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의 2010년 중앙교섭이 19일 17차 교섭을 통해 의견접근을 이뤘다. 이번 의견접근안이 조합원 총회를 통해 최종 확정되면, 산별중앙협약에는 2개 조항이 새로 갱신되며 5개 조항이 신설될 전망이다. 지난 3월 25일 상견례 이후 약 7개월 만에 이뤄진 잠정 합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미는 무엇일까.
노사는 이번 의견접근안에서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월 통상임금 1,015,000원과 통상시급 4,400원 중 높은 금액을 적용하기로 협약 갱신을 합의했다. 적용대상은 현행과 같이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금속사업장에 고용된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를 포함한다. 적용기간은 2011년 1월 1일부터 2011년 12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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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9일 밤 중앙교섭 의견접근을 위한 축조교섭 중간 결과를 놓고 노조 교섭위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신동준 |
지난해 8월 금속노조 5기 2년차에 체결된 산별중앙협약은 월 통상임금 978,000원과 통상시급 4,200원 중 높은 금액을 적용하기로 합의돼 있다. 작년에 비해 시급으로 봤을 때 2백원이 인상된 셈이다. 원래 노조 요구의 원안은 전체노동자 통상임금의 50%인 시급 5,152원, 월 1,076,660원으로의 인상이었다. 합의안이 애초 요구안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한 수준인 셈이다.
금속산업 최저임금, 2백원 인상된 시급 4천4백원
이재인 노조 단체교섭 실장은 “근 몇 년간 금속산업 최저임금은 법정최저임금에 비해 시급으로 따졌을 때 70~90원 가량 상회하는 수준으로 합의를 해 왔음을 고려하면 올해 인상분도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법정최저임금 인상에 지렛대 역할을 해온 금속산업 최저임금의 의미를 올해 중앙교섭에서도 지켜냈다는 의미다. 다만 이 실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법정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게 낮아진데다 사회 양극화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평가를 덧붙였다.
노사는 이번 의견접근안을 통해 퇴직금과 퇴직연금 관련 협약도 갱신시키기로 했다. 현재 산별중앙협약 17조에는 “회사는 현행 퇴직금 제도를 유지하며 노사합의 없이 이를 변경할 수 없다. 또한 조합이 퇴직금 적립과 운용에 대해 확인을 요청할 시에는 관련 자료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노조는 올해 이를 보다 구체화 해 15일 이내에 요청 자료를 제공할 것과 산별퇴직연금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현행 퇴직보험제도가 법적으로 올해까지만 유지돼 퇴직연금 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를 노사가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특히 여기엔 산별퇴직연금 운용을 통해 안정적인 수급권 보장과 노동조합 강화를 추진해 보겠다는 장기적 목표도 담겨 있다.
산별퇴직연금 노사공동위에서 다루기로
이번 의견접근안에서는 애초 노조 요구 원안만큼 구체적으로 합의되지는 않았지만 15일 이내 자료제공 의무를 명시했으며, 금속노사공동위원회에 퇴직연금소위원회를 설치해 산별연금 도입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재인 실장은 “사용자측도 퇴직연금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만큼 어느 정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향후 노사공동위를 통해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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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9일 열린 17차 중앙교섭에서 노조 교섭위원들이 사측 제시안을 살펴보고 있다. 신동준 |
노사는 산별중앙협약에 고용창출과 관련된 조항을 신설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조항에는 “회사와 조합은 고용안정과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위한 신규채용 확대를 위하여 적극 협력한다”고 명시된다. 세부 항목으로는 ①회사는 기간제 노동자, 단시간 노동자가 있는 부서에서 신규 채용을 하게 되는 경우 기간제 노동자, 단시간 노동자 중 결격사유가 없는 자에 대하여 사내 채용 절차에 따라 우선 채용할 것 ②회사는 신규 채용 시 1호에 의한 채용인력과 회사의 인력분포를 감안해 만 29세 이하의 청년을 일정비율로 채용할 것 등이다.
애초 노조는 이 요구안에 △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인원은 반드시 신규채용 △3년 평균 당기순이익 대비 09년 당기순이익의 증가 비율만큼 신규채용 하라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재인 실장은 “노조의 요구안에 비해 구체성과 강제력이 떨어지는 합의지만 신규채용 확대 내용이 담긴 조항이 협약에 신설된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단서가 달려 있긴 하지만 청년을 일정비율로 채용하기로 합의 한 것도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적지 않은 성과”라고 분석했다.
신규채용 시 비정규직 우선 및 청년 할당 합의
명예감독관 조항도 신설된다. 노조는 올 중앙교섭에서 비정규노동자 관련 요구 중 하나로 “회사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적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 명예근로감독관의 활동시간(월 10시간)을 보장”할 것을 제시했었다. 이 요구는 이번 의견접근안에 “회사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적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촉한 고충처리위원을 명예감독관으로 위촉”하는 내용으로 반영됐다. 이와 관련해 이재인 실장은 “신설의 의미는 있지만 중소영세사업장 지원의 취지가 삭제된 데다 시간할애 보장도 명확치 않아 선언적 수준에 머무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도 비정규노동자 관련 산별중앙협약에 새로 추가된다. 노사는 이번 의견접근을 통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노동관계법령에 따르며,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기준에 관한 실태조사 및 연구는 금속노사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명예감독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 신설
노조가 원래 요구했던 문구에는 “동일가치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기 위해 판단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분명히 했지만 이 부분이 수용되지 않은 채 합의됐다. 하지만 노사가 자체적으로 실태조사와 연구를 진행키로 한 것은 일정부분 성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제3자였던 차별시정위원회는 동일가치노동과 차별적 처우의 기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실노동시간 단축 요구 역시 선언적인 수준으로 산별중앙협약에 추가된다. 구체적으로는 ①회사와 조합은 실노동시간 단축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사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점진적인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으며 ②금속노사공동위원회에 실노동시간 단축 소위원회를 둬 2012년까지 단계적 실노동시간 단축방안에 대해 합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2012년까지 실노동시간 단계적 단축방안 마련키로
노조는 애초 노동시간 2,700시간 제한 및 노동시간 구좌제 실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에 대해 1시간 당 100원의 건강배상금 물리기 등을 요구했었다. OECD 국가 평균보다 1.3배나 많은 우리나라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함이었다. 반면 사용자측은 노사공동선언문과 노사공동위에서 해결방안 모색 수준을 제시해 큰 입장의 차이를 보였다.
이번 의견접근안에는 사측 제시안을 좀 더 구체화 시켜 ‘2012년까지’라는 시한을 설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편 노사공동선언문은 조인식 전에 사용자측과 실무협의를 거쳐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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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새벽, 2010년 중앙교섭 의견접근안을 만든 금속 노사교섭위원들이 교섭을 마치며 상호 인사를 하고 있다. 신동준 |
노동기본권 문제는 올해 교섭의 핵심 쟁점이었던 만큼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았다. 노조는 실무교섭에서 “전임자의 수와 처우를 현행과 동일하게 보장”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사측의 강한 반발로 요구안 관철하지 못했다. 대신 노사는 의견접근안에서 “노조전임자와 관련한 내용은 노사합의를 준수하도록 한다”고 합의했다.
중앙교섭 전임자관련 합의로 단협 불이행 정당성 상실
중앙교섭에서 노조가 이 같은 수준의 합의를 한 것은 최소한 올해 전임자 처우 및 조합활동을 보장받도록 합의한 사업장 및 지부의 단협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10월 현재 올해 임단협을 진행하는 180개 사업장 중 절반이 넘는 곳이 전임자 처우 및 노조활동 보장과 관련해 단협 현행유지를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고용노동부가 단협시정명령을 남발하는 등 부당한 노사자율을 침해 행위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이 고용노동부의 탄압을 핑계 삼아 단협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
이재인 실장은 “중앙교섭에서 노조전임자와 관련해 노사합의를 준수하기로 한 만큼, 사용자들은 단협 불이행 행위는 정당성을 잃게 됐다”며 단협 성실 이행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