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경제논리로 한국GM 푼다, 산은이라 포기 안해"
"뱅커라면 한국GM? No…밑빠진 독에 물붓기도 안해"
"15만명 일자리에 5천억 쓴다면 괜찮은 가성비"
뉴스1 정재민 기자 | 2018-04-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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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한국지엠에 대해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뱅커라면 한국지엠에 자금지원은 어렵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국가 경제를 위해 한국지엠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회장은 4일 오후 뉴스1과 만나 한국지엠에 대해 "GM이 군산공장 폐쇄 등 문제를 정치화하고 있지만, 산은의 마지막 판단은 순수하게 경제적 논리에 따라야 한다"며 "산은의 결정이 정치적으로 비화하면 정말 힘들어진다"고 했다.
이 회장은 산은이 폴리시 브랜치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지엠의 경우 리스크가 크고 수익성도 높은 것이 아니어서 뱅커(민간은행)'라면 지원하지 않겠지만 '폴리시 브랜치(정책당국)'의 한 부분이기에 국가 경제 측면에서 최대한 이익을 끌어내는 목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도 "폴리시 브랜치로서 비용과 이익을 비교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앞서 GM 측의 한국지엠 실사 협조가 충분하다는 조건으로 4월 말까지 지원이 필요하면 지분율(17.02%)만큼 담보부 단기 브리지론 형태로 제공하기로 했다.
정치권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가성비론'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이 회장은 "최근 자동차 산업이 불안한 상황에서 15만 일자리를 5000억원을 들여 유지할 수 있다면 가성비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며 "국가 경제와 15만명의 일자리를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GM은 지난달 산은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지엠에 빌려준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전액 출자로 전환하겠다며 신차 출시나 생산에 필요한 28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2대 주주인 산은은 지분율만큼 약 5000억원의 신규 투자에 참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 회장은 2대 주주로서의 한계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한국지엠의 부도 가능성에 대해 "GM 본사가 있고 산은은 2대 주주여서 직접 개입할 수도, 무언가를 요구할 수도 없다"며 "규모 면에서도 금호타이어와 한국지엠은 다르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산은이 최대주주지만 지엠은 우리가 직접적인 책임을 질 수 없고 견제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제한적인 구조로 인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한국지엠은 산은의 실사, 노사 임단협,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대한 정부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검토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세 과정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은은 지난달 14일부터 GM 측의 성실한 자료제공을 전제로 2개월간 실사를 하고 있지만, 실사 확약서에 대한 논의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산은은 오는 20일쯤이면 윤곽을 파악할 수 있는 실사 중간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상대방 입장을 무시하고 갈 순 없어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며 "순탄하지는 않지만 만족할 수준까지,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최대한 실사 결과가 나오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노조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회장은 "고용 보장만 해달라는 것보다 매력적인 시장과 공장이 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노사가 서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