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사태와 관련한 언론 왜곡 보도가 논란이 돼 온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아래 방통심의위)가 직접 나서 언론의 노동문제 보도를 검열하고 통제하려 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5월 말 유성기업 사태를 다룬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손경제)와 한국방송(KBS)의 <박경철의 경제포커스>(포커스)에 대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권고’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한 수준이 낮을 경우 방통심의위가 해당 프로그램에 내리는 행정지도 가운데 하나다. ‘주의’, ‘경고’ 같은 법정 제재는 아니다.
방통심의위가 이 같이 두 프로그램을 문제 삼는 이유는 해당 방송에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내용이 “너무 노조 입장만 많이 얘기해 공정성을 지키기 않았다”는 것이다. MBC ‘손경제’는 지난 5월 25일 방송한 경제뉴스 따라잡기 코너에서 제정임 세명대 교수를 출연시켜 유성기업 사태를 다뤘다. 이 방송에서 제 교수는 “주야 2교대 작업 결과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지난 1년 반 동안 5명이 과로로 숨졌다”면서 최중경 장관의 발언과 경찰력 투입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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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 김현미 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강정주 |
당시 제 교수는 “연봉 1억 원이 넘는 근로자라도 사측 부당행위가 있다면 단체행동으로 맞설 수 있는 것이 헌법과 노동법상의 권리”라며 “노사간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부가 성급하게 사용자 편을 들어 경찰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쌍용차사태에 이어 또 하나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KBS ‘경제포커스’ 진행자 박경철 씨도 같은 날 방송에서 “사측이 공권력 투입이 준비되는 동안 대화를 통해 타결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고 평가하며 대기업과 하청기업간의 납품단가 문제를 지적했다. 제 교수는 5월 28일 해당 프로그램의 ‘한국경제 진단’ 코터에도 출연해 유성기업 사태를 다뤘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는 방통심의위 회의에 앞서 서울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심의위의 부당 심의를 규탄했다. 이들은 “방통심의위는 사용자와 정부 측의 편중된 시각으로 노조를 비판하는 보도물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제기도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 입장을 얘기해 준 방송에만 양쪽 입장을 똑같이 다루지 않았다며 기계적으로 따지고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이번 사태는 정부에 비판적인 아이템이나 노사관련 보도를 사실상 검열하는 것”이라며 박만 방통심의위 위원장 사퇴도 촉구했다.
방통심의위는 대통령이 위촉한 심의위원 아홉 명이 방송법 등에 근거한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이와 관련해서도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명박 정권 이후 낙하산 인사로 조직이 장악된 언론사에 대한 압박과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더해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방통심의위를 통해 사후 징계하고 제작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도 “방통심의위원들은 현 정권을 지키는 개가 되어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유성기업 사태와 관련해 KBS는 지난 5월 23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7천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유성기업 노조 파업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는 인터뷰를 내보냈다. 같은 달 30일에는 “연봉 7천만 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는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 연설을 방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는 사실과 다른 왜곡보도로 금속노조는 지난 달 23일 KBS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촉구하는 언론조정신청을 접수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이 같은 내용의 방송과 관련한 심의나 징계를 진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