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에 소재하고 있는 금속노조 인지컨트롤스지회(지회장 김영훈) 노동자들이 그간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해 심각한 수준의 위험에 노출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이른바 ‘새내기’ 지회인 것을 감안했을 때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산업안전보건 실태를 사실상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지난달 22일 지회 조합원 1백여 명을 대상으로 회사 내 노동안전 실태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뿐만 아니라 유해물질 노출 방치 등 건강과 안전을 위한 대책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관련법을 위반하고 있는 사례까지 대거 확인되기도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사부터 현재까지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았다고 답한 조합원은 96명 중 5에 불과했다. 산업안전보건법 31조에는 ‘사업주는 당해 사업장의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기적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길 때는 사업주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또한 회사는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교육을 받았다는 거짓 서명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89명 응답자 중 87명이 강요에 못 이겨 이 같은 서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로 증명될 경우 사문서 위조에 해당되는 중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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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조합원들이 지난 11월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사측은 지난 1월 12일 안산 1공장 직장폐쇄에 이어, 19일 2공장에 대해서도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
게다가 회사는 일하다 다친 노동자들에게 산재처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근무 중 재해를 당했다고 답한 33명 중 회사가 산재 처리를 해 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모두 공상처리(22명)되거나 심지어 본인이 알아서(11명) 처리했다고 답해 충격을 줬다. 설문에 응한 한 조합원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공상처리를 강요했다”며 “심지어 본인이 부주의해서 다쳤다며 죄인 취급하기도 한다”라고 증언했다.
또한 조합원들은 유해물질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합원들은 솔벤트,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 유해물질을 수시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2명 중 26명은 본인이 일하는 현장에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솔벤트는 95년 LG전자부품(주)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집단 불임을 초래한 바 있으며, 한국타이어에서 발생한 연이은 노동자 사망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유독물이다. TCE역시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파킨슨 증후군이나 간·신장 질환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조는 이밖에도 △인지컨트롤스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설치 △산업재해 은폐 △근골격계 유해위험조사 미실시 △유해물질 교육 미실시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노조는 우선 2일 금속노조 경기지부 및 인지컨트롤스지회와 대책회의를 갖고 오는 12일쯤 노동부에 진정서를 넣기로 의견을 모았다. 동시에 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신규로 설립돼 금속노조에 가입한 인지컨트롤스 안산지회 조합원들은 공격적인 직장폐쇄와 징계해고 등 회사의 악질적인 노조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노동안전 영역에서 탄압에 대응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금속노조가 직접 진행했다. 노조 문길주 노동안전보건부장은 “드러나진 않았지만 시화공단 내 중소영세사업장 대부분이 인지컨트롤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싸움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지역에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각인시켜 조직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