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소속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대표자들이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공식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 계열사 노조 및 지부와 지회들은 11일 오전 11시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반대입장을 밝힌 곳은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 현대모비스지회, 현대로템지회, 현대제철지회, 현대하이스코지회, 케피코지회, 메티아지회, 다이모스지회, 엠시트지회, 비앤지스틸노조 등 1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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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신동준 |
이들은 우선 편법적인 경영승계를 위한 자금마련 수단으로 악용되는 현대건설 인수를 반대했다. 이들은 이날 회견문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고 난 뒤 현대엠코와 합병해 우회상장으로 현대엠코 주가를 끌어올리려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그룹의 정씨 일가가 10배에 이르는 주식가치 상승이익을 취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정씨 일가는 그 뒤 현대엠코 지분을 일부 팔아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해 정씨 일가의 소유지분을 늘리고, 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통해 아들 정의선 지분확대를 하려 한다”고 제기했다.
이어 이들은 현대차그룹의 ‘말바꾸기’에 대해서도 공식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매년 열리는 노사교섭에서 우리가 순이익 분배를 요구했을 때 회사는 자동차시장 불확실성과 연구개발투자 등에 대비하기 위해 사내유보금을 쌓아야 한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랬던 회사가 사내유보금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 현대그룹에서 공식 계열 분리되면서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2005년 윤주익 엠코 부회장은 “현대건설을 인수할 여력이나 계획이 없으며 검토된 바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2006년 현대차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는 메리트가 적고 대북사업에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김창희 엠코부회장이 “한마디로 현대건설을 인수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했으며 강호돈 현대차 대표이사는 올해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는 사실무근이며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지난 19일 2020년까지 현대건설 인수자금 외에 총 10조원을 투자해 수주 120조 매출 55조원의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IMF 시절 현대차의 이익잉여금을 타계열사에 쏟아부은 탓에 현대차 자금유동성 악화로 1만 여 명의 현대차 조합원이 구조조정 당한 사실을 잊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금속노조의 현대차계열사 조합원만 8만명이 넘는다”며 “또다시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짐을 짊어지게 할 셈이냐”고 말했다.
이날 노조와 현대차계열사 노조 대표자들은 회견문을 통해 “현대건설 인수에 쓰일 자금으로 △연구개발 및 국내설비 투자 △현대차그룹 산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장시간 노동 해소를 위한 주간연속2교대 시행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단 △조합원 복지 증진 △급변하는 자동차시장의 대비 등에 먼저 투자하라”고 공식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올 한해 무려 자동차 리콜문제가 최대 이슈였고 30만대에 이르며 그 비용만 5조 수준이었는데 현대차그룹의 사내 보유금을 건설에 다 투자하면 자동차산업 재투자와 소속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어쩔 셈이냐”고 이날 입장천명의 취지를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