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7일 언론노조 MBC본부 각 지역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본사에 모여 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MBC본부 제공
MBC 본부의 총파업투쟁이 3주째 접어들었다.
19일 아침 7시 30분, 조합원 400명이 1층 민주의 터에 모였다. 김재철 황희만의 출근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늘도 김재철은 출근하지 않았다.
파업 대오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조합원들의 참여는 더 뜨거워지고 아나운서 조합원들이 거리낌 없이 거리로 나선다. 집행부는 토요일 일요일에도 선전전을 감행하고 비조합원 선배들은 격려금을 선뜻 내놓는다.
선배들의 성명도 이어진다. 84사번(국장급)사원, TV 제작본부 보직부장, 85사번 사원, 87사번 사원, 경영인 협회까지 성명을 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MBC 구성원들이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TV 제작본부 보직부장 12명은 모두 실명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일도 처음이다.
보직부장들은 성명에서 “이번 파업 사태는 김재철 사장의 무리한 인사에서 비롯된 만큼, 황희만 부사장 임명을 철회하고 노조와 적극 대화에 나서달라”며 김재철 사장이 “회사 밖으로 돌면서 마치 남의 일인 양하는 태도에 깊은 절망감마저 일어난다”고 밝히고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단호한 결단”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이우호 논설실장도 "아직도, 꿈을 꿉니다"라는 개인성명을 18일 새벽 2시 사내게시판에 발표했다. 논설실장이 성명을 내는 것도 처음이다.
황희만, 신경민 앵커와 81년 입사동기인 이우호 논설실장은 “이제, 김재철 선배께 간곡한 부탁을 드립니다”며 “다른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혹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황희만 이사 부사장 임명과 그 이후의 해명은 구성원들에게 ‘조삼모사’로 느껴질 뿐”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해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는 “노동조합과의 힘겨루기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자존심이 망가졌을 사원들의 모멸감을 씻어주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우환 논설실장은 “18년 전 그날, 심장이 멎을 것 같았던, 전쟁터와 다름없던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팔자 사납기가 폴란드와 닮았다는, 넋 잃은 절규가 나오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라며 글을 맺었다.
MBC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었다. 김재철과 그를 추종하는 한 줌의 무리를 제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더 견고하게 뭉치고 있다.
MBC 본부는 4월19일 06시부터 “천안함 침몰사건 보도” 인원을 파업현장으로 복귀시켰다.
MBC 이근행 본부장은 “MBC 선후배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 투쟁을 “MBC의 독립성과 공정방송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선택”이라며 “이번 싸움이 저희들을 지키고, MBC를 지키고, 죽어가는 언론을 지키는 길임을 확신”한다고 밝히고 “자기 확신이 더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이근행 본부장은 “스스로 약속을 파기하고 변명하기에 바쁜 김재철 사장을 저는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이미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신뢰를 상실했습니다.”고 밝혀 김재철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강조하고 “저희들은 두려움 없이, 꿋꿋하고, 지혜롭게,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이 번 총파업투쟁은 반드시 MBC 역사의 자랑스러운 한 장으로 기록될 것입니다”라며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