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민주노총 ‘작심 비판’ 왜?
한겨레 김태규 박기용 기자 ┃ 2018-11-13 21:16
대우자동차 노동운동가 출신
상급노조 경직성 여러 차례 짚어
올해도 최저임금 등 두고 마찰
지엠노조는 지역구사무실 점거
현 정부 ‘노조 압박’ 기류도 작용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 갈등 폭발
노동계 “공약 후퇴 은폐 시도” 반발
노동운동을 했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강성 노동계’ 비판 발언들을 내놓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의 거친 발언이 탄력근로제 확대 등 민감한 노동 현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취임 6개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민주노총과는 대화로 뭐가 되지 않는다. 항상 폭력적인 방식을 쓴다”고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귀를 결정하지 않은 민주노총과 ‘어떻게 대화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또 자신의 지역구(인천 부평을)에 있는 한국지엠(GM)자동차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노조가 지난번에 카허 카젬 사장을 감금했는데 미국에서 그러면 테러”라고 쏘아붙였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원내대표는 지엠자동차 전신인 대우자동차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재선이었던 19대 국회 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고 올해 5월 원내대표 취임 직전까지 환노위원장으로 일했다. 그는 평소 사회적 타협을 강조하며 상급노조의 경직성을 여러 차례 비판했다. 지난 5월엔 최저임금 계산 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넣는 최저임금법 개정 합의를 주도하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후 6·13 지방선거 유세 현장 곳곳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홍 원내대표에게 항의하면서 유세가 어려울 정도였다. 최근 지엠노조는 회사 쪽의 연구개발 법인 분리를 막아달라며 홍 원내대표의 지역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켜켜이 쌓인 홍 원내대표와 노조의 갈등이 최근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시각이 많다.
홍 원내대표의 강성 발언은 사회적 타협을 위해 노조의 양보를 촉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최근 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약자일 수는 없어 민주노총이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한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복귀하지 않는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노조 쪽의 양보를 받아내 입법 성과물을 내겠다는 조급함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노동계와 대화하며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너무 강한 모습을 보여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7월부터 시행된 노동시간 단축에 경영계가 반발하자, 올해 정기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계는 여권 고위 인사들의 ‘노동계 때리기’에 반발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탄력근로제 개악을 민주노총이 강하게 비판하니 (여당의) 공약 후퇴를 감추려고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들이 정한 룰과 시간 안에 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강행처리 하겠다는데 이건 대화를 하려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