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를 폭력으로 짓밟는 것도 모자라 여성 노동자를 성추행한 경찰의 만행이 밝혀져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8일 낮 12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륭전자 사측의 폭력을 묵인하고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폭력 연행, 성추행한 동작경찰서의 만행을 강하게 규탄했다.
기륭전자분회가 지난 달 29일부터 집회 신고를 하고 회사 정문 앞에서 아침출근집회를 진행하자 사측 관리자들은 시끄럽다며 방송용 스피커를 발로 차고 집회 용품을 강탈하는 등 집회를 방해하고 분회장과 집회 참가자들을 폭행했다.
분회 김소연 분회장은 “집회 신고가 되어있는 날마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맞지 않도록 막아달라, 물건이 망가지지 않도록 막아달라, 최소한 폴리스 라인이라도 쳐달라고 경찰에 요구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마찰이 없도록 조심하라고 경고했다”며 사측이 폭행을 행사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러한 행태를 묵인한 경찰의 만행을 폭로했다.
지난 6일 분회가 출근집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사측 관리자들은 폭력을 행사하며 집회를 막았다. 최동열 대표이사는 출근하면서 집회 용 스피커를 발로 찼고 집회 참가자가 이에 항의하자 달려 나와 머리채를 휘어잡고 배를 가격하는 등 폭행을 했다. 조합원들은 대표이사를 폭행 현행범으로 고소했고 이 과정에서 사측도 집회 참가자를 고소해 양측 모두 경찰서로 이동했다.
경찰서에서도 사측의 폭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분회 박 모 조합원은 경찰서 로비에서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이 때 사측 관리자가 박 조합원 가슴 쪽으로 다가와 핸드폰을 얼굴에 들이댔다. 놀란 박 조합원이 손을 저었고 관리자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사측은 이를 보고 재물손괴, 폭력행사라며 현행범으로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박 조합원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CCTV 확인을 요구하며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으나 경찰은 현장에서 체포했다며 박 조합원에 대한 조서를 꾸몄다.
조사 과정에서 박 조합원은 형사계 안에 문을 잠글 수 없는 화장실에 들어가 바지를 내린 채 볼일을 보고 있었는데 남자형사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다. 수치심을 느낀 조합원이 왜 문을 열었냐고 항의했지만 형사는 ‘무슨일이 있을까 열어봤다’며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다음 날 7일 분회는 동작경찰서의 사측 편들기와 성추행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경찰은 기자회견 참가자와 조합원을 불법으로 연행했고 이 과정에서 한 조합원의 상의가 완전히 벗겨져 속옷차림이 되었지만 경찰은 옷을 덮어주기는 커녕 몸이 마비되 고통을 호소하는 조합원을 “목숨에 지장은 없다”며 방치했다.
김 분회장은 조합원들이 성추행을 당하고 폭력연행된 경과를 보고하고 “돈과 권력 앞에 법은 없다. 여지껏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지만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투쟁을 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침통한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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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성추행 피해자인 기륭전자분회의 조합원이 당시 상황을 증언한 뒤 분노의 눈물을 떨구고 있다. 신동준 |
성추행을 당한 박 조합원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 “노조 활동을 한다는 것만으로 이러한 치욕을 당해야 하느냐. 그들은 나한테 미안한 마음도 가지지 않았다. 형사들이 쳐다보고 여경들이 몸을 만지는 것도 불쾌하다”며 “나는 오늘 형사와 원수가 졌다. 이 한을 풀지 못할 것이다”라고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토했다. 결국 박 조합원은 발언을 마치고 탈진한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5년 넘게 싸우고 있는데 문제 해결은커녕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에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밝히며 “법치국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하는 나라에서 경찰에 의해 이러한 폭력이 자행될 수 있느냐”고 경찰과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또한 정 수석부위원장은 이후 경찰과 정부에 항의하는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의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경찰은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서울경찰청 정문을 지나 기자회견 장소로 이동하는 조합원들을 막았다. 이에 분노한 조합원들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막느냐. 불법을 저질렀다면 증거를 대라”며 “무엇이 그렇게 무서워서 길도 지나가지 못하게 하냐. 내 입을 막고 싶으면 차라리 죽여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보호받아야 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불법 폭력으로 짓밟는 정권과 경찰을 한 목소리로 규탄하고 이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찰의 만행에 강력이 대응할 것을 결의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성추행을 자행한 경찰관을 파면하고 폭력연행한 경찰관을 엄벌할 것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