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아래 반올림)이 직업병 노동자에 대한 공동 산재 신청을 하고 직업병 인정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선다.
금속노조와 반올림은 1월27일 근로복지공단에 폐암 피해자 2명과 루게릭병 피해자 1명 등 총 3명에 대한 산재신청을 공동으로 접수했다. 노조는 지난 해 7월과 10월, 암으로 사망하거나 투명 중인 노동자 3명에 대한 직업성 암 산재 신청을 했다. 반올림도 삼성반도체와 LCD 현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등 직업병 피해자 16명의 산재 신청을 한 바 있다. 노조와 반올림은 이번 산재신청을 시작으로 산재인정 투쟁과 법 제도 개선, 직업병 예방을 위한 사업 등을 공동으로 벌인다는 계획이다.
폐암에 루게릭병, 근무 환경 수시로 유해물질 노출
27일 산재 신청을 하는 폐암 피해자 정종섭씨는 22년 간 전남지역 제철소와 여천산업단지의 플렌트 업종에서 용접, 도장, 보온 업무 등을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해 10월 폐암 진단을 받고 올 해 1월 사망했다. 정 씨는 밀폐된 장소에서 용접이나 철 재단 작업 등을 했다. 또한 보온 업무를 하는 중에는 보온재에서 발생하는 석면 등에 수시로 노출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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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암 피해자 정종섭씨는 22년 간 전남지역 제철소와 여천산업단지의 플렌트 업종에서 용접, 도장, 보온 업무 등을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해 10월 폐암 진단을 받고 올 해 1월 사망했다. 정 씨는 밀폐된 장소에서 용접이나 철 재단 작업 등을 했다. 한 조선소 도크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자료사진> |
백종순 씨는 광주 지역의 경마장 청소 미화원으로 근무했으며, 경마장 이용 고객의 흡연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왔다. 백 씨는 2009년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현재 투병 중이다.
반올림에서 17번 째 산재신청을 하는 이윤성씨는 루게릭(근위축성 측삭 경화증)병에 걸린 피해자로, 현재 뇌병변 장애 1급 상태이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5라인의 CVD(화학 기상증착) 공정에서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했다. 반올림은 “삼성반도체 클린룸은 수백가지 화학물질과 고전압, 고주파, 전자기장 등에 충분히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라며 “루게릭병은 전기전자, 화학적 요인에 의해 발병 가능한 병으로 이윤성씨는 근무 중 유해환경에 상시 노출돼 병이 발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직업병에 대한 산재 승인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는 직업성 암 추정자가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는 비율이 적게는 8%에서 많게는 13%에 이른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2007년 6천4백여 명의 직업성 암 추정자 중 7명, 즉 1천 명 중 1명만이 직업병으로 인정받아 현저히 낮은 인정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직업병 산재 신청 17명 모두 불승인...암 환자 제보 잇따라
문길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노조에서 발암물질을 조사한 결과 현재 사용하는 화학물질 중 40%가 넘는 유해물질이 사용되고 있는데, 국내에서 일하다 암에 걸린 노동자는 개인적 질병으로 치부돼 직업병으로 인정받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라고 실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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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에 보이는 '연기' 같은 것이 절삭유에서 발생하는 오일미스트(일종의 기름분진)이다. 이것을 오랫동안 마시면 노동자들에게 암이 올 수 있다. <자료사진> |
실제 작업 현장에서 석면에 심각하게 노출돼 폐암에 걸려 사망한 故이영만씨에 대해 지난 해 7월 산재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당사자가 흡연을 했다”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지난 해 10월 산재신청을 접수한 2명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신청 세 달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2명 모두 최근 사망했다. 문 국장은 “판정이 늦어지는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의 행태를 비판했다.
반올림에서 접수한 산재 신청도 마찬가지인 상황. 산재 신청자 16명 중 결과가 나온 13명은 모두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3명은 계류 중이다. 이에 반올림은 “첨단전자산업의 수많은 직업병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불승인에 대한 법적 대응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법 제도 개선 등을 위한 싸움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올 1월 부터 본격적으로 ‘암환자 찾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 국장에 따르면 암환자 찾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전국에서 암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노동자와 가족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경남지부 소속 사업장 2곳에서도 18명 노동자가 폐암과 간암, 위암, 담낭암 등으로 사망하거나 투병 중이라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이후 직업성 암 집단 산재신청을 추진하고 올 해 중앙교섭 및 지부집단교섭 등을 통해 발암물질 추방, 대체물질 사용, 직업성 암 피해자 보상 등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