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에 걸린 기아차 화성공장 조합원이 20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승인을 받았다. 기아차 광주공장 도장부서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조용오 조합원에 대한 지난 8월 업무상 재해 인정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자동차 완성사 노동자들의 직업성 암 인정 확산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아차 화성공장 엔진부서에서 1995년부터 일해 온 최 모 조합원(41세)은 지난 1월 병원으로부터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러다 최 조합원은 금속노조의 직업성 암 집단 산재신청 소식을 접하고 지난 4월 28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접수했다. 이에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지난 7월 현장 역학조사를 벌였으며, 최 모 조합원의 백혈병이 직업성 질환으로 최종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같은 사실을 20일 최 조합원에게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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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기아차 최 모 조합원이 엔진 테스트 공정에서 일하는 과정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문길주 |
최 조합원이 회사에서 하는 일은 자동차 엔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최 조합원은 이 과정에서 휘발유와 부동액이 얼굴 등에 튀는 등 발암물질을 지속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길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자동차 도장업무에 이어 엔진부서까지 산재 승인이 됨에 따라, 완성차 다른 제조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직업성 암을 인정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며 “금속노조 직업성 암 집단 산재신청 사업에 더 많은 조합원들이 동참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까지 금속노조 집단산재신청 접수자는 총 35명이다. 이 중 산재 승인을 받은 사람은 기아차의 최 조합원과 고(故) 조용오 조합원, 그리고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고(故) 최 모씨 등 3명이다. 반면 집단 산재 신청자 중 4명은 산재 불승인 판정이 났다. 금속노조는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한편 나머지 28명은 아직 판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문 국장은 “회사의 비협조로 역학조사 기간이 길게는 1년 가까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 재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며 “회사의 태도 변화와 함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다음 달에도 60명 규모의 직업성 암 집단 산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다음 달 산재 신청엔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등 완성차 제조 공정에서 일하다 암에 걸린 노동자들이 대거 동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