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본사와 거래내역은 공개 못해”…산은과 신경전
경향신문 임지선 기자·김준 선임기자 ┃ 2018.03.07 06:00:01
ㆍ필수 검토 자료 제출 거부에 실사 범위·기한 합의 못해…엥글 부사장 방한에 ‘기대’
한국지엠이 산업은행의 실사를 앞두고 미국 본사와의 거래 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오히려 모든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하는데도 협의가 잘 안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구체적인 실사 범위와 기한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로 ‘샅바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예상되는 배리 엥글 GM 부사장의 방한이 실사 합의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6일 “재무팀은 산은에 자료를 다 제공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도 실사가 시작이 안되고 있는데 산은이 원하는 게 뭔지 정말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는 책임을 산은에 돌린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원하면 GM 본사의 메리 바라 회장과도 만나는 걸 주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산은과 한국 정부는 이 같은 한국지엠의 태도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지엠은 국내에서 일어난 거래와 국내의 재무정보만 공개하겠다는 입장이고, 우리는 미국 본사와의 거래가 어땠는지를 보고 싶은 건데 그 정보는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부정적으로 나오니까 협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실사의 핵심은 한국지엠이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객관적 정보가 필요하다. 특히 매출원가율, 고금리 정책 등 주로 미국 본사와 거래하면서 발생한 문제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본사와의 거래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야 우리 정부가 협상할 ‘무기’가 생기는 셈이다. 또한 높은 매출원가율, 이전가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또다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유독 ‘본사와의 거래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실사 합의서를 작성하는 데도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우리는 구속력 있는 자료 제출을 원하고 그걸 실사 합의서에 명기하자는 건데 그것도 못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측은 ‘포괄적인 자료 제공’에 동의할 수 없다며 ‘자료 제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메리 바라 회장과 이동걸 회장의 만남을 주선할 능력이 되는지에도 의심을 품고 있다.
실사의 실마리가 산은과 실사를 하기로 원칙적 합의한 배리 엥글 사장의 방한으로 풀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