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4일 15시40분, 퇴근 하는 한 조합원에게 “주간연속2교대 시범실시 하니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괘안심더, 좀 더 일찍 했어야 했다 아임니꺼. 바쁜 약속이 있어서 미안합니데이…….” 조합원은 부리나케 밝은 오후 회사정문을 나섰다.
<금속노동자>는 주간연속2교대 시범실시를 시행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지부에 들러 근무형태변경과 관련한 현장의 반응, 조합원의 목소리, 제도를 완성해야 하는 지부 내 여러 움직임 등을 둘러보았다.
혼란은 없었다
계사년 새해 1월7일, 심야노동 철폐를 위한 주간연속 2교대 시범실시가 현대자동차에서 첫 발을 내딛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수많은 논란과 이견이 존재했지만 식사문제와 출퇴근 문제를 제외하면 큰 혼란은 없었다. 현대차 내에서 시범실시를 앞두고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시범실시 일주일 후 작업현장은 안정감이 느껴졌다.
상당한 혼란을 빚었던 출퇴근 주차 문제는 시범시행 둘째 주 들어서면서부터 일부 해소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아침식사 문제도 실시 초기 상당한 불만이 있었지만 배식시간을 20분 앞당겨 오전 6시로 조정하고, 국 중심의 1식2찬 간편식을 1식4찬의 평식으로 전환해 조합원의 불만을 해소했다.
이 같은 결과는 현대자동차지부가 시범실시를 하면서 ‘조합원 불편사항 해소전담팀’을 구성해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지부는 각종 문제가 발생하자 근로형태변경추진위원회(이하 근추위) 긴급협의를 통해 통근버스와 구내버스의 출발시간을 조정하고, 식사에 대한 조합원의 불만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시범실시 기간 내 조합원의 불편사항을 최소화 했다.
| |
 |
|
| ▲ 1월14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조 조합원들이 오후 3시40분 퇴근하고 있다. 박정미 |
이에 대해 박래정 현대차지부 근추위 팀장은 “시범실시 기간 발생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본격 시행 이전 해결 할 과제와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분류해서, 주간연속2교대가 안정적으로 현장에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생활, 기대치 높아
주간연속2교대 시범실시에 대해 조합원의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12년 동안 주야간 밤샘 업무를 해 온 2공장 한 조합원은 “새로운 생활에 대해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 점이 가장 좋다”며 “일단, 가족 간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대화가 많아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상시주간근무자인 소재사업부 한 조합원은 “처음에 출근 고통이 따랐지만 일찍 퇴근해 그동안 못한 일을 할 수 있어 좋았다”며 “근무 중 휴게시간에 동료들끼리 취미생활과 야간대학 진학 등 자기계발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졌다”고 현장 반응을 전했다.
일부 조합원은 변화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1공장 한 조합원은 “2조 퇴근 후 새벽 2시 넘어 귀가하면 가족들이 잠을 설치기 일쑤고, 아침에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어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기 힘들다. 아직 어중간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범실시 기간 중이다 보니 지부 사무실로 근무형태 변경에 대한 문의전화도 많았다. 주로 제도변경에 대한 불만 섞인 소리가 많았는데, 임금이 줄어드는 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이었다.
한편, 회사 앞 상인들의 이야기도 관심을 끌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장사가 안 되어 미치겠다”고 했다. “주간 연속 2교대 후 장사되는 집은 당구장 밖에 없다. 누가 낮에 술 먹겠느냐. 업종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 봐야겠다”고 푸념했다. 조합원의 생활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본격실시 앞 둔 고민들
주간 연속 2교대 시범실시에 대해 문용문 현대차지부장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 결과에 대한 비판과 원성의 두려움, 조직적 이해관계와 책임론 때문에 근무형태변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며 “지난 10여년의 논쟁이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 쟁취를 위한 토대였다면, 2013년 주간 연속 2교대 시행은 향후 10년 동안 조합원의 이해와 삶의 질 향상을 실현하는 전기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
 |
|
| ▲ 1월15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1조 조합원들이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박정미 |
윤한섭 현대차지부 기획실장은 “수 십 년간 반복돼온 심야 맞교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2주간의 시범운영의 취지는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해서 3월 본 시행할 때 제도의 완성을 꾀하는데 있다”면서 “시범운영 단계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와 현상들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지부 근추위와 현장추진위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엄길정 현대차지부 1공장대표는 “주간연속2교대의 완성을 위한 제도의 근간은 ‘월급제’에 있다. 지금 도입하려는 임금체계는 ‘변형월급제’일 뿐이다. 앞으로 성과급 등을 기본급에 포함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 대표는 “조합원의 삶의 질을 결정할 근무형태를 단순 ‘선시행-후보완’ 형태로 협의하려 해서는 안 된다. 설비투자, 인력충원 등 분명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투쟁을 통해 쟁취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라고 제기했다.
현장에서 시범실시 기간 전 제기된 특근운영, 조식단가, 간식지급, 교통비보전, 2조 퇴근수단 확보, 휴식시간, 조회시간에 대해 분명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기에 파워트레인 협정‧필수근무자 등은 복잡한 내부요인으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심야노동이 이어지는 등 또 다른 과제 또한 남겨두고 있었다.
더불어 완성차와 생산이 맞물려 있는 부품사의 주간 연속 2교대 대책마련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심야노동철폐와 관련한 지자체의 지원과 출퇴근 대중교통 대책 협의 등 넘어야할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취재수첩> 주간 연속 2교대, 삶의 변화 계기로
언론들은 주간 연속 2교대 시범실시를 맞이해 이구동성으로 ‘삶의 질 향상’에 기사의 목표를 맞추자고 했다. 반면 현장 조합원들은 임금유지가 관건이었다. 조합원들은 장시간 노동에 얽매여 자기도 모르게 ‘돈의 노예’가 되어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시범실시 기간임에도 여전히 특근에 대한 아쉬움과 임금이 줄어드는 부분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했다.
파워트레인공정 같은 경우 여전히 살인적인 심야노동과 특근을 고수하려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시간 노동은 노동부의 초과근로시간 제한 조치 시행 등으로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조만간 변화는 불가피하다. 현실적인 대안을 회사보다 먼저 찾아 요구하지 못하면 오히려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4일, 주간 연속2 교대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삶의 혁명을 맞이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연장근무와 철야특근의 연결고리에서 벗어나야하는데 현장은 여전히 장시간노동의 삶에서 현재진행형이었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노동조합이 적극 나서지 않고서는 생활의 변화가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부 집행부 뿐 아니라 지부 간부와 현장 제 조직 활동가 모두가 노동자 삶의 혁명을 위한 근무형태변경에 대한 전략적 목표 수립과 전술적 집행에 나서야 함을 느꼈다.
지금의 주간 연속 2교대는 ‘물량보전=임금보전’이라는 잘못된 틀 속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부족함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바로 노동조합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더불어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노동자의 품격 높은 문화생활과 효율적인 가정경제에 대한 적극적인 길잡이 역할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현대차지부의 주간 연속 2교대가 제 역할을 다해 부품사로 이어지는 근무형태변경이 제 모습을 갖출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