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장영철 캠코(KAMCO,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대우조선 지분 매각 방침을 공식화하고 이달 9일 매각주간사 접수를 마감하는 등 대우조선 매각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우조선노조(위원장 성만호, 아래 노조)는 ‘국민기업화’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우조선 캠코 지분 매각을 둘러싼 쟁점과 노조 측 대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쟁점의 핵심은 매각방식이다. 캠코 측이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언론과 노동계는 캠코가 시장가격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쟁입찰’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산업은행과 캠코가 함께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했을 때도 마찬가지 방식이었기 때문.
핵심 쟁점은 매각방식
캠코는 대우조선 주식 19.11%를 가진 2대 주주다. 1대 주주는 산업은행으로 31.26%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캠코가 보유한 지분이다. 따라서 산술적으로만 보면 특정 기업이나 기업집단에게 이 지분이 일괄 매각된다하더라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하지만 2대 주주가 된 투자자가 향후 산업은행 보유 지분이 매물로 나올 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노조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규모가 큰 재벌이나 외국투기자본에게 대우조선이 매각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노조 우려대로 될 경우 대우조선 노동자에게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부작용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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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한국자산관리공사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국민기업화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한 대우조선노조 한 조합원이 노조의 매각 요구안을 담은 선전물을 들고 있다. 신동준 |
노조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사례를 들고 있다. 먼저 지난 2008년 대우조선 매각 실패의 경험이다. 지난 2008년 매각 추진당시 한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양해각서 체결 단계까지 갔다. 노조는 당시에도 실사 저지에 나서는 등 대응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정작 매각 불발의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한화측이 막대한 인수자금을 끝내 마련하지 못한 것. 결국 한화 측은 입찰과정에서 담보된 이행보증금 3천150억 원마저 돌려받지 못해 반환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또 다른 사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인수대금의 절반이 넘는 돈을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하는 등 무리수를 뒀다. 결국 이 여파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자금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2009년 말과 2010년 초엔 금호타이어를 비롯한 그룹사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금호타이어에선 정리해고까지 추진되는 등 고통은 모조리 노동자에게 돌아갔다.
고가경쟁입찰 방식은 부작용 커
이와 관련해 서행철 대우조선노조 고용부장은 “규모가 큰 대우조선을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고가에 일괄 매각할 경우 기업자체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서 부장은 “이럴 경우 회사는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자산이전이나 구조조정을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와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조선업 전망이 낙관하기 어려운 국면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높다.
노조는 더 본질적인 문제도 제기한다. 바로 대우조선이 특정 재벌기업에 매각될 경우 생기게 될 사회적 부작용이다. 서 부장은 “워크아웃을 극복하고 10여 년 만에 조선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대우조선이 특정 재벌에 매각될 경우, 공적자금투입 성과를 재벌이 일방적으로 독식하게 돼 경제력 집중 등 한국사회의 폐단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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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17일 한국자산관리공사 건물 바깥 벽에 대우조선노조 조합원들이 붙인 국민기업화 촉구 선전물이 붙어있다. 신동준 |
이 문제에 대해 노조가 꼽고 있는 대표적 예가 한진중공업이다. 한진중공업 전신 역시 대한조선공사라는 공기업이었지만 89년 한진그룹에 인수됐다. 조선 전문기업이었던 한진중공업은 결국 재벌의 자금조달창구가 돼 왔다는 분석이 많다. 회사가 건설부문 등으로 무리한 경영확장을 하거나, 필리핀 수빅조선소처럼 해외 생산시설을 건설해 국내 물량을 해외로 옮기는 발판이 됐다는 것. 이는 결국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정리해고 사태를 불러온 배경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대우조선 매각에 대한 노조 대안은?
그렇다면 이번 매각에 대응하는 노조의 대안은 무엇일까. 노조는 대우조선이 분산형 소유구조에 기반을 둔 국민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분리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먼저 1단계로 노조는 올해 안에 캠코 지분을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전략적 투자자에게 분산 매각하라고 강조한다. 이는 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이 법적으로 올해 11월 22일까지만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단계로 노조는 산업은행 보유 지분을 매년 5% 단계적으로 축소해 2015년 말까지 15% 이하로 축소하라고 주장한다. 이 때 축소되는 지분 역시 국민연금관리공단, 군인공제회, 우정사업회 등 주식을 장기 보유할 전략적 투자자에게 분산 매각하고, 일부는 우리사주조합이나 협력업체 등 대우조선 성장에 동참하는 우호세력에게 매각한다. 노조는 이와 함께 △대우조선이 조선 전문기업으로 독자생존하기위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지속돼야 한다는 것 △매각 과정에 노조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도 내세우고 있다.
노조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대우조선을 ‘국민기업화’해야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공적자금 투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배분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 자체를 민영화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 상 정부 당국은 대우조선 매각과정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노조가 매각 대응 투쟁을 선포하며 총파업까지 다짐하고 있는 데는 이같은 배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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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싸움, 타협할 생각 없다”
[인터뷰] 성만호 대우조선노조 위원장
대우조선노조(위원장 성만호)가 17일부터 1박2일 간 서울 강남 캠코(KAMCO,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여의도 금융감독위원회 앞에서 상경집회를 열고 경쟁입찰 방식을 통한 일괄매각 반대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이날 만난 성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2008년 산업은행-캠코 보유 지분 일괄 매각 실패 이후 이번엔 캠코 보유지분만 독자적으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노조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산업은행에 앞서 캠코 보유 지분을 1차적으로 매각하라는 것은 노조 요구사항이기도 했다. 하지만 캠코 보유 지분만을 매각하더라도 가격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경쟁입찰 방식의 매각은 결단코 안 된다. 캠코는 기업파산을 최소화하고 기업이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실채권운영기금을 관리 운영하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논리는 설립 목적과도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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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한국자산관리공사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국민기업화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한 성만호 대우조선노조 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
이미 산업은행과 캠코는 출자금액 절반이상을 회수했으며, 현재지분가치까지 포함하면 3배 이상 차익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랍시고 고가 매각을 강행한다면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게 없다. 특히 특정 기업에게 캠코가 보유한 19.11%가 매각되는 상황은 노조가 생각하는 국민기업화의 방향과 첫 단추부터 어긋나게 되는 셈이다. 국민 경제를 위해서도 이번 매각 대응 투쟁은 적당히 타협해서 끝내지 않을 생각이다.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해 조합원과 지역사회 분위기는 어떤가?
아직 매각 방향이 구체적으로 공식화돼 있지는 않기 때문에 지역사회뿐 아니라 조합원 안에서도 크게 이슈화 돼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노동자 희생으로 정상화된 대우조선을 독점재벌에게 넘겨줘선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조합원 정서다. 조선소에선 매년 10여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우리 조합원 절반이상이 산재를 경험할 정도다. 우리는 대우조선의 주인이 정부나 자산관리공사가 아니라, 목숨을 담보로 묵묵히 일해 온 우리 노동자들임을 알고 있다. 우리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매각에 나선다면 조합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노조의 매각 대응 방향은 지역 여론과 다르지 않다. 대우조선은 구성원 3만 명과 9만 가족의 삶의 터전이다. 또한 23만 거제시민의 향토기업이기도 하다. 거제 지역 경제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매각 방향이 구체화되기 전부터 노조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이유다. 이미 거제시의회는 지난달 노조의 의견을 반영한 ‘바람직한 매각’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해 청와대에 발송하기도 했다.
끝으로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전하고싶은 말은?
대우조선 매각 대응투쟁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대정부 투쟁이라는 성격상 금속노조의 투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아무리 국내 빅3 조선업체라고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조선업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 대우조선 역시 130억불 수주로 2~3년 정도 일감을 확보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저가 수주한 선박들의 실적이 내년부터 반영되기 때문에 경영실적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노조는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강화와 구조조정 대응을 위해 금속노조의 푸른 깃발 아래 어깨 걸고 함께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