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을 시작하기 위해 탈의실로 들어선 노동자들을 맞이하는 바퀴벌레와 쥐들.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일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노동환경. 그리고 작업 중 휴식은 꿈도 못 꿀 정도의 노동강도. 그뿐이 아니다. 조회시간 정강이를 까고 뺨을 때리는 관리자의 폭력. 몸이 안 좋아 병원 좀 가면 안 되겠냐고 하소연이라도 하면 “그만 두고 싶냐”, “꾀병 부리지 마라”는 핀잔까지.
7, 80년대 노동현장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몇 년 전인 2008년까지 경주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현실이었다. 힘없고 열악한 중소기업이라서? 아니다. ㈜다스는 연매출이 2007년 1천7백20억원, 2008년 1천9백65억원 수준의 중견기업이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씨와 이 대통령 처남 고 김재정 씨가 주식 95%를 소유한 회사로도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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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0월8일 열린 다스지회 현판식 및 2008년 단체협약 승리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
그렇다면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없어서? 이 역시 정답이 아니다. 1987년 회사가 설립되자마자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이 부당한 착취를 당한 21년 동안 노조는 도대체 무엇을 했을까?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당시 노조 간부들은 더 이상 이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몇몇 조합원들의 증언들을 통해 짐작은 가능하다.
“조합 사무실을 가보니 만화책만 잔뜩 있더라고요.”
“20여 년간 노동조합이 있었는데 이월 받은 통장의 잔고가 1천1백만원에 불과했어요. 조합간부들이 조합비로 유흥업소에서 술 먹고 2차까지 가곤 한다는 얘기가 있었죠. 총회 때 조합원에게 지급하는 선물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조합비를 유용했다는 의혹도 있었고요.”
“회사와 임금협상을 하면 조합원 총회 없이 위원장이 직권조인으로 끝내버립니다. 조합원들이 문제제기를 해도 막무가내였죠.”
그렇다. 있느니 보다 못한 어용노조가 문제였다. 회사로부터 부당하게 착취당하는 현실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던 어용노조의 행태에 노동자들은 더 분노했다.
2008년 7월, 쌓이고 쌓였던 분노가 폭발했다. 노동자들은 총회를 통해 당시 어용노조 위원장 불신임 안건을 98.57%로 가결했다. 동시에 95.7%의 찬성으로 한국노총을 탈퇴하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어용노조 깃발은 노조 사무실에 쌓여있던 만화책과 함께 불태워졌고, 현장에는 금속노조 경주지부 다스지회 깃발이 올랐다.
조합원들은 총회소집을 거부한 채 사무실 자리를 지켰던 어용노조 위원장을 직접 끌어내렸다. 어용노조 위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조합원 수백명의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총회 결과를 인정했다. 당시 민주노조 건설을 막고자 경찰병력 1천여명을 불러 모았던 회사도 지회 조합원들의 완강한 파업투쟁과 지역의 연대총파업 결의에 결국 손을 들었다. 회사는 금속노조와 교섭을 진행하고, 노조활동을 보장하며,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