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채권은행들의 주채무계열 재무평가 확정을 앞두고 어떤 기업들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GM대우는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머지 10여 곳은 27~28일 채권단협의회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지난 24일 평가를 완료한 채권은행들에 따르면 12곳 안팎이 불합격 판정을 받거나 잠재부실 가능성으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 부채비율 높으면 약정 불가피할듯 =
평가기준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부채비율을 놓고 보면 대우조선과 GM대우는 약정 체결이 확정적이다. 두 회사 모두 부채비율이 500%를 넘어 이자보상배율과 영업이익률 등 다른 평가기준이 좋다 해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피하기 어렵다. 대우조선은 조선업 특성상 선수금 비중이 커서 부채비율이 높지만, 전년과 비교해 부채비율이 2배 가까이 오르고 최근 수주환경이 악화된 점도 고려 요인이다. GM대우는 2조원 넘는 환손실에 판매부진까지 겹쳐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특히 GM대우가 최근 요청한 대규모 자금지원과 관련해 채권은행들은 자산매각과 증자를 비롯한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대한전선과 동양그룹은 지난해에도 약정을 체결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부채비율이나 영업이익 등 측면에서 상황이 별반 나아지지 않아 올해 다시 대상에 들 전망이다.
이 밖에 부채비율 200%를 넘는 대기업 가운데서는 동부 한진 두산 등이 약정 체결 대상으로 거론된다. 동부는 제조분야와 금융분야 계열사가 모두 어려움에 처해 있다. 동부하이텍은 반도체사업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동부건설은 주택시장 침체로 타격을 입었다.
◆ 구조적 수익성 악화 기업도 해당 =
금호 웅진 등도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분류된다. 금호는 재무평가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대우건설 인수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약정 체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웅진은 신한은행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방침을 거의 굳힌 상태다.
재무평가를 실시한 채권은행들과 금융감독원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기업이 조정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27~28일 채권단협의회에서 은행들 사이에 이견이 노출될 수도 있어 30일 금감원 최종 보고 때까지 어느 기업이 약정을 체결할지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30일에는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예정돼 정부 판단도 개입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평가는 채권단 주도로 이뤄진 것이고, 이번 청와대 회의에서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에 대한 보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선제적 구조조정을 거듭 강조해온 점을 고려하면 채권은행들과 금융감독당국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 기업으로 두 자릿수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
◆ 오너 경영진 퇴출될 수도 =
일단 약정을 맺으면 채권단은 해당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매각, 유상증자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워크아웃과 달리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지만 자산매각 등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수반된다. 기업이 확보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쓰이고 신사업을 비롯한 다른 용도에 쓰려면 채권은행과 협의해야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자산매각, 유상증자, 신용평가 등 평가항목 이행 실적이 목표치에 미달하면 약정 불이행으로 간주된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약정을 이행하지 못하면 채권은행이 이행기간을 연장해줄 수 있다\"며 \"그런 뒤에도 이행실적이 목표에 미달하면 은행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즉 대출회수와 만기연장 불가 카드를 꺼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재무약정을 체결한 대기업들이 약정을 불이행해도 은행들이 해당 대기업에 별다른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오너나 경영진까지 퇴출될 수 있다. 정부와 채권단 자금이 투입됐다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오너들 지분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