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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죽음의 행렬을 멈춰라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0-05-20 (목) 15:40 조회 : 2368

“삼성에서 일하다 암에 걸렸다” 지난 3월 31일 고 박지연씨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뒤 삼성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백혈병, 중증재생불량성빈혈, 유방암 등 여러 암과 희귀질환 피해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현재까지 45명의 피해자가 삼성반도체, 삼성전기 등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13일 삼성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를 갖고 유명화씨 등 5명 피해자의 집단산재신청을 진행했다.

   

한 달에 한 번 수혈받아야

이 날 증언대회에는 산재신청을 하는 피해자 유명화씨의 가족이 직접 참석해 피해자의 고통과 울분을 토해냈다. 유씨는 2000년 7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고 1년 뒤 2001년 재생불량성빈혈이 발병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9년 째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유씨의 업무는 반도체 칩을 고온의 설비로 테스트하고 육안으로 검사하는 것. 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유 씨는 입사 후 1년이 조금 안될 무렵부터 몸이 아프고 코피가 자주 난다고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유씨의 가족은 늘 역겨운 냄새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온테스트 후 기계 챔버의 뚜껑이 열릴 때마다 뜨거운 증기를 직접 얼굴로 쐬면서 피부 발진 등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결국 입사 18개월만이 2001년 11월 눈의 혈관이 터져 병원으로 갔고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씨의 아버지 유영종씨는 “진단을 받고 1차 치료를 받았지만 낫지 않았고 퇴원후에는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렸다. 9년째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며 “내 딸은 매 달 한 번씩 생리를 할 때마다 병원에서 혈액과 혈소판을 수혈받아야 한다. 한 번은 난소가 터져 몸 속으로 혈액이 빠져버려 쓰러지기도 했다”고 유 씨의 힘겨운 투병과정을 알렸다.

유씨의 동생 유명숙씨는 소녀로도, 여자로도 살 수 없게 된 유 씨의 고통을 전하며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유명숙씨는 “삼성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얘기하는데 아프면 내다버리는 것이 가족이냐”며 직업병을 인정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삼성을 규탄했다.

창문하나 없이 깜깜한 현장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고 박지연씨를 포함한 7명의 피해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모두 불승인을 받았다. 반올림은 피해자들의 산재신청에 대해 회사 측의 진술만을 채택하고 역학조사 등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산업안전보건관리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 강력히 항의했다.

   
반올림은 “산재신청을 한 피해자들이 일하던 공정은 이미 공사를 해서 설비 자체가 바뀌고 없던 환기 장치가 생기거나 아예 공정 자체가 없어지기도 한다”고 전하며 실제 피해자들이 증거를 찾아내기란 불가능한 현실임을 강조했다. 결국 피해 당사자와 동료 노동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납땜 냄새가 하루 종일 진동해 힘들었다는 노동자의 진술보다는 국소배기장치가 잘되어 있어 노출수준이 낮다는 회사의 진술을 근거로 산재신청을 불승인했다.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는 피해자들과 동료 노동자들이 공통된 증언을 하고 있음을 주목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씨도 11년 동안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했다. 정전이 되면 창문이 하나도 없어 깜깜한 현장, 유산, 불임, 생리불순 등을 겪는 노동자들이 비일비재하고, 여름철 물놀이, 소방안전 교육은 하지만 정작 중요한 안전 교육은 받아보지 못한 것이 피해자들이 일하는 현장이라는 정씨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다.

2005년 백혈병이 발병해 2007년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내 딸과 같이 일하던 분도 유산으로 사직했고 그 후 그 자리에 들어와 일하던 사람도 백혈병으로 죽었다. 같은 장소에서 일하던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고 있는데 회사는 개인질병이라고만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역학조사 결과마저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는 산업안전관리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이 제대로 조사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조사결과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자본 피해자에게 사과해라

피해자들은 삼성자본의 악랄한 행태에 대해서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 날 참석자들은 삼성이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기는 커녕 돈으로 회유하고 직업병 자체를 은폐하기 위해서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 날 참석자들은 “삼성에서는 치료비를 지원해준다면서 다른 피해자나 기자들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산재신청도 못하게 한다”고 밝히며, 삼성을 상대로 싸움을 하면서 보호해 줄 곳 하나 없이 받아야 했던 고통과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올림은 고 박지연씨의 죽음 이후, 삼성자본이 피해자들의 현장조사 요구는 끝까지 거부하면서 논란을 종식시키겠다고 피해 노동자들이 일했던 곳과 전혀 상관없는 최신 공정을 30분 언론에 공개하는 등 기만적인 행태를 벌인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날 반올림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미 91년 필리핀에서는 반도체 공장에서 유명화씨와 동일한 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사망한 사례를 담은 책자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은 “글로벌 기업이라는 삼성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리 없다”며 알면서도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치한 삼성의 반성과 변화를 촉구했다.

피해자들이 무엇보다 삼성에 요구하는 것은 진심어린 사과다. 정애정씨는 “삼성은 우리가 보상을 노리고 어거지를 쓴다고 하지만 우리는 삼성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의 치료와 생계를 위한 비용은 산재보험으로 지원하고 직업병 피해자를 만든 또 하나의 가해자인 정부의 사과, 이것이 반올림과 피해자들의 주장하는 바다.

증언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근로복지공단으로 이동해 유명화씨를 포함한 5명 피해자의 산재신청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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