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죽여라”며 78일간의 고통을 감내해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2월 26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한진중공업은 이날 바로 노조에 교섭을 요청했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6시간의 교섭끝에 밤 8시경 ‘2009년 12월 18일부터 인위적인 구조조정(일방적 정리해고)과 관련하여 2010년 2월 26일부로 중단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총파업으로 날려버린 78일간의 고통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지난 해 12월 11일, 한진중공업은 노동자의 목에 칼날과 같은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들이 밀었다. 1937년에 설립되어 한국조선산업의 디딤돌이 되고, 부산경제의 중심을 맡아왔던 73년의 역사보다도 더 괴롭고 힘든 78일이었다.
한겨울 매서운 찬바람이 몰아치는 2009년 연말, 회사의 강요와 협박에 못이겨 350여명의 노동자들이 허울좋은 ‘희망퇴직’의 미명하에 정든 일터를 떠났다. 그리고 올해 2월 23일부터 총파업 하루전날인 2월 25일까지 진행된 회사의 2차 희망퇴직에도 60여명의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났다. 2009년 정년퇴직자 61명을 포함하면 470여명의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났다.
2008년 당기순이익 630억원, 어렵다던 2009년에도 한진중공업은 5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주당 배당금을 250원으로 전자공시했다. 작년에 120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조남호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또 얼마나 챙겨갈까.
재벌들은 배가 터지는데, 노동자들은 죽음과도 같은 정리해고 협박에 시달려 왔다.
78일동안 한진중공업의 불법적인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보다 가족과 친지들의 우려와 불안은 더욱 커졌다 . 불법적인 정리해고를 저지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은 78일동안 부분파업을 벌이며 부산시내 곳곳을 다니며 거리선전전을 벌였다.
2월달 봉급도 평소의 절반에 불과했다. 2천여명이 모인 금속노조와 부산양산지부 결의대회가 열리고 35개단체가 참석하는 부산시민대책위까지 결성되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더 이상 죽음을 기다릴 수 없었다. 정리해고의 사슬을 끊기 위해 부산과 울산의 한진중공업 노동자 1천 400여명은 2월 26일부터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총파업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