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사태로 심야노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된 가운데, 전 산업에 걸쳐 밤샘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건강상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14일 오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임상혁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교대 근무로 심야노동을 하는 철도노동자의 절반 가량이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교대 근무를 하지 않는 철도노동자는 10명 중 1명만이 수면장애를 겪고 있어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이 올해 6월 실시한 조사 결과에는 주야 2교대 사업장 노동자 80% 이상이 수면장애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교대근무자 중 남성노동자의 74.9%, 여성 노동자의 82.2%가 수면장애로 고통 받고 있었다.
임 소장은 수면장애 유무에 따른 사고 발생 비율 비교표를 제시하며 “수면장애가 판단력을 감소시켜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이도 했다. 임 소장은 심야노동이 위장질환과 고혈압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자료도 공개했다. 화학사업장 노동자 중 교대근무를 안하는 노동자는 위장관계 증상이 4명 중 1명 꼴로 발견된 반면, 교대근무 노동자는 3명중 1명이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심야노동이 일반화돼있는 택시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에 비해 고혈압 등 뇌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2~3배 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임 소장은 “심야노동은 금속, 화학산업 등 제조업, 공공운수업, 병원산업, 민산서비스업 등 모든 업종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건강피해 역시 모든 업종에서 나타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심야노동을 철폐하거나 줄이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 소장은 “산업안전공단의 발표한 ‘교대작업자 보건관리지침’에는 야간작업은 연속 3일을 넘기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권장 수준이 아니라 강제하도록 하는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내 전력공급정책이 기업의 심야노동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값싼 심야전력 요금이 업주들로 하여금 심야시간 작업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라도 제조업의 심야노동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산업용 전력 사용량의 40% 정도가 경부하시간대 전기라고 밝혔다. 경부하시간대란 전체 전력 수요가 비교적 적은 시간대로 심야노동 시간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때 전기요금은 전기 생산원가의 70% 수준밖에 안 되며, 최대부하시간대 요금과 비교하면 1/2~1/3 가량 싸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도 “경부하요금제는 24시간 가동되는 공장에게 특혜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심야노동철폐는 노동운동과 에너지운동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싸워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기회국장은 “심야노동 철폐는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로 이어져 정부의 녹생성장 정책과도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급증 추세인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4% 감축시키겠다는 계획을 담은 ‘녹색성장 국가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