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에서 월드컵 '유급시청'을 놓고 대립이 있다는 연합뉴스의 보도가 있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가 오늘(17일) 저녁 8시 30분에 열리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경기를 앞두고 회사측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TV 시청을 하되 이 시간 동안의 임금은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기아차지부는 "월드컵 한국 경기를 마음 편히 시청할 수 있게 해달라"며 축구 경기의 '유급 시청'에 대한 노사 실무협의를 요구했다는 것인데 사측은 예상대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직종이야 퇴근하고 집에서든, 거리에서든, 술집에서든 볼 수 있으니 상관없지만 교대근무가 일상인 완성차 업체에서는 이 문제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이 문제가 낯설거나 배부른 주장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축구강국이자 노조의 힘이 센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4년마다 되풀이되는 낯익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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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가 17일 기아자동차에서 월드컵 '유급시청'을 놓고 대립이 있다는 연합뉴스 보도를 인용해 경제종합면에 크게 다뤘다. |
축구 종가 영국의 노총(TUC)은 지난 5월 노동자들이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경영주들에게 요구했다. 월드컵은 물론이고 UEFA 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등의 빅매치가 있는 날이면 꾀병휴가가 속출하는 영국인지라 이 문제는 영국 노사관계에서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서는 영국일반노조(아미쿠스)가 현장위원들에게 내린 지침을 통해 사용자와의 교섭에서 월드컵 경기를 볼 시간을 할애받을 방안을 제시하고, 그렇지 못했을 경우 사업장에서 함께 경기를 시청하는 것이 팀웍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고용주를 설득해보라고 지시했다.
이번에 낮시간에 자국팀 경기가 열리는 독일에서는 경영계가 앞장서서 월드컵 시청을 권했다. 지난 10일 독일경총(BDA)이 남아공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독일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직장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할 것을 회원사에 권고했다. 디터 훈트 경총 회장은 <베를리너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경영주는 직원들이 독일의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근무시간 중 월드컵 시청은 직장 내 화합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독일노총의 미카엘 좀머 위원장은 "함께 경기를 보는 것은 팀빌딩(team-building) 활동"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아직 한국에서 월드컵 유급시청 문제가 '말도 안되는', '배부른' 소리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은 우리 노동운동의 현실,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윤재설 / 민주노총 선전부장
* 윗글은 필자가 개인블로그에 남긴 글입니다. 필자 허락하에 그대로 옮깁니다. /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