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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대한 애정, 과연 한국은?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1-05-23 (월) 09:27 조회 : 1553

프랑스노동총동맹(Conféd,ération Générale du Travail, CGT) 산하 금속연맹은 정기대의원대회를 3년에 한 번 연다. 금속연맹은 올해 이 대의원대회가 지난 9일부터 파리에서 1백 킬로미터 떨어진 항스시 회의센타에서 닷새 동안 열었다. 나는 CGT의 초청으로 발레오공조코리아 문제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8일 출국했다. 개인적으로 생전처음 ‘해외나들이’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사흘 간 프랑스 현지에 체류하는 내내 우리를 챙겨준 프랑스 동지들의 관심과 연대, 그리고 배려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처음 본 외국 노조들의 대의원대회 현장. 우리와 달리 형식과 권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회의장에서 의장이 ‘폼 잡고’ 근엄하게 앉아 의사진행을 하는 모습은 없었다. 국제노동단위 관련 설명회를 진행하는 그곳 간부 세 명은 의자도 아닌 탁자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있기도 했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진행하기도 했다. 76세의 최고령 대의원과 25세 최연소 대의원이 한자리에 앉아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도 있었다.

   
▲ 오른쪽에서 세번째 있는 동지가 CGT 위원장이다. 위원장이라고 해서 형식과 권위 이런 건 없다.
CGT 위원장이 국제 노동단체 초청 동지들을 접견할 때 자연스럽게 흡연장인 옥상에 선 채로 만나 인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항스시 청사를 방문했을 때 의자 없는 홀에서 방문자와 부시장이 선 채로 마이크도 없이 환영사하고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 식사자리에서 아무 격도 없이 대화에 마구 끼어들고 웃고 떠드는 모습까지. 형식과 권위 이런 것들은 없었다.

형식과 권위 이런 게 없다

특히 대의원대회 회의진행을 위원장이 하는 게 아니었다. 각 주제별 회의를 진행하는 진행자는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이 직접 선출한다. 주제별 회의를 진행할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서기 등 세 명의 후보를 놓고 참석한 대의원들이 거수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대의원대회 표결은 찬성을 묻고, 반대를 묻고(한국은 여기서 끝나는데) 그 다음 꼭 묻는 것이 기권여부다. 기권하는 사람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다.

발언권 신청은 한국처럼 손을 들고 ‘의장’을 외치는 게 아니라 사전에 회의장 앞에 마련된 사무국 테이블에 가서 직접 신청을 하고, 발언자는 의장으로부터 발언권이 주어지면 즉흥적으로 발언을 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종이에 미리 발언 내용을 정리해서 정확하게 주어진 시간 내에 자기의견을 제출한다.

   
▲ 대의원 발언 장면. 의장석 왼편에 발언자 문서작성자(서기)들이 있고 대형화면 화면 아랫쪽에 녹색막대기가 모래시계처럼 그려져 발언시간 5분을 재고 있다. 의장석 오른편엔 테이블 토론석도 배치돼 있다.
무엇보다 다른 동지들의 발언권을 보장해주는 배려차원에서 발언시간을 준수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5분간 발언시간이 주어지면 회의장 정면 대형화면에 발언자 모습이 등장한다. 발언시작과 동시에 화면 아래에 녹색막대기가 모래시계처럼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발언시간이 약 4분 지나고 나면 녹색 막대가 붉은색으로 변한다. 5분이 지나면 전체 막대기가 붉은색으로 번쩍이며 발언종료를 알린다. 대부분 발언자들은 이쯤되면 발언을 중지한다. 한국처럼 한 두 사람의 대의원이 발언권을 독점하는 일은 없다.

한 두사람의 발언권 독점 이것도 없다

사흘째 오전 토론 주제는 ‘청년노동자의 삶의 질과 노조 조직화’였다. 이 주제토론에 참여한 대의원은 무려 서른 두 명이었다. 이번 대의원대회에 참여한 대의원 중 46%가 처음 참여하는 초선 대의원인 점이 이색적이었다. 토론은 의장석에 세 명(의장, 부의장, 서기)이 앉고, 라운드 테이블에 일곱 명의 토론자가 앉는다. 전체 토론의 진행은 의장이 진행하고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대의원들의 발언 도중에 의장이 발언권을 넘기면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토론을 진행한다. 한국처럼 토론자라해서 근엄하게 자기가 작성한 자료를 들고 읽는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마지막 토론 주제는 국제토론마당으로 ‘산업정책과 산업 초국적화 관련 대응’이었는데 이때 스물 한 명이 발언을 신청했다. 그런데 국제단위에서 참석한 발언자들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신청자 전체의 발언을 들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자 의장은 토론종결을 선언했다. 이에 대의원들은 “계속토론”을 주장하면서 항의성 야유와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에 의장은 “발언을 하지 못한 대의원들의 의견은 본인이 직접 서면으로 제출한다. 그러면 그 의견을 회의록에 남기고 보고서 채택에 포함시킨다”고 답하자 수긍을 한다. 여기서 잠깐 토론장에서 다양하게 쏟아졌던 대의원들의 발언을 소개한다.

주제토론과 라운드테이블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 기업이 비정규직의 임금을 높이고 이에 대한 부담을 정부가 덜어주는 방식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시켜야 한다.”
“늙은 노조 간부가 퇴직하면 젊은이에게 간부직을 넘겨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문제다. 젊은 노동자는 길거리에서 싸우고 늙은 노동자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게 문제다”

“청년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조 미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정작 젊은이들과 대화를 하려고 하지는 않는 게 문제다”
“학생들을 조직하기 위해서 그들을 교양해야 한다.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가르치고 자본주의를 부숴야 될 필요성을 가르켜야 한다”
“금속연맹 대의원 424명 중 여성대의원은 고작 9%인 38명에 불과하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여성들은 남성보다 27% 임금이 낮다. 성희롱 노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등 육아와 직장을 감당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조직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프랑스노총(CGT) 금속연맹 39차 정기대의원대회 3일 차에 열린 ‘초국적자본에 대항하는 국제노동자 연대’라는 주제토론에 참여한 이택호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장이 “국제적인 연대 강화로 발레오 자본의 악날한 노조 탄압에 맞서 싸워 반드시 승리하고 싶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크롬 스테인레스 취급 사업장에서 3명의 암환자가 발생했다. 발암원인을 조사중인데 퇴직자등을 상대로 추적중이다”
“자본가들이 공장을 지금처럼 계속 해외로 이전한다면 프랑스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더욱더 불안해 진다. 자본의 해외이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

여기, 혹시 한국인가? 착각

“노조가 전세계 민중들의 투쟁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하다. 아프리카, 아랍권의 민중혁명, 총파업에 대해서 조합원에게 알리고 지원을 해야한다”
“노조 탈퇴자가 느는 것은 사용자들의 탄압 때문이다. 심지어 대의원이 해고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악덕 사업자를 응징해야 한다”
“임금이 하락하거나 동결되면서 노동자들의 구매력은 점점 나빠지고있고,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들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인상 투쟁에 힘을 모으자”

토론자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여기가 한국인가?’ 이런 착각이 들 정도다. 노동자들이 처한 상태는 한국이나 프랑스나 비슷했다. 아니 똑 같았다. 자본가의 탐욕과 탄압도 똑같았다. 한 가지 기억을 더 소개하면 CGT 금속연맹 대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애정이다.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발언을 마무리할 때 “00지부 만세, CGT 만세”라고 외친다. 그러면 대의원들은 박수로서 단결을 표한다.

심지어 노동조합 지도부에 대해서 실랄한 비판(예컨대, 연금개혁 실패나 노조관료주의 등)을 하면서도 “CGT만세”를 외친다. 물론 프랑스처럼 철저히 오픈샵(Open-Shop)을 적용하는 상황에서 본인들이 좋아서, 스스로가 선택해서 가입한 노동조합이니 그 애정이야 당연히 크겠지만, 그런 모습에서 나는 복수노조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노동조합 상태를 돌아보게 됐다.

박유기 /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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