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보니 세계는 빙하기에 들어가고 있었다. 흥청망청 도박판이 깨지고 세계는 공황의 공포에 빠져들었다.
모두 소리높여서 비난했다. 월가의 투기꾼들을.... 기업이 망하든 말든 거액 연봉을 챙기는 데 정신이 없은 부패한 CEO들을.... 그리고 오로지 무한이윤과 탐욕을 부추김으로서만 유지되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그런데 자본으로 향하던 비난의 화살이 노동을 향해서 급하게 방향을 틀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빅 쓰리가 파산의 위기에 직면하고 미국 정부에 구제금융의 손길을 애타게 내밀고 있는 바로 지금!
UAW ( 전미자동차노조 )가 위기의 주범으로 난타당하고 있다. 강성노조! 자신의 이익만을 탐욕스럽게 챙기면서 회사를 위기에 몰아넣은 주범!
특히 그토록 찬양했던 월가와 신자유주의가 공격을 받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던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신이나서 UAW에 대한 융단폭격을 감행하고 있다.그리고 현대, 기아를 시작으로 노동에 대한 공격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 노동자들도 이러한 자본의 공격에 동조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악마같은 노조?
미국 자본의 이해를 정열적으로 대변하는 포브스닷컴은 UAW를 \' 악마같은 노조 \'라고 불렀다.
그리고 미국자본을 열렬히 숭상하는 한국의 보수언론도 \' 악마로 비유되는 \' 노조로 표현한다. ( 한국경제신문)
그 공격의 촛점에 퇴직자 의료보험지급의 문제가 있다.
\' GM, 직원, 퇴직자 비아그라 값으로 연 1500만 달러 써 \' ( 조선일보 ) 와 같이 선정적으로 공격하지 않더라도 누가 보더라도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빅쓰리의 종업원 수는 20만명이지만, 건강보험을 내주어야 하는 퇴직자와 가족 수는 78만명. 이들 전체에 들어가는 건강보험료는 작년 기준으로 46억 달러 ( 약 6조 7천억원 ) ( 조선일보 )
수치상으로도 어마어마한 돈이 퇴직자의 의료보험과 연금지급에 쓰이고 이 부담이 빅쓰리를 재정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것. 이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이 과연 \' UAW가 회사가 망하든 말든 우리 것만 챙기고 보자는 이기적인 투쟁의 결과인가? \'
강성노조가 아니라 해고에 대한 타협의 산물
UAW는 힘은 있지만 강성은 아니다. 실리적이고 조합주의적인 노동조합이다. 그래서 자본의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자본은 해고 ( lay off )는 자유롭게 한다. 노동조합은 자본의 해고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해고시키는 비용을 높이는 방어적인 전술을 택한다. 그것이 바로 퇴직자에 대한 의료보험과 연금의 지급등의 조항이다. 또한 미국의 해고는 일시해고의 개념이다. 가동률이 떨어져서 공장을 폐쇄하고 일시해고를 하다가 , 경기가 좋아져서 공장을 재 가동하면 노동조합의 선임권에 의해서 그 인원이 그대로 복직을 해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일시해고이기 때문에 \' 잠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동료들 \'이라는 사고도 강하게 작용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구조조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적이 되고 미국 자동차산업의 고용규모가 급격히 위축되어 갔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해고되었다 다시 복귀하는 순환시스템이 붕괴되고 계속 해고자들이 쌓여나가서 현직 근무자보다 해고자 ( 퇴직자)의 수가 훨씬 많아지게 되고 따라서 퇴직자의료보험과 연금지급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게 된 것이다.
따라서 퇴직자 의료보험의 문제는 강성노조가 아닌 지극히 타협적인 노동조합의 대응의 산물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허약한 복지시스템과 의료보험의 문제점의 결과
미국은 유럽에 비해서 복지제도가 정말 미흡하다. 그래서 기업이 복지에 대한 부담을 많이 짊어 지게 된다.
더구나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는 사적인 보험에 의존하고 있고 보험료도 엄청나게 높다. 월 500불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의료보험료 때문에 미국민들 중에 4700만명 정도가 의료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의료보험때문에 직장을 다닌다고 할 정도로 회사에서 지급하는 의료보험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다. 퇴직자 의료보험지급은 바로 국가에 의한 보편적인 복지보다는 기업복지에 많은 것을 의존하는 미국의 허약한 복지시스템의 산물이고 해결책 역시 전반적인 의료보험개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퇴직자 의료보험은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철강, 통신등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는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하나의 역설을 본다
한 국가의 취약한 사회복지제도는 기업복지에 과도한 의존을 낳게 되고 이것이 기업의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미쳐서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거꾸로 서유럽의 경우 기업이 수익구조나 구조조정의 압박을 받을 경우 그 부담을 사회보장제도에 떠넘기면서 해결하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사회복지제도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역설을....
결론은 퇴직연금제도의 모순은 미국의 노사관계, 그리고 미국사회의 모순의 반영이지 단순히 노조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보수언론의 노동에 대한 공세의 계기로 이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조중동등 보수언론들은 UAW를 비난하면서 꼭 사족을 붙인다. 아니 사족이 아니라 공격하고 싶은 곳이 바로 여기다.
\' 현대, 기아차 노조가 지금처럼 파업을 반복하고 생산성향상노력을 거부한다면, 미국 빅3처럼 공멸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100%라는 것이 국내외 자동차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 ( 조선일보 )
세계경제를 도박판으로 만들어버리고 노동과 나누려 하지 않고 탐욕스럽게 부를 독점해왔던 자본과 부유층들이 만들어낸 지금의 위기!
왜 저들은 그 책임을 끊임없이 노동으로 돌리려고 애를 쓰고 있는지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앞으로의 해법도 자신의 부는 단 한치도 손해보지 않고 오직 노동자들의 고통에 의거해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본의 교묘한 책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