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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사꾼’들 살찌우려는 시도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1-02-22 (화) 08:39 조회 : 3404

작년 9월 고용노동부가 고용서비스 민간위탁을 골자로 하는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아래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작년 10월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국가고용전략 2020>. 이 전략보고서에 열거된 추진과제 중 ‘민간의 일자리 중개 산업 육성 기반 마련’은 2011년에 완료하는 것이 정부 목표로 돼 있다. 즉 전부개정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의미다.

민주노총(위원장 김영훈)은 지난달 16일 전부개정안에 대한 토론회를 연데 이어, 최근에는 진보정당 및 시민사회단체와 직업안정법 개악저지 공동교육단을 꾸려 대대적인 조합원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설연휴 전에 교육안을 마련해, 설 이후 전 단위 20분 이상 의무교육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법 개악 저지 투쟁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위한 준비에 나선 것이다.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의 직업안정법 개정 추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은 정부의 파견업종 확대정책과 맞물려 제조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일자리를 간접고용형태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월11일 업체 계약해지 해고 통보를 당한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학교 당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강정주

민주노총, 직업안정법 개악저지 교육에 박차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일단 법 이름을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로 바꾸게 돼 있다. 2009년 10월 직업안정법 22차 개정 때 도입된 ‘고용서비스’는 ‘사용자 또는 구직자에게 고용정보 제공, 직업소개, 직업지도 또는 직업능력개발 등 고용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번 전부개정안에는 취업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촉진사업, 창업·창직 지원 등이 개념에 추가되기도 했다.

얼핏 보면 ‘고용’과 ‘취업’의 의미가 비슷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취업은 노동자가 하는 것이지만 고용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기업이다. 즉 ‘고용서비스’ 대상은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인 셈이다. <고용서비스 활성화 법>이라는 이름에는 사용자 입장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제공해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풀이된다. 원래 법의 주된 목적인 노동자의 직업안정 보장은 폐기하겠다는 것.

실제로 전부개정안은 법의 목적을 명시한 제1조에서 ’근로자의 직업안정 도모’ 문구를 빼버린 채 단지 ‘노동시장에서 인력이 원활하게 수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강조돼 있다. ‘직업안정기관’이 ‘고용지원기관’이란 이름으로 바뀐 것도 마찬가지 취지로 볼 수 있다.

‘직업안정’ 없애고 ‘인력 수급’만 강조

문구로 정리된 목적이나 용어가 어떻건 실제 내용이 안정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면 큰 문제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부개정안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인력중개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중간착취가 늘도록 보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고용서비스가 민간으로 위탁되는 것을 폭넓게 허용하고 나아가 민간 인력중개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세제지원까지 법에 명시한 것이 눈에 띈다. 전부개정안에는 ‘복합 고용서비스산업’ 개념을 도입, 고용서비스 민간위탁 가능 기관에 추가시켰다. 복합 고용서비스사업이란 근로자파견, 직업소개, 직업능력개발 등 고용서비스와 관련된 사업 중 둘 이상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파견업을 하는 사업체에게도 민간위탁을 가능케 하겠다는 얘기다.

더불어 전부개정안에는 정부가 민간업체에 위탁물량, 위탁단가, 위탁기간 등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조세특례제한법’에 정하는 바에 따라 세제상 지원까지 할 수 있게 돼 있다. 노동력을 매매하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

정부는 이 시장을 활성화시키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과 사람을 채용하려는 사용자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마치 상호 조건이 맞는 배우자를 찾아줘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중매 업체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부는 근로계약이 결혼과는 달리 태생적으로 불평등한 관계임을 의도적으로 망각하고 있다.

고용서비스란 미명 아래 중간착취 보장

사용자들은 양질의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고용서비스 업체를 물색하게 된다. 물론 구직자들도 보다 좋은 근무조건을 제공하는 고용서비스 업체를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실업자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고용서비스 업체가 사용자와 구직자의 요구 중 어느 쪽에 중심을 두게 될 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고용서비스 업체들이 보다 많은 성과와 이윤을 내기 위해선 사용자가 원하는 노동력을 보다 값싸게 제공하려는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지금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중간착취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

더욱 큰 문제는 전부개정안이 민간 고용서비스 업체의 중간착취 폐해를 줄이기 위한 장치보다, 이를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부개정안은 구직자로부터 소개요금 수수를 금지하는 대신 사용자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자율화했다. 구인자는 수수료를 고려해 인건비를 책정하는 등 결국 비용을 구직자에게 부담시킬게 될 것이 뻔하다. 더불어 회원관리비, 직업훈련비, 소개서 작성비, 작업복 비, 신체검사 비 등 다양한 명목의 구직자 비용 부담은 여전히 허용된다.

   
▲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민간 고용서비스업체들이 활성화될 경우 이윤창출 극대화를 위해 파견 수요가 가장 큰 제조업에서도 허용하라는 요구가 빗발칠 것이 뻔하다”며 “이명박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근거로 제조업 파견을 허용하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사진>

복합고용서비스 개념 도입으로 인해 직업소개와 모집, 파견의 경계가 모호해져 편법과 탈법이 손쉽게 가능해진 것도 문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인력중개업체와 사용업체의 필요에 따라 소개와 파견을 아무런 장애 없이 넘나들게 함으로써 기업 수요에 따른 자유로운 인력사용이 극대화 될 것”이라며 “근로자는 자신의 업무 형태가 파견인지 소개인지도 모른 채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 있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륭전자의 사례와 같은 불법파견이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제조업은 안전지대일까?

특히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은 정부의 파견업종 확대정책과 맞물려 제조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일자리를 간접고용형태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미 국가고용전략 2020에는 파견허용업종 ‘조정’ 계획이 포함돼 있는데, 사실상 이제껏 파견실적이 없는 업무를 제외하고 수요가 많은 업무를 추가해, 말이 ‘조정’이지 ‘확대’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25일 노사정위원회에서 출범한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7월 사내하도급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사내하도급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과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며 주요 논의 의제 중 하나로 “사내하도급 관련 근로자 파견 등 제도개선”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파견이 금지돼 있는 제조업과 관련해 ‘파견 등 제도개선’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방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고용서비스업체들이 제조업 영역을 군침만 흘리며 쳐다보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민간 고용서비스업체들이 활성화될 경우 이윤창출 극대화를 위해 파견 수요가 가장 큰 제조업에서도 허용하라는 요구가 빗발칠 것이 뻔하다”며 “이명박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근거로 제조업 파견을 허용하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조업 중심인 금속노조에게도 직업안정법 전부개정 문제가 남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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