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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탄압 매뉴얼일 뿐 무시하겠다”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0-06-11 (금) 20:11 조회 : 2580

지난 3일 노동부가 ‘근로시간면제(아래 타임오프) 한도 적용 매뉴얼’을 발표했다. 7월1일 타임오프제도 시행을 앞두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각종 사안에 대해 노동부의 해석과 입장을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매뉴얼 내용을 뜯어보면 노동부는 노동조합을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속셈을 분명히 드러냈다. 현장의 갈등만 폭발시킬 노동부의 매뉴얼.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무엇이 문제일까.

매뉴얼에 따르면 타임오프 대상 업무 범위에서 ‘파업, 공직선거 출마 등 사업장내 노사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업무와 무관한 활동은 타임오프 대상 업무로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노동부가 아무 근거 없이 법을 억지 해석한 것이다.
지난 1월 1일 개정된 노조법 24조 4항에는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는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와 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 및 관리업무를 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여기엔 타임오프 적용 대상을 노사공동 이해관계 업무에 한한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특히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라는 표현이 법 개정 과정에서 삭제된 것임을 고려하면 노동부가 악의적으로 다시 끄집어 낸 셈이다.

   
▲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열린 '타임오프 노동부매뉴얼 비판 및 대응방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가 노동부 매뉴얼에 대해 헌법소원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노동과세계 이명익기자

노동부는 법에서 열거한 업무를 ‘근로시간면제자’가 그 타임오프 한도 안에서 수행해야 한다고 매뉴얼에 밝혀뒀다. 그래놓고 노조전임자가 아닌 간부와 대의원, 그리고 각종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노사공동기구의 노동자측 위원 업무도 타임오프 한도 안에 가둬뒀다. 또한 ‘노동조합의 유지 및 관리업무’로 조합원 총회와 대의원대회 및 선거 등을 그 업무로 찍고 이를 역시 타임오프 속에 넣었다.

자기들 유리한 건 타임오프 속에 다 넣어

한 사업장 조합원 규모에 따라 주어지는 타임오프 시간한도 내에서 위의 모든 것을 하라는 뜻이니, 총회와 대의원대회 및 선거를 퇴근 뒤에 하라는 뜻이다. 노조법 24조는 ‘노동조합의 전임자’에 대한 법 조항이다. 그런데 노동부 매뉴얼은 노조 전임자의 활동 뿐 아니라 노동조합이 벌이는 모든 활동 자체를 축소하라는 의도를 분명히 해버린 셈이다.

노동부는 또한 매뉴얼을 통해 타임오프를 활용할 인원의 선정기준과 절차를 노사협의하에 결정하고 그 명단을 사전에 회사에 통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보된 인원의 변경도 노조가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하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목은 노조법과 시행령 어디에도 없는 내용이다.

노동부는 매뉴얼에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해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이며 관련한 단체협약은 무효라 밝혔다. 하지만 이도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는 노동부 산하 행정기구일 뿐이다. 따라서 타임오프 한도 설정 역시 행정적 기준설정에 불과하다.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타임오프 한도 노동부고시는 최저임금법과 달리 법률을 위반했다고 그 단협이 무효가 된다는 효력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탄압 기준마련, ‘애썼다’

노동부는 또 타임오프제도 시행일인 7월1일 유효한 단협이라도 개악노조법이 발효된 1월 1일 이후에 체결된 것이라면 전임자 관련 조항의 유효기간은 7월1일까지라고 매뉴얼에 못 박았다. 하지만 이는 같은 법 부칙 3조(단체협약에 관한 경과조치)를 일부러 왜곡한 것이다. 부칙 3조에는 “이 법 시행에 따라 그 전부 또는 일부 내용이 제24조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이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해당 단체협약의 체결 당시 유효기간까지는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분명히 돼 있다. 노조법의 전임자 관련조항의 시행과 적용은 모두 분명 1월1일이 아닌 7월1일이다. 때문에 7월1일 당시 유효한 단협은 효력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처럼 노동부는 지난 1월 날치기 개정한 법 조차 철저하게 사용자와 정부 입맛에 맞게 비틀어 해석했다. 노동부의 이 같은 태도는 최대 3년이 걸리는 대법원 판단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그 전까지 당장 노동조합을 효과적으로 탄압할 수 있는 기준과 장치를 마련하고자 애쓴 의도인 셈.

금속노조는 1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부 매뉴얼에 대한 입장’ 자료를 공식 발표했다. 노조는 이 자료를 통해 “매뉴얼이 헌법 33조와 노조법 1조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심각히 제약할 의도로 작성됐다”며 “매뉴얼 내용을 무시하고 6월말까지 전임자임금 관련 요구안을 포함한 임단협 요구안 관철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위원장 김영훈)도 같은 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부 매뉴얼을 통한 공권력 행사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 매뉴얼에 대한 헌법소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노동과세계 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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