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사태 처리 과정에서 노동자를 배려하는 정부나 채권단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법정관리인은 비용절감만을 앞세워 막무가내식 감원을 강행하고 있다.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대주주, 졸속 매각을 한 것으로 드러난 정부와 채권단은 방관만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쌍용차 사태는 벼량 끝으로 몰리고 있다.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40일 가까이 평택공장에서 점거파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응답은 없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3000여명이 29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평택 | 남호진기자
쌍용차는 지난해 세계적 수요감소로 매출이 줄면서 7096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회생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주주·정부·채권단이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있는 곳은 없다.
최대주주인 상하이차는 한국 정부와 채권단에 자금 지원 요청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왔다. 대주주로서 부실에 책임지는 자세는 엿보기 힘들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 이후 실질적 지원뿐 아니라 쌍용차에 지급해야 할 기술 개발 부담금 1200억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지난해 말 철수설을 흘린 뒤 올 1월 초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사측을 대리하는 법정관리인은 삼일회계법인의 실사를 거쳐 인력 감원 위주로 구조조정을 진행키로 하면서 불씨를 키웠다. 지난 4월 실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직원의 37%인 2646명에 대한 감축안을 내놓고, 밀어붙였다. 희망퇴직자들이 나오면서 감원 대상자는 967명으로 줄었지만 강압적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5시간 3조2교대제 등 노조가 요구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대안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재무 상태만 따져 너무 감원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방향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나 채권단도 손놓고 있었다. 산은은 그동안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았고 사측에서 자금지원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며 뒷짐을 졌다. 산은 관계자는 “우리도 상하이차가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할 줄 몰랐다”며 상하이차의 법정관리 신청 움직임조차 제때 파악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다 보니 정부, 채권단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매각 책임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라며 수수방관했다. 지방 경제 활성화를 호소하는 지역민들의 민심도 외면했다.
특히 중국 자본이 국내기업을 인수, 기술만 빼가고 발을 빼는 행태에 대해 아무 제재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상하이차는 앞으로 주식의 대부분을 소각한 뒤 손을 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본이 상하이차처럼 행동했다면 방관했겠느냐”며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손을 쓰지 못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사태에 뒷짐을 지고 있는 배경에는 강성인 쌍용차 노조를 손보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노사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아 파산한 뒤 노조를 와해시켜 제3자 매각을 수월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퇴직자도 “과거 대우자동차도 노조원을 대량 정리해고한 뒤 GM에 넘기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중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김필수 교수는 “쌍용차의 파산은 협력사와 영업망은 물론 수많은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국산차 산업구조 개편 같은 큰 그림을 놓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쌍용차는 디젤차 부문에서 역사와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공장부터 다시 돌리면서 노사가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