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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신세 지기 싫으면 사표 써라”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0-04-08 (목) 18:50 조회 : 2561

20대 후반의 나이로 80년대 중반 현대자동차일반직 사원으로 입사한 ○○차장. 기아차와의 합병 과정에서 기아차로 자리를 옮긴 그는 국내영업본부 △△지점장으로 근무했다. 뇌경색이라는 병을 얻어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회사와 가정이 걱정돼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출근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기다린 것은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아닌 '구조조정 대상이니 사표를 쓰라'는 말이었다. 사표 쓰기를 거부한 그에게 회사는 다른 지점 부지점장으로 발령한 후 책상도 전화도 주지 않았다. 회사는 2008년 10월 다시 판매과장으로 발령을 내고 지속적으로 사표를 종용했다. 그리고 2009년 5월 본부장과 지점장이 그를 근처 야산 무덤가로 데려가 “몸도 안 좋은데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뒤에 있는 무덤 신세 질 수 있으니 사표를 쓰라”고 협박했다. 구겨진 자존심과 배신감에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도 수십 번. 하지만 자녀들의 학비, 암 투병 중인 노모 병원비 걱정에 도저히 사표를 쓸 수 없었다.

올해 초 현대자동차 일반직 과장급 이상 조합원 39명에 대한 해고와 사직강요에 이어, 지난달 26일 기아차에서도 조합원 7명에 대한 징계위원회 출석이 통보됐다. 회사가 내세운 징계 사유는 근무태만과 근무성적불량 등이다. 하지만 앞서 ○○차장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회사는 정상적인 업무 환경을 마련해주지도 일감을 주지도 않았다. 회사는 사표 쓰기를 거부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직무역량 강화교육을 시키고, 교육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온갖 트집을 잡아 징계사유를 축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징계해고라도 해서 기어이 쫓아내겠다는 것.

기아차지부(지부장 김성락)는 이 문제가 노사합의 위반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부가 회사와 체결한 단체협약 43조에는 ‘회사는 정년을 보장하고, 종업원의 완전고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돼 있다. 또한 화성공장 일반직 조합원 탄압이 한창이던 2006년, 기아차 노사는 ‘연봉제사원과 관련해 회사는 부당노동행위(강제퇴직)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하기도 했다. 지부 장호철 정책기획 2실장은 “구조조정을 자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직무능력 평가 시스템에 의해 징계위가 진행되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집단적 대응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 일반직 조합원이 사표 쓰기를 거부하면 회사로부터 온갖 모욕을 감수해야 한다. 사진은 두산인프라코어사무직 조합원이 대기발령 동안 배정받은 사무실.

징계대상 조합원들의 연령대는 40대 중후반의 과장급부터 50대 부장급까지 걸쳐 있다. 노조 이상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무엇보다 “젊음을 바쳐 회사와 생사고락을 같이했는데 학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고 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는 힘든 시기에 길거리로 내모는 것은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이 같은 밀어내기식 구조조정이 지난해 1조5천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기아차에서 벌어졌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실장은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반직 조합원 강제퇴직 압박은 ‘새로운 탄압 방식’의 도입이라는 측면에서도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업무부진을 핑계 삼아 조합원을 개별적으로 징계해고시키는 것이 정착된다면 ‘정당한 사유 없는 부당해고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1일 오후 2시 징계대상자까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갖고 ‘총고용 보장’이라는 원칙하에 이 문제에 적극 대응키로 의견을 모았다. 4월 둘째 주에는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에게 항의공문도 발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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