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기아차지부(지부장 김성락)는 노조요구안을 회사에 보냈다. 그러자 회사는 5월 3일 단체협약 개악안을 지부에 보냈다. 하지만 기아차 노사는 10일 현재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상견례가 무산됐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교섭석상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 이와 관련해 임관수 노조 조직국장은 “기아차는 임단협에서 교섭한번 못해보고 쟁의조정신청을 넣은 전례가 없다”며 “그 전례를 악용하여 회사가 기아차지부로 하여금 6월에 파업수순을 밟지 못하도록 악의적 전술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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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차 회사가 <열린소식>이라는 유인물로 기아차지부 조합원들에게 임단협에 대해 일방적인 선전을 해대고 있다. 6월1일 <열린소식>119호에는 현대차 등 완성차 노동자들을 지칭하는 듯한 '개사진'을 올려 놓았다. 신동준 |
회사는 교섭 참석 대신 조합원을 상대로 ‘찌라시’ 배포 전술을 택했다. 회사는 지난 5월 13일부터 회사소식지 <열린소식>을 4~5일에 한 번 씩 배포하면서 조합원들에게 회사 생각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부터 회사소식지는 거의 매일 발행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회사는 5월13일 <열린소식 111호>에서 “지부가 제출한 올 단체협약 요구안 중 조항 몇 개가 문제가 있다”며 지부에 수정과 철회를 요청했다. 이어 5월 18일에는 “식목일과 제헌절 휴일을 삭제하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연월차수당과 심야근로시간 및 퇴직금 누진제도를 동종사 수준대로 낮추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6차례 교섭 동안 회사의 일방적 불참
이와 관련해 하영철 노조 정책국장은 “회사의 이런 주장은 교섭석상에서 노조 대표자에게 공식적으로 할 이야기”라며 “회사의 입장을 자기 소식지로 만천하에 다 이야기하면서 정작 교섭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단협 교섭의무조항과 노조법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는다.
회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뿐이 아니다. 5월18일 회사는 <열린소식>에 단체협약 중 △채용 △징계 △기업의 투명성 확보 △신차종 신기술 신기계도입 △물량교류 △자본투자 및 해외 현지공장 조항과 관련한 지부의 요구안에 대해 “인사 경영권을 제한하는 요구안도 수정 또는 철회해달라”고 갈겨쓰기도 했다. 이 역시도 교섭 때 회사 제시안으로 밝히면 되는 문제였다. 결국 교섭 때 할 이야기 다 해놓고 정작 교섭에는 참석치 않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임혜숙 노조 정책실장은 “이는 누가 봐도 금속노조 6월 파업에 기아차를 동참하지 못하게 하는 교섭전술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전술에 의존하다보니 회사는 조합원을 상대로 한 <열린소식>에 억측과 유치한 문구까지 늘어놓게 된다. 회사는 <열린소식 112호>에서 “식목일과 제헌절 때 실업자로 오인받아서야 되겠냐”는 말까지 썼다. 같은 날 회사는 “연월차수당을 동종사 수준대로 낮추자”는 말도 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의 하 국장은 “회사의 주장대로라면 임금 및 성과금도 동종사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데 기아차가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회사 “노조전임자와 경영권 요구 빼라”
특히 하 국장은 “회사가 인사경영권 문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회사의 경영무능과 실패가 노동자들의 고용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쳐왔는지 우리는 많이 겪어왔다”며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노조의 일정한 경영참여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이같이 ‘찌라시’ 전술을 펴는 궁극적 목적은 5월25일 <열린소식 114호>에 본격적으로 담겨 있다. 회사는 이날 “7월부터 전임자 임금지급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이를 어기면 부당노동행위로 벌금형에 처해진다”며 “법보다 44배 초과하고 있는 기아차의 현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금속노조와 기아차지부는 법 시행일인 7월 1일 이전에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그 유효기간까지 노조활동보장을 기존대로 보장받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당분간 교섭에 나가지 않을 것이며 7월부터는 불법”이라는 말만 우회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악된 법에 따르면 7월부터 전임자 임금이 지급되면 사용자는 2년 이하 징역 도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와 관련해 노조의 하 국장은 “5년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조항이 있는 산업안전법도 어기기 일쑤인 회사가 저 정도 조항에 벌벌떠는 것처럼 보이는 전술을 펴는 것 자체가 유치하다”고 지적한다.
5월26일과 27일 및 31일에 배포된 <열린소식>은 “과도한 전임자 급여 지원을 위해 올 임단협을 포기하려 하는가”라는 원색적 표현도 실려있다. 5월 31일 회사는 “왜 부당한 전임자 급여 계속 지원 요구로 우리의 소중한 임금과 복지가 발목잡혀야 하나”는 제목을 뽑아내기도 했다. 이는 마치 노조전임자 문제만 없으면 임금과 복지를 다 들어 줄것처럼 유세 떠는 문장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의 임관수 국장은 “회사가 지부에 제출한 단협 개악안을 보면 임금과 복지 축소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어 말하고 있다.
“교섭 안나간다. 7월부터는 불법” ?
지난 3일 노동부가 타임오프 관련 노동부 매뉴얼을 발표했다. 그 뒤 회사는 6월7일 <열린소식 122호>를 통해 그 매뉴얼 내용을 그대로 옮겨 조합원에게 전했다. 노조의 하 국장은 “과거에도 한 사업장에 산별노조와 기업별노조가 동시 존재할 때 노동부는 복수노조 금지조항 위반이라고 해석했다가 법원 판례에 의해 뒤집혔다”고 밝히며 “노동부의 매뉴얼은 법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매뉴얼을 마치 정해진 법인양 유포하는 회사 주장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같은 날 회사는 독일 금속노조 '이게메탈(IG Metall)' 사례를 언급하며 “독일 금속노조는 조합업무를 전담하는 상근자를 자체 채용해 임금도 노조가 부담한다”고 크게 싣기도 했다. 그것이 자주적인 노조활동이란다. 하지만 회사는 이 대목에서 진실의 반을 가렸다. 독일의 노조전임자는 노조신임자와 종업원평의회 전임자 두 종류가 있다. 종업원평의회 근로자대표위원들을 유급 풀타임으로 한다고 법으로 명시돼 있기도 하다. 독일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법도 없다. 다만 노조신임자는 노사간 자율협약이나 관행에 의하고 있다. 사실이 이러한데 회사는 이게메탈(IG Metall) 본부 상근자 자체 채용만 떼어내 소개했던 것.
회사가 독일금속노조 사례까지 소개하다니
이같은 회사 소식지 배포전술의 배후는 과연 누구일까? 항간에는 청와대와 노동부 직원이 기아차에 상주하면서 기아차 임단협 교섭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6월4일 <열린소식 121호>를 통해 “당연히 관계기관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고 노동부 특별근로감독관이 집중 감독하는 것은 엄정한 법집행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하라”고 말해 이 소문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9일 2만5천명이 경고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21일주부터 기아차지부 등을 파업에 동참시켜 10만 조합원에 육박하는 총파업을 성사시키겠다고 대내외에 공언했다. 그 가능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예년과 다른 기아차 회사의 ‘찌라시’ 공세는 “회사와 정부 등이 많이 긴장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이야기를 거꾸로 보여주고 있다. 이 줄다리기 결과가 어떻게 될 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금속노동자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