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이채필 고용노동부 차관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정기훈기자.
19일 오전 10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아래 환노위)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고용노동부의 ‘타임오프 매뉴얼’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야당 의원들은 특히 고용노동부 매뉴얼이 타임오프제도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노조탄압에 악용되고 있다고 고용노동부를 질타했다. 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이날 회의에 앞서 기아차 소하리 공장을 방문해 기아차지부(지부장 김성락)으로부터 받은 노조탄압 보고서를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기아차의 경우 조합원 1만명이 하루에 4시간만 교육을 하더라도 타임오프 한도가 초과돼 노조업무를 할 수 없게 돼버린다”며 “전임자가 아닌 일반 조합원들의 조합활동까지 타임오프 시간에 포함시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이냐”고 이채필 고용노동부 차관에게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또한 “기아차 사측을 만나보니 사측은 ‘고용노동부의 매뉴얼 때문에 어쩔 수 없으며, 매뉴얼을 수정해 만들어 주면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하더라”며 “고용노동부가 쓸데없이 매뉴얼을 만들어 회사의 운신의 폭까지 없애버린 꼴”이라고 쏘아 붙였다.
같은 당 홍영표 의원도 “이채필 차관은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알고 있냐”며 타임오프 매뉴얼을 앞세운 사용자들의 노조탄압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채필 차관은 “단체행동권을 모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모호하게 답변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차관은 이날 “타임오프 매뉴얼이 법적 강제력이 있는 ‘행정규칙’ 아니냐”는 한나라당 신영수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임태희 전 노동부장관은 매뉴얼을 ‘업무지침’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홍영표 의원은 이 차관의 입장이 임 전 장관의 말과 다른 것을 문제 삼아 추궁했지만, 이 차관은 “크게 보면 같은 것”이라고 맞서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노조사무실 철거, 현수막 훼손, 단체협약 해지 등 타임오프제도 시행과 맞물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노조탄압 사례들을 언급하며 “타임오프제도는 노사관계 선진화에 역행하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타임오프 매뉴얼은 사용자 손아귀에서 노동조합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라며 법을 떠나 매뉴얼의 불합리한 지점이라도 고칠 의향이 없는지를 물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도 동일 회사내 사업장 간 거리가 먼 경우, 하루 18시간을 일해야 하는 경우 등을 예로 들며 타임오프제도가 현장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며 매뉴얼의 보완을 우회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타임오프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단체협상을 진행하는 1백인 이상 유노조 사업장 1,320곳 중에 682개 가 타임오프에 잠정 합의했으며, 이 중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지킨 사업장은 652개라고 밝혔다. 조사대상의 51.7%가 타임오프제도를 도입했다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는 또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중에도 52개가 단협 잠정합의를 이뤘는데, 이 중 26곳이 타임오프를 준수했다”며 한국델파이와 타타대우상용차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이채필 차관은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며 “일부 노사 갈등이 있지만,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이날 아침 기아차를 방문했던 것을 상기하며 “현장에서는 오히려 노사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심지어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도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중 101곳이 전임자를 현행유지키로 했다는 금속노조 보도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노동부가 주장하는 ‘대세론’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채필 차관은 “고용노동부 조사결과는 노사 모두에게 확인한 것”이라며 도리어 노조 측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차관은 또한 “일부 갈등은 제도 정착과정에서의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차관은 이 같은 입장을 근거로 의원들의 매뉴얼 일부수정 내지 폐기 주장에 대해 즉답을 피하며 사실상 기존 매뉴얼 수정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이 차관은 이제까지 노사자율로 보장돼온 노조에 대한 각종 편의제공 중단 사태에 대해, “건전한 노사관계에 벗어나는 내용은 과거 관행과 관계없이 적절치 않다”는 공세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건전한 노사관계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홍영표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 차관은 타임오프 관련 ‘이면 합의’에 대해서도 “불법과 편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하겠다”며 “잠시 동안은 존재할 수 있어도 영원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비전임자의 업무를 근로시간면제제도에 포함시키는 것이 법 개정 취지에 맞다”면서도 “관련 내용이 ‘전임자’ 항목에 있다 보니 법 구조상 손을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활동을 더 제한해야 한다는 방향의 얘기지만, 여당 의원조차 타임오프제도 및 노동부 매뉴얼이 법적으로 하자가 있음을 지적한 셈이다.
-금속노동자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