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지난달 30일 구미 KEC에서 자행된 회사의 불법적 용역깡패 투입과 직장폐쇄에 맞서 2일 낮 3시 KEC공장 앞에서 ‘KEC 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금속노조 간부 결의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KEC지회(지회장 현정호)는 사용자측과 2010년 임단협을 진행해 왔지만, 올해 유독 노사간 입장 차이를 좁히기 어려웠다. 회사가 개악노조법마저 멋대로 해석한 노동부 타임오프매뉴얼을 기준삼아 앵무새처럼 ‘법과 원칙’만을 강조해 왔기 때문. 이에 지회는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조정신청과 쟁의행위찬반투표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지난달 9일부터 합법적인 파업을 벌여 왔다.
하지만 회사는 담화문과 휴대폰 문자를 통해 지회의 파업을 끊임없이 ‘불법’으로 호도하며 파업참가 조합원들을 징계해고 하겠다고 협박했다. 더불어 지회에 60억에 달하는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혀왔다.
KEC사측은 급기야 지난달 30일 새벽 2시 여성 용역 100여명과 남성 용역 300여명을 공장에 기습 투입해 천막에서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공장 밖으로 쫒아 내고 천막 15동을 강제 철거했다. 이날 새벽 3시부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회사는 조합원들의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마저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폐쇄 기간이라 하더라도 조합원의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을 막는 것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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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 공장에 투입된 용역들이 출입문에 배치돼 조합원들의 공장 출입을 막고 있다. |
이날 투입된 남성 용역들은 심지어 여성 조합원들이 자고 있는 기숙사에 쳐들어가는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1백여 명의 여성조합원들은 잠옷을 입은 채로 용역들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려야 했으며, 기숙사에서 2시간가량 감금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당시 순찰을 돌다 기숙사 쪽에서 용역 투입을 목격한 KEC지회 양태근 부지회장은 침탈 사실을 알리기 위해 소리치다 용역들에게 짓밟혀 부상을 입고 기절하기도 했다. 이후 양 부지회장은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온 몸에 타박상을 입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KEC에 투입된 용역 중에 발레오만도에서 일하던 용역들이 다수 목격되기도 했다. 발레오만도는 용역 1명당 매일 20만원가량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대로 대입해 보면 용역 400명을 유지하는 경우 KEC는 하루에 무려 8천만원가량 쓰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직장폐쇄 며칠이면 전임자 처우를 유지하고도 남는 돈을 용역 고용에 사용하는 셈이다.
KEC지회의 파업은 7월1일까지 총 15일째다. KEC지회가 이렇게 장기간 파업을 한 것은 지난 99년 4일간의 파업 이후 11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KEC 노사관계가 올해 전례 없는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는 데에는 노동부의 부당한 개입이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EC 공장에는 최근 노동부 직원이 상주하며 지회의 각종 행사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 목격돼 왔다. 또한 대구지방노동청구미지청은 지난달 28일 회사에 공문을 보내 “7월1일 이후 근로시간면제시간 및 인원한도를 초과하여 유급을 인정하거나 편법적으로 노조운영비를 원조하는 경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돼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며 지속적인 지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노사 간 갈등을 중재해야할 노동부가 도리어 싸움을 붙이고 있는 격이다.
KEC지회는 조합원 700명 규모로 구미지부 최대 규모 사업장이다.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들 중 노동기본권 관련 단협조항에 대해 노사 자율로 합의 수순을 밟고 있는 곳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대기업 재벌 그룹사들과 KEC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대규모 사업장들은 유독 올해 임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타임오프 적용 과정에서 전국적으로는 기아자동차가 타깃이 되고 있듯, 각 지역에서도 대규모 사업장이 표적이 돼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것.
금속노조는 재벌 대기업과 KEC처럼 탄압의 표적이 되고 있는 사업장들뿐만 아니라 이미 6월안에 임단협을 타결한 사업장들까지 모두 묶어 6월에 진행했던 총파업 투쟁보다 더 크고 강력한 7월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노조는 2일 KEC에서 열리는 결의대회를 그 싸움의 시작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