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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3-04-18 (목) 08:41 조회 : 2405

“우리는 노예가 아닙니다. 사람대접 받는 게 소원입니다.”

매 년 계약 시기가 오면 올 해는 더 일할 수 있을까 불안해하고, 어떻게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해야 했던 설움.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이제 그 설움을 떨치고 당당한 노동자로 살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뭉쳤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는 매 년 찾아오는 고용불안이다. 조민구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비정규직 대부분이 1년 단기계약직으로 매년 계약 갱신을 거쳐야한다. 2년이 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업체를 폐업하고, 새로 입사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이 곳 노동자들의 현실을 설명했다.

매 년 느끼는 고용불안… 산재 신청 엄두도 못내

산재를 당해도 고용에 영향을 미칠까싶어 신고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많다. “다쳐도 회사에서 파스 붙이면 혹시 다음 재계약 때 밉게 보일까봐 그거 하나 마음껏 붙이질 못 한다”고 한 조합원이 설명한다. 조 지회장도 “손가락 다쳤는데 말하지 못하고 일하다가 손이 썩은 사람도 있었다. 다치고 아파도 쉰다는 것은 노동자들 스스로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4월5일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출근 선전전을 하고 있다. 강정주

“내가 여기서 일한 지 3년 째 되는 날 관리자가 불러서 해고 명단에 내 이름이 있다고 얘기 하더라고요. 나만 어떻게 살려주겠다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살아봤자 내년에 또 계약된다는 보장도 없고. 매 년 내 목줄 놓고 불안해해야 하니 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 입니까.” 한 지회 조합원은 내가 일할 수 있을 때 까지 일하면서 가족, 친구와 안정된 생활을 해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이 곳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환경도 어려움으로 꼽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기 휴일이 없다. 한 달에 세 번 쉬는 사람도 있고, 한 번도 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휴무가 이틀 정해져 있어도 ‘일이 많아서 안 된다, 너는 쉬지 말아라’ 관리자가 정하는 대로 해야 합니다.” 휴일이 생겨도 대근자(대신 근무할 노동자)를 구하고, 회사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쉴 수 없는 경우도 많단다. “연차는 생각도 못해봤어요. 내가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는 게 가장 고통스럽다”고 한 조합원이 토로한다.

한 달에 한 번 쉬기도 힘들다

휴일이 있더라도 임금 때문에 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저는 2차 업체에서 일합니다. 비정규직 안에서도 1차, 2차 업체 따라서도 차별이 있어요. 2차 업체는 임금이 더 적으니 그 돈 가지고 생활이 안돼요. 쉬는 날 대근해서라도 생활비를 메워야 합니다.” 야간일을 하고 다음날 낮에 또 일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상황. 이 말이 나오자마자 “나는 36시간, 48시간 연속으로 일 해봤다”는 얘기가 이어진다. 이렇게 일할 때면 정말 내가 인간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단다.

안전교육은 입사 3년 동안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는 조합원도 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안전교육 시간은 그냥 ‘청소시간’이다”라며 안전교육하고 전혀 상관없는 잡일을 시킨다고 말한다. “두 시간 동안 일 안하면서 안전교육 받는 게 보기 싫으니 아침, 저녁에 10분씩 나눠서 교육 같은걸 해요. 그걸로 2시간을 채우는 거죠.” 인사명령도 관리자 마음대로다. 한 조합원은 “전환배치 할 때도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다음날 어디로 가라 통보만 하면 그만이다. 나는 삼 년 동안 다섯 번이나 옮겨 가며 일했다”고 토로했다.

▲ 4월5일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와 현대제철지회가 공동으로 출근 선전전을 하고 있다. 강정주

이 모든 것들이 노동자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그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종업원으로 보는 회사의 태도 때문이다. 안기오 지회 선전부장은 “하청 관리자에게 잘 보여야 뭐라도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관리자가 시키는 대로 끌려 다니면서 마음속에 응어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안 선전부장은 이어 “현장에서 관리자들이 억압하는 게 너무 심각하다. 우리는 관리자들에게 노예 취급 받으면서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장비가 고장 나도 굴러가기만 하면 가동합니다. 돈만 생각했지 사람 안전은 뒷전이죠. 그러니 늘 사고 나고 다치고.”, “친환경 제철소라고 말 하는데 우리 일하는데 가보면 밀폐된 곳에서 철가루 먹으며 일해요. 자고 일어나 눈곱 떼면 철가루가 떨어진다니까요.”, “우리는 먼지 폭탄이라고 불러요. 분진이 보통 사람들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앞을 전혀 못 볼 정도라니까요. 그냥 태백 탄광촌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당당하게 사람대접 받는 회사 만들 겁니다”

“현대제철 다닌다고 하면 웬만한 사람들은 좋은 회사 다닌다고 부러워해요. 문어발처럼 엮인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들이 이런 삶을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동안 가슴 속에 묻고 살아야 했던 울분들이 끝없이 터져 나온다.

이 노동자들은 이 현실을 끝내고자 노조 깃발을 들었다. “임금, 복지 다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내가 당당하게 사는 거예요. 인간이 살면서 최소한 받아야 하는 대우, 그걸 절대 포기할 수 없으니까 우리는 싸울 겁니다.” 또 다른 조합원도 “사람대접 받는 회사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해볼랍니다”라고 각오를 밝힌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은 전국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우리 힘이 아직 미약합니다.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도 우리를 같은 노동자로 생각하고 함께 싸워주세요”라고 인사를 전한다. “하청노동자 단결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아직 익숙치 않은 팔뚝질이지만 빼앗긴 권리를 찾기 위한 간절함이 이들의 우렁찬 구호에 담긴다.


☞특수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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