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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서민정책은 모두 거짓말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1-08-08 (월) 12:50 조회 : 2297

이명박 대통령이 7월 20일, 긴급 물가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물가를 잡으라고 주문했다. 물가관계 장관들은 대통령의 명을 받들어 7월 26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 관계장관회의를 진행하고, 소위 ‘MB식 물가잡기’를 구체화했다.

관계장관들은 물가상승이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님을 극구 설명하려한다. 이는 정부의 무능이나 정책적 결함을 숨기고, 향후 실패에 대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일본에 비해 우리의 물가상승률이 높다는 것은 숨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관계장관들은 아마도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은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은 높은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장관들은 브라질, 중국 등은 세계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신흥개발국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높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관계장관들은 물가를 잡기 위한 단기대응책으로 소위 MB물가지수를 내놓았다. 배추, 돼지고기, 과일류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을 선정하여 수급관리를 강화하고 불안요인에 적극대응, 서민밀접품목 가격의 편법인상, 대형외식 업체나 프랜차이즈업계의 담합 중점조사, 공기업 경영혁신 등을 통해 강력한 비용절감 노력을 우선 추진하여 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한다는 것 등이 그 단기대응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들의 희망과는 다르게 이들의 물가잡기는 실패할 것이다. 2008년 52가지 주요생활물가지수를 설정하고 물가잡기에 나섰지만 실패했던 사례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그 실패의 징조는 그들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요금 인상, 그중 전기요금의 인상이다. 비록 차등 인상을 통해 서민층에게 부담을 적게 준다고 설명했지만 돌려치나 메치나 전기요금이 8월 1일부터 평균 4.9% 인상된다.

다시 등장한 ‘MB 물가지수’

공기업 경영혁신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한다고 했지만 그런 노력이 선행되는 일 없이 우선 5%가 단번에 인상되는 것이다. 정부가 관리 가능한 부문에 대한 것도 이렇게 무너지는데 하물며 민간부문의 물가인상을 과거 박정희 정부도 아닌 이명박 정부가 잡을 수 있겠는가. 관료를 동원하여 물가를 잡는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물가 관계장관들의 발상은 요새말로 ‘어이상실’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에 기여한 여러 요인이 있다. 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상승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상당히 올랐는데 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저금리와 고환율이다. 저금리는 유동성을 늘려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는데 기여하고 있고,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상승시켜 역시 물가상승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를 건드려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관계장관들은 이것은 건드리지 않고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고금리 정책으로 전환하고, 금리를 점차 올려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주저하고 있다. 이유는 부동산경기의 침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표현하면 자신들의 표밭(지지기반)을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금리를 인상하는 대신 오히려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대폭 완화, 분양가 상한제 8월 임시국회에서 폐기, 재건축 개발부담금 절반으로 인하 등의 부동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수입물가 상승의 주범인 환율을 인하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의 경우 고환율은 수입원자재의 가격을 상승시키고 이것은 생산원가를 상승시켜 결국 물가인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 중심, 수출 중심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이명박 정부의 관계장관들은 환율 인하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물가 잡으려면 저금리-고환율 정책 버려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환율이 1050원을 기록하면서 중소 수출업체들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물가에 집중해서 환율정책을 하는 것은 순진무구한 생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표현 중 최중경 장관이 잘못 말하거나 왜곡한 부분이 있다. 환율이 1050원이 되면서 ‘중소 수출업체들이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다’가 아니라 ‘대기업들이 아우성치고 있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고환율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중소수출업체가 아니라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확인해 보자.

   
▲ 수입물가지수 변화 추이
이명박 정부의 환율 정책으로 혜택을 입은 산업은 자동차와 전자부품 및 컴퓨터, 1차금속 등 단 3개에 불과했다. 자동차 산업은 명목실효환율이 1%포인트 오를 때 0.57%포인트의 수익률 상승효과를 얻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호실적 중 상당부분은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 힘입은 것이다. 전자부품 및 컴퓨터 산업도 환율 1%포인트 상승 때마다 수익률이 0.27%포인트 올랐다.

반면 섬유, 목재ㆍ펄프, 비금속제품, 금속가공제품, 의료정밀ㆍ기계, 건설, 도소매, 전문서비스, 기타서비스 산업 등 원자재 수입 부담이 큰 대부분 산업들은 환율이 오름에 따라 상당량의 손실을 입었다. 수출 대기업의 환율 이득은 내수 중소기업, 국내의 소비자, 자영업자 등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2008년과 2009년의 내수용 수입액은 각각 2516억 달러와 1926억 달러였다. 2007년보다 환율이 상승함으로써 수입업자와 국내소비자들은 2008년에 44조 원, 2009년에 67조 원을 더 지급해야 했다. 이게 물가가 오르고 실질 소득이 감소하고 내수가 위축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 30대 그룹의 2008년 1분기~2009년 2분기 당기순이익(푸른색, 좌축)과 외화환산손익(붉은색, 좌축) 추이. 경제위기감이 극도에 달한 2008년 4분기 이후 대기업 집단의 실적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프레시안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최중경 장관은 중소기업 핑계대며 고환율 유지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수출증진-경제성장이란 미명하에 대기업들은 살찌게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즉, 2009년 삼성전자는 고환율로 약 3조원의 이익을 보았는데 이런 이득을 그들에게 계속 주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환율이 1062원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고환율-고물가로 국민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고환율로 서민들의 돈을 계속 갈취하여 떼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물가 관계장관들이 진정 물가를 잡으려면 파렴치함을 보이고 있는 대기업들의 고환율 유지 주장을 다스려야 한다. 고환율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며 물가를 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고환율 정책은 고물가-서민생계압박을 가져올 뿐이다. 따라서 이 정책을 유지하는 한 서민생계 운운하는 이명박 정부의 서민정책은 모두 거짓이다.

공계진 /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장

* 윗 글은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매달 발행하는 뉴스레터 34호(2011. 08)에 실린 글입니다. 그대로 싣습니다.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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