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5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불법파견 사건에 대해 오락가락 판정을 내린 이유가 밝혀졌다.
당시 부산지노위는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451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부당징계 구제신청에서 1·3공장의 경우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2·4공장에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파견관계를 인정하면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주가 현대차가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사내하청회사가 고용주가 된다. 그만큼 사내하청 노동자의 부당해고 관련 소송은 파견 여부를 가리는 것이 핵심이다.
1월29일 <매일노동뉴스>가 울산지노위의 판정문을 입수해 살펴보니 사건이 배정된 심판위원회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다. 같은 사안을 놓고 공익위원에 따라 파견 여부에 대한 판정이 달라진 셈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사내하청 간 파견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2· 4공장 판정은 2011년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한쪽에서는 파견, 다른쪽에서는 도급=지난해 2월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파견형태로 고용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제조업에 파견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불법파견에 해당하고, 사내하청업체에서 해고된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한 자동차 조립업무는 수급업체의 기술성과 전문성이 낮고 수급업체 노동자에 대한 지시권이 미약하다.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면 하청업체 현장관리인이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고 해도 이는 현대차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지휘명령이 현대차에 의해 통제돼 있는 것에 불과하다."
1· 3공장 해고자에 대한 지노위의 판단은 대법원의 이런 판례를 충실하게 따랐다. 도급계약 내용이 현대차의 의도대로 체결될 수밖에 없고 인원조정이나 작업공정을 도급업무 세부명세서에 기재된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청회사의 소장이나 반장 등이 직접 작업지시를 하지만 원청의 검수자가 원하청 작업을 구분없이 검수하고, 컨베이어시스템에 따라 원·하청 노동자들이 서로 섞여 부품 조립을 했다고 봤다. 사내협력업체 관리규정대로라면 현대차가 직접 하청회사를 지시·감독해야 가능하다는 내용도 판정문에 담겼다.
그런데 2· 4공장에 대한 판정은 180도 달랐다. 자동차 생산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특성상 사내하청이 수행할 작업공정을 원청회사인 현대차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청회사가 담당할 업무와 일할 장소를 구체적으로 정했다고 주장했다. 원·하청 노동자가 함께 작업을 수행할 때 참고하는 작업표준서도 구체적인 작업지시라고 보기 어렵고, 현대차가 사내하청회사의 관리규정을 제정해 사용했는데, 하청회사와 협의조정했으니 문제가 안 된다고 봤다. 원청의 검수자가 불량검사나 시정요청을 했지만 도급계약상 도급계약의 이행내용을 알려 주거나 시정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도 뒤집어=게다가 부산지노위는 원청과 하청이 혼재작업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법원처럼 이를 중요한 판단요소로 보지 않았다. 부산지노위는 “같은 공장 내에서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특성상 원·하청 근로자가 근접거리에서 혼재작업하는 경우가 있으나 혼재작업이 곧바로 원청의 작업지휘명령과의 인과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파견이 아니라는 근거로 "하청회사가 자주 지휘명령을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까지 들었다. 다시 말해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사용사업주에게 파견한 뒤 파견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임에도 파견사업주인 사내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수시로 지휘명령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견을 인정한 1·3공장 판정에서는 대법원의 판결과 달리 해고된 사내하청 노동자를 구제하지 않기도 했다. 현대차 직원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현대차 직원을 다른 회사가 징계했는데도 징계가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이 파기환송심으로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부산지노위는 “근로자지위확인에 관한 소송 등이 법원 등에 진행 중인 경우에는 법원의 최종판결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사내하청 근로자들 사이에는 고용관계가 원칙적으로 존재한다”며 “근로자들과 현대차·사내하청회사가 병존적으로 고용관계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