되는데, 조합원들은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자본은 하나인데, 노조는 대안 없이 갈갈이 찢어진다면 어떻게 싸움이 되겠냐는 거죠. 그래서 노조의 틀을 기업을 넘어 산업적, 계급적으로 더 크게 넓히자는 겁니다. 이게 자본의 공세에 대응하는 첫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규직 조합원들을 보십시오. 이런 고령화 추세로 2012년이면 콘베이어라인에 3천명이 50세가 넘고, 늘어나는 해외공장들 모두 가동되면 국내 3백50만대 공장이 남겠습니까? 지금 현자노조가 이런 것을 지켜줄 수 있느냐는 거죠. 따라서 냉정히 보면 지금 우리의 벽을 깨고 동등한 노동자로서 함께 뭉치는 길 밖에 없다는 겁니다. 비정규직 늘어나면 날수록 정규직이 불안할 수밖에 없지. 어디 쟤(회사)들 얘기처럼 정규직의 자리가 지켜지겠습니까. 개꿈이죠.
1월중에 노조 내 실 단위를 뛰어넘는 산별기획팀을 만들어 2월 초 대의원대회에서 산별노조 추진위를 띄우고, 교육위원을 뽑아 3∼5월까지 ‘산별전환과 조직체계’에 대한 전 조합원교육을 할겁니다. 이렇게 준비해서 6월에 산별 전환 총회를 붙이고 가결해놓은 뒤, 4만3천명이 지금의 금속노조에 들어가야 하는지, 어떤지 현실적으로 판단을 해야죠.
헌데 산별 전환결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속노조에게 “이것저것 정리를 해줘야 가지 않겠냐”고 하면, 말이 안 되는 얘기죠. 우리가 산별전환 결의부터 해놓고 제대로 된 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해 하반기에는 집중적으로 조직체계 논의하면서 한국의 산별노조운동의 전망을 만들어내야 다들 공감하지 않겠습니까.
전국 총파업도 중요하지만 조합원 80%가 참여하는 지역 집회부터 만들어내 봅시다. 그래야 ‘뭔가 되는 갑다’는 걸 느끼죠. 하나의 조직이라면 원하청 자본이 하는 얘기, 원하청 노동자가 겪는 애로를 함께 풀어놓고 교섭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가능성을 열어줘야 합니다. 지금같이 부품사만 하나의 노조고, 현대, 기아 등 완성차 따로 기업별로 떡 하니 앉아 있으면 아무 희망이 없죠.
우리가 산별 전환하면 비정규직들도 같은 산별노조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질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야 정규-비정규직 갈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줄어 들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저는 가능한 그림이라도 하나씩 맞춰보자는 겁니다. ‘무늬만’ ‘형식만’이란 얘기하면서 산별노조운동 전체를 뒤로 미루지 말고, 이제는 정면으로 받고 갑시다. 올해 이 정도의 꿈은 현실화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산별 전환과 완성의 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면, 제 집행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이것이 현 시기, 제 역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