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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의 두 얼굴 (펌)

은하수 | 2009-02-12 06:25:12

조회수 : 2,261

<앵커 멘트>

사이코패스를 일컬어 두 얼굴의 인격체라고 합니다. 특히 강호순처럼 사람 좋은 얼굴로 평범한 일상을 지내던 사람이 자신의 쾌락을 위해 흉악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큰 충격을 줬습니다. 반복되는데다 고도화되어 가는 사이코패스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한 남자가 팔에 가짜 깁스를 한 모습으로 여성의 호의를 사 자신의 차로 유인합니다.

“제 차까지 들어다 주실래요? 팔이 아파서.”

이내 그는 여성을 공격하고 차로 납치해 살해합니다.‘연쇄살인’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미국 최악의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홥니다. 74년부터 4년 동안 최소 36명의 여성들이 그의 손에 희생됐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를 흉악범으로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준수한 외모와 바른 행동거지, 능수능란한 언변을 구사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궁핍도 없었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도 있었던 그의 살해 이유는 오로지 자신의 쾌락이었습니다.

재판에서는 스스로를 변호하며 매스컴에 노출되는 것을 즐기기까지 했습니다. 그의 화려한 거짓말은 심지어 재판 기간 동안에도 그를 흠모하는 여성들을 만들 정도였습니다. 1974년부터 30여 년 동안 수사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10명의 여성들을 납치해 고문하고 살해한 데니스 레이더 역시 지역 주민들의 평범한 이웃이었습니다. 그는 시청 공무원이자 마을 교회의 운영위원장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이웃들과 어울려 지냈습니다. 그를 아는 어떤 사람도 그가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을 끄는 매력에 능수능란하고 병적인 거짓말, 하지만 타인에 대한 연민이나 죄책감을 느낄 수 없는 사람.

테드 번디와 데니스 레이더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이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정신병과 달리 사리 분별은 정확히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말주변이 좋아 언뜻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자기 자신을 과장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사기부터 연쇄 살인까지 각종 범죄에 빠져들기가 쉽습니다.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적용된 것은 유영철 때부터입니다. 유영철은 완전 범죄를 기도할만큼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고 희생자에 대한 죄책감이 없었습니다.

자기 중심적이었던 그는 범죄에 대한 책임도 외부로 돌렸습니다.

<녹취> 유영철 : \"이 계기로 여성들이 함부로 몸을 놀리거나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부유층들도 각성했으면 합니다.\"

유영철에 이어 우리 사회를 공포에 빠뜨렸던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정남규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관심을 더 높였습니다. 정남규는 희생자 유족들을 향해 공격하고 자신의 범죄를 과시하기까지 해 사람들을 경악시켰습니다.

그리고 강호순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강호순은 24점을 넘으면 사이코패스로 볼 수 있다는 PCL-R 검사에서 28점을 받았습니다.

PCL-R 검사는 심리 전문가가 검사 대상자의 범죄 전력 자료를 바탕으로 대인관계, 거짓말, 죄의식 등에 관한 20개 항목에 대해 평가를 내려 사이코패스인지 여부를 가려내는 판정 도구입니다. 더 면밀한 검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강호순은 이 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인터뷰> 권일용(강호순 프로파일러) : "여러 가지 범죄 행위를 통해서 사이코패스가 나타내는 특성들,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든지 대인 관계에서 공감할 수 있는 감정 감성이 매우 떨어진다, 이런 부분들이 사이코패스 특성을 많이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강호순을 사이코패스로 진단하는 데 조심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인터뷰> 강덕지(국과수 범죄 분석과장) : \"강호순 사건 같은 경우엔 재미를 떠나서 일단 성적인 자기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고 그다음에 이 사람을 살려둠으로써 말미암아 자기가 위험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 살인이란 방법을 택한거죠.\"

강호순은 앞서 사이코패스로 분류된 유영철이나 정남규와는 다른 유형을 보입니다.

<녹취> 이웃 주민 : \" 내가 깊이 많이 사귀어 보지 않았지만 봤을 때는 괜찮아요. 같이 이웃에서 사니까, 살려고 노력한 사람 같고.. 농장도 하고 계시고.. 그런 분이 왜 그랬는가, 참..\"

유영철과 정남규는 사회로부터 일정하게 소외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지만 강호순은 범죄 중에도 이웃과 교류하며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회 생활을 했습니다. 또 세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반사회적인 경향을 보인 유영철 정남규와 달리 강호순의 목적은 쾌락이었습니다.

<인터뷰> 표창원 교수(경찰대 범죄심리학) : \"향상된 기술, 자기 포장술 위장술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이코 패스 연쇄 살인범의 모습이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 :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목적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지금 강씨가 보면 서구사회에서 성적 살인을 하는 연쇄살인범에 더 가까운 것이죠.\"

잘 생기고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에 경제적 궁핍이 없고 자신의 가족에게 애착을 보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상냥한 평범한 이웃, 겉으로 드러난 강호순의 모습입니다. 테드 번디나 데니스 레이더처럼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쾌락을 좇아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패스 범죄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인터뷰> 권일용(강호순 프로파일러) : \"평소에 자기가 굉장히 외형적으로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 호감있게 보여지고 싶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고, 성실하다는, 이런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한 걸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이코패스 특징을 보인 범죄자는 사실 강호순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6년 5월부터 2개월 사이 경기도 일대에서는 여성 3명이 차례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검거된 범인은 당시 26살의 김 모 씨였습니다. 깔끔한 외모에 모자람 없는 가정 환경, 직장도 다니고 있었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도 있었습니다. 비행 전력도 없고 도로교통법 위반 외에는 전과도 없는 모범시민이었습니다.

<인터뷰> 박형민(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원) : \"우발적으로 살해를 하게 됐는데 그 사건 이후로 굉장히 힘들고 방황하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살인에서 느꼈던 그 쾌락의 경험을 잊지 못했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서 여성을 유인해서 납치하고 상호작용을 하다가 살해를 하고...\"

세 명이나 되는 무고한 여성들을 해치면서도 희생자에 대한 죄책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박형민(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원) : \"범행 당시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생각 보다는 그것이 자기 범행이 드러났을 때 자기 가족, 형이 곧 결혼할텐데 라든지 아버지 사업이 막 시작했는데, 여자 친구가 어떻게 생각할까...\"

평소엔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두 얼굴의 사이코패스가 등장했다는 사실에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 : \"아마도 우리 사회가 이제는 대단히 개인 중심적인 서구화된 사회로 탈바꿈을 하고 있는 과정 중이다. 이렇게 판단이 되고요. 그로 인한 사회적인 병리 현상으로 이런 연쇄 살인이나 무동기 범죄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판단이 되는 것이죠.\"

사이코패스 범죄가 더 고도화되고 지능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인터뷰> 표창원 교수(경찰대 범죄심리학) : \"본성을 감추고 생존해 내는 방법을 잘 터득한다면 그들이 좀 더 많은 수단과 방법들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학력도 높은 학력 취업을 통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올라갈 수도 있고...\"

온화한 인상의 의사로 일하면서 환자 230여 명을 감쪽같이 죽인 영국의 연쇄 살인범 쉽먼과 같은 경우도 나올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사이코패스 연구의 권위자 로버트 헤어 박사는 캐나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성인 인구의 1% 정도가 사이코패스라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상습 강력범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15% 정도가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를 사전에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인터뷰> 이수정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 : \"그게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굉장히 이중적이고 남한테 위장을 잘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식별해 내는 건 어렵습니다.\"

<인터뷰> 표창원 교수(경찰대 범죄심리학) : \"여러 매체를 통해서 떠도는 자기 진단법 어떤 심리 검사나 질문 등을 통해서 한 사람의 성격, 특히 사이코패스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이건 전혀 사실 무근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몇 가지 징후만 갖고 그 사람의 어떤 문제를 사이코패스로 단정 짓는 것도 대단히 위험한 접근이고요.\"

식별도 불가능하고 마땅한 치료법도 없다면 사이코패스형 인간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이코패스는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이 취약한 선천적 요인과 함께 어린 시절의 환경 요인이 결합돼 만들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유전적 특질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어린 시절에 사이코패스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인터뷰> 표창원 교수(경찰대 범죄심리학) : \"특히 초등학교 단계에서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품행 장애를 나타내는 아동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 그리고 전문가의 치료와 조치들을 취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사이코패스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 범죄로 그동안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른 영미권에서는 이런 노력들을 구체화한 지 오래입니다. 품행 장애 속에서 범죄에 빠진 어린이들을 교정 시설 대신 특수 병원에 보내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도록 하는 능력 등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 : \"아동기 후기에 이미 주의력 결핍이 있고 품행 장애가 시작이 되는 그 시점에 만약 치료적 개입을 할 수 있다면 성인 사이코패스로 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죠.\"

일그러진 가치를 좇는 사회가 사이코패스가 자라나는 토양이 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사승언(신경정신과 전문의) : \"얼마나 잘 돈을 얼마나 버는지, 잘 살기위해선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다, 성공하기 위해선 어떤 과정도 용납될 수 있다는 그런 현상이 사회에 만연돼 있기 때문에 애들이나 모든 사람이 결과에만 관심을 가져요.\"

유영철과 정남규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을 때 우리는 이미 사이코패스에 대처해야 할 방법을 살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자 마자 쉽게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그들을 격리하는 것으로 우리는 안도했지만 사이코패스는 또다시 강호순의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강호순 역시 격리되고 말겠지만 그게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나와 내 가족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노력, 바로 지금 시작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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