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재정상태가 악화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신분보장기금과 장기투쟁대책기금이 바닥을 지나 꾸준히 ‘마이너스(-)’로 치닫고 있다. 이 기금의 적자는 결국 금속노조가 싸움을 펼치는 조합원을 안정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산별노조 ‘연대전선’의 적신호다. 이 두 기금은 각종 투쟁과 활동과정에서 신분 및 재산상의 불이익을 당한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기금이다.
바닥 친 신분보장기금
지난 1년간 노조는 신분보장기금을 33억 여 원 썼다. 이 돈으로 노조는 해고자와 구속자의 임금과 벌금 및 변호사비 등을 지원했다. 이 돈은 그 앞의 해에 나간 돈 18억 여 원의 2배에 육박한다. 윤금란 노조 재정국장은 “예년과 다르게 올해 사측에서 징계를 대량으로 펼쳤고 그로 인해 해고와 정직 및 감봉을 당한 조합원들의 신분보장기금 지급요청이 많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벌금과 법적 대응에 따른 변호사비도 늘었다는 게 윤 재정국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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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속노조 조합비 사용구조 |
노조는 전체 조합원 14만 4천 여 명이 매월 내는 조합비 중 5%를 이 기금에 쌓아둔다. 그 돈은 매월 1억 2천 만 원 수준. 하지만 윤 재정국장은 “최근 네 달간 신분보장기금으로 지원한 돈만 2억 9천 만 원으로 이는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2월 임시대의원대회 전에 금속노조 출범 뒤부터 쌓아왔던 신분보장기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게 윤 재정국장의 설명이다.
장기투쟁대책기금 네 배 적자
사측의 탄압에 맞서 파업 등을 벌여 6개월 동안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1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을 지원하는 장기투쟁대책기금. 이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전체 조합비 중 4%를 적립하게 돼 있는 이 기금으로 매월 1억 원(연 12억 원) 정도 쌓이는데 나가야 할 돈은 매월 4억 원(연 48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정기대의원대회 때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월 말 현재 4백 20여 명이 이 돈을 지원받고 있었다. 임금 한 푼 못 받고 6개월 넘게 싸우는 이들이 4백 명이 넘는데 이를 지원하기 위한 돈은 4분의 1밖에 안 되는 셈.
이에 노조는 지난해 11월 10일 임시대의원대회 때 조합원에게 각각 1만원씩 거둬보자고 했었다. 그 결과 10만 여 명이 10억 여 원을 모았지만 나가야 할 돈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여기에 지원 대상자가 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 김창근 노조 사무처장은 “3백 여 명에 달하는 KEC지회 파업조합원도 내년 1월부터 장기투쟁대책기금 지급 대상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본격적인 ‘노조탄압의 시대’에 장기투쟁대책기금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셈이 돼 버린 것.
기금 적립비율 높일 수 있나
이와 관련해 윤 재정국장은 “회사 탄압에 시달리는 조합원이 늘고 있는 추세이므로 이대로 가다간 장기투쟁대책기금과 신분보장기금을 합친 월 예상 지출액은 예상키 힘드나 최대 9억에 달할 수도 있다”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달마다 조합비 9% 비율로 쌓는 두 기금은 합해야 매월 2억 2천 만 원 수준이다. 그렇다고 이 기금 적립 비율을 네 배 이상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른 곳에 쓰이는 조합비를 대폭 깎아야 하는데 일일이 따져보면 그게 쉽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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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는 지난달 22일 정기대의원대회 때 노조 산하에 재정안정화대책팀을 꾸려 재정안정화방안을 임시대의원대회에 제출키로 했다. |
노조 산하 지부 및 지회는 금속노조 조합비의 56%를 ‘교부’받아 각 현장 및 지역사업을 펼친다. 이를 대폭 깎을 경우 지부 및 지회의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에 납부하는 의무금은 노조 전체 조합비의 7.3%다. 이는 금속노조가 가입해 있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방침에 따른 것으로 노조가 임의로 줄이고 늘리고 할 수 없다. 노조가 집회와 쟁의행의 비용 등에 쓰이는 투쟁기금(4%)과 쟁의적립금(4%)을 줄여 집회나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남는 건 금속노조 운영비(12.6%)와 사업비(3.7%). 결국 금속노조 ‘본부’는 14만 4천 여 명이 매달 내는 조합비 가운데 16.3%로 6기 2년차 사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 회기 19% 수준에서 3% 가까이 깎은 액수. 신분보장기금과 장기투쟁대책기금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끌어다 쓸 ‘딴 주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조합비 늘리거나 지갑 닫거나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조합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제기한다. 현 금속노조 조합비는 조합원 1인 당 통상급 1% 씩이다. 이는 2001년 2월 노조 창립대의원대회 때 정한 정률로 10년 째 지속돼 왔다. 이는 2011년 예상치 1인당 평균 1만 9천 여 원 수준이다. 윤 재정국장은 “조합비를 통상급 1.3% 내외로 인상해 인상분을 모두 신분보장기금과 장기투쟁대책기금으로 돌린다면 피해조합원을 모두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 7억 3천만 원(연 87억 원) 수준의 필요자금 조달을 위해 1년에 몇 만원씩 조합원 1인당 또 걷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처럼 자체 재정사업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윤 국장은 “재정 부족분에 대한 완벽한 대안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지갑’을 닫는 방안이 있다. 장기투쟁대책기금 등의 운영을 중단하거나 신분보장기금 지급기준을 강화하고 지급금액 및 지급기간을 축소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싸움을 펼치는 조합원을 재정적으로라도 보호하려는 금속노조의 ‘운동성’의 심각한 훼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지난달 22일 정기대의원대회 때 노조 산하에 재정안정화대책팀을 꾸려 재정안정화방안을 임시대의원대회에 제출키로 했다. 임시대의원대회는 오는 2월 28일로 계획돼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 22일 재정안정화대책팀 첫 회의를 개최했다. 앞으로 노조는 이 팀에 현대차, 기아차, 서울, 경남, 충남지부에서 각각 한명씩 결합시켜 재정안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임시대의원대회 때까지 겨우 두 달 남은 지금. 노조는 심각한 ‘노조탄압의 시대’에 재정운영과 관련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뾰족한 대책마련에 돌입해 있는 셈이다.
김창근 노조 사무처장은 “2011년 연초에 개최되는 중앙집행위원회 때부터 이와 관련한 현장토론이 될 수 있도록 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조합비 수입을 늘리면서도 조합비 운영방식을 효율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산별노조의 연대정신을 지속시키면서도 조합원의 반발이 적은 ‘묘책’이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