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돌아가신 지도 이제 한 달 반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외로우셨습니까. 당신의 죽음 뒤로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 앞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말씀하셨듯이 함께 어깨를 걸고 싸웠고, 비록 완전한 승리를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당신이 염원했던 해고노동자들의 복직도 이뤄냈습니다. 노동자에게 해고는 살인과 같고, 정리해고는 집단살인과 같다는 것은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그 누구도 알고 있는 단순한 사실입니다. 그 단순한 사실을 저들 이윤추구에 눈이 먼 자들에게 가르쳐주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는 데, 정녕 당신의 목숨이 필요했단 말입니까. 그 단순한 사실을 가르쳐 주는데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이라는 그토록 큰 슬픔이 있어야 했다는 말입니까. 박종태 동지. 억울합니다. 정말 너무나도 억울합니다.
박종태 열사여! 당신은 죄가 있습니다. 이 엄혹하고 비정한 사회에서 당신 한 사람의 행복만 챙겨도 모자랄 판에, 당신은 왜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하고, 고뇌하며, 끝내 목숨까지 내놓았단 말입니까. 모두가 자기 살 길만 찾아 아등바등하는 이 시대에, 당신은 어째서 다른 이들의 길도 함께 찾아주고자 그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착한 사람일수록 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 시대의 슬픈 진실을,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고 떠난 동지가 너무나도 밉습니다. 당신의 죽음을 막지 못해 함께 죄인이 돼버린 우리는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박종태 열사여! 못난 우리에게 당신은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당신의 떠남 앞에 부끄러운 우리를 위해, 이제 당신께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십시오. 당신 앞에 부끄러워 죄인이 돼버린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생전의 그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어루만져 주십시오. 그래야만 살아남은 우리도 더 이상 역사의 죄인이 아니라, 당신의 뜻을 이어받은 자랑스런 박종태의 후예가 될 것입니다.
박종태 열사여! 당신이 유서에서 ‘동지들과 함께 했던 수많은 시간이 행복했고, 소중했다’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당신과 한 시대를 살았다는 것에 깊은 행복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동료와 후대를 위해서, 역사의 열매가 아니라 거름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동지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동지의 마음을 따라 노동해방 세상을 만드는 데 우리도 함께 할 것입니다. 박종태 동지! 비록 그 몸은 오늘 우리 곁을 떠나더라도 동지의 영혼은 사랑하는 가족과 우리 노동자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안식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