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적용 법정최저임금안 결정단위인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안 결정시한을 훌쩍 넘기고 위원들이 집단사퇴까지 선언하는 등 초유의 파행사태를 맞았다. 이와 관련해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해 문제제기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위원장 김영훈)은 4일 오전 긴급히 산별대표자회의를 연 뒤 긴급 성명서를 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즉각적인 최저임금 결정제도 개선에 나서라”고 고용노동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서 민주노총은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반헌법적인 법률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법 4조는 생계비, 유사근로자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충실히 반영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말도 안 되는 흥정마당으로 변한지 오래”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노총은 “지금의 최저임금위원회는 즉각 해체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정치권을 향해서도 “최저임금 결정 파탄에 대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는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추진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헌법과 법률 취지와 기준에 맞게 최저임금 결정제도 개선입법에 착수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안을 심의요청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내년부터 적용되는 법정최저임금액을 고시해야 한다. 그 고시 시한은 8월 5일이며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달 29일까지 심의 의결했어야 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안 결정시한을 넘긴 채 회의를 진행해 온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1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중재안에 대해 사용자와 노동자위원 모두 반발했다. 이어 사용자위원 전원과 한국노총 쪽 노동자위원 전원은 사퇴를 선언했고, 공익위원 중에서도 일부 사퇴의사를 표명해 파행을 맞게 됐다. 당시 공익위원 중재안은 “시급 4천 680원에서 4천 620원 사이에서 결정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한국노총 출신 최저임금위원은 올 최저임금보다 10.6% 인상한 시급 4천 780원을, 사용자측 위원들은 3.1% 오른 4천 455원을 주장했었다.
| |
 |
|
|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저임금 노동자 생계 묵살 최저임금위원회 규탄'기자회견에서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노동과세계=이명익기자 |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장은 17대 한나라당 공천신청자로 노골적인 사용자 편향을 지난 자”라면서 “회의 마감을 불과 1시간 30분을 남기고서야 중재안을 제출함으로써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이는 일정을 빌미로 노동계의 주장을 포기하라는 협박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며 “소극적이고 기계적인 중재 역할만 해온 공익위원이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결국 4일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안 결정 시한도 넘겼을 뿐만 아니라, 위원들의 사퇴로 위원회 의사정족수조차 미달된 상태로 결정조차 불가능한 상태가 돼 버렸다. 그리고 법적으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일방적으로 최저임금액을 결정해 고시할 수도 없다. 최저임금법 8조에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하여 의결한 최저임금안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특히 최저임금위원회의 경영계 사퇴는 내년 적용 최저임금액 인상을 물리적으로 봉쇄해 아예 동결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최저임금위원회 파행은 금속노조에도 미치는 ‘불똥’이 크다. 이재인 금속노조 단체교섭실장은 “중앙교섭 상대방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산업최저임금 인상액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고 강조한다. 기존 관행에 따르자면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6월 말 법정최저임금안 결정 뒤 그것에 ‘플러스 알파’의 금액을 더하는 수순으로 매년 7월초에 진전된 제시안을 냈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 파행으로 인해 5일 개최될 9차 중앙교섭 때 사측이 얼마나 진전된 최저임금 제시안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가 되어 버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