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9일 열린 노조 27차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대정부 요구를 포함한 2010년 금속노조 요구를 최종 확정했다.
금속노조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 대신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촉진시키는 정책 도입하도록 정부에 요구한다. 노조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국무총리실에 접수하고 대정부 교섭을 촉구했다.
노조 요구의 골자는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에 세제를 감면해 주고, 정규직 없는 사업장에는 규제를 강화하라’는 것이다. 금속노조 소속 240여개 사업장 중 100인 사업장 126곳에 비정규직(사내하청) 사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36개 사업장에서 생산공정에 비정규직을 단 한 명도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전주의 전북 타타대우상용차, 경기 캐피코 처럼 노동조합이 요구해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고 있는 모범적인 기업들도 있다. 반면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충남 동희오토처럼 생산 공정에 정규직이 단 한명도 없는 비정규직만의 공장도 존재한다. 노조의 이번 요구는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이 질 나쁜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바꿔내도록 이끌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조는 영세 비정규 노동자 권리보장 확대를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고용보험 전면 적용 및 확대를 정부에 요구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9년 8월 현재 전체 임금 노동자 중 18.6%인 3백5만명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다. 근데 이들 중 산재보험 가입률은 81.3%에 불과하며,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국민연금은 가입률이 60%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도 120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이처럼 영세업체의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보험료 부담 때문. 이에 노조는 영세사업장 사용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사회보험료 감면을 통해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확대시킬 것을 요구한다.
노조의 대정부 요구에는 해외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강화 내용도 포함됐다.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만 보더라도 해외투기자본의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의 상하이차자본은 쌍용차를 인수한 후 장기투자와 고용안정 약속을 어기고 핵심기술만 유출해 갔다. 프랑스 발레오자본은 충남 발레오공조코리아에서 아예 공장을 청산해버려 100여명의 노동자들의 생계수단을 빼앗아 버렸다. 무분별한 외자유치는 노동자와 지역 경제를 멍들게 하고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이득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노조는 이 같은 폐혜를 막기 위해 해외투기자본이 국내 공장을 인수 청산시 절차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단협해지 독소조항 폐지를 정부에 요구한다. 노조법 32조 3항에는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있다. ‘교섭의 장기화를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98년 정리해고법과 함께 만들어진 단서조항이다. 하지만 최근 단협 일방 해지는 이 같은 취지와는 달리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위한 신종 탄압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속노조에도 경남 동명모트롤, 포항 진방스틸 등 단협해지 통보를 받고 6개월이 지나 노조활동이 인정되지 않는 사업장들이 존재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요구들을 이명박 정부가 순순히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정규직 관련 요구만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는 반대로 질 나쁜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노동부는 △단시간 정규직 제도 도입 △파견대상 업무 확대 △직업소개 시장 활성화 등 비정규직을 활성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심지어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의 파괴로 현실화되고 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신규 채용 시에는 인턴사원 등 비정규직만 뽑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노조는 이미 대정부 요구안 관철을 위해 지난 9일 27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청년단체, 학생단체 등 광범위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공동 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노조의 요구들을 선거공약에 반영시키는 등 올해 6월 지방선거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금속노조 창립 이후 대정부 직접 교섭이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반노동자적 정책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는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조 김연홍 실장은 “대정부 요구안을 현실화 하려면 결국 투쟁을 통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