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산하기구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산재노동자 탄압기구인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질병판정위)가 공단 산하에 설립된 2008년 7월 이래 산재승인율이 눈에 띄게 급감하자, 그 기구가 노동자에게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근로복지공단이 발표한 ‘2008~2010년 5월까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질병판정 현황 발생현황’에 따르면, 질병판정위의 산재 불승인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8년 불승인율은 55.3%였지만, 2009년에는 60.7%, 2010년 1~5월은 64.5%까지 올라갔다.
민주노총이 포함돼 있는 ‘산재보험개혁대책위원회’는 15일 낮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질병판정위 불승인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폭로된 사례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에서 일하는 이 모 씨는 좁은 공간에서 누워 용접일을 하다 허리를 다쳤다. 이 씨는 “현장조사를 통해 업무관련성을 밝혀냈지만 질병판정위는 사용자의 진술만 들었다”며 “나중에 보니 회사가 휴무일을 조작하는 등 의견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서로의 진술이 다를 경우 질병판정위는 재해자에게 사업주의 의견을 알려야 하는데 질병판정위가 그렇지 않았다는 것. 이 씨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치료를 받으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는데 그 과정이 힘들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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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재보험개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낮 국회 의원회관에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불승인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박향주 |
공단의 부실한 조사로 산재 불승인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삼호중공업지회 조합원 김 모씨는 지난 6월 작업 중 허리를 다쳤고 이를 회사에 알렸다. 그런데 그가 모르는 사이에 사측에 의해 산재요양신청서가 접수된 것이다. 박웅기 삼호중공업지회 노안부장은 “회사가 신청서의 본인 날인에 거짓 서명까지 했다”며 “그런데 공단은 전화통화 2~3분으로 재해조사를 끝냈고 불승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의 캐리어지회 서 모 조합원은 근로복지공단의 근거 없는 치료종결처분으로 피해를 당한 사례. “승인판결을 받고 요양 중에 회사로부터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증언을 시작한 서 조합원은 “그 뒤 곧바로 근로복지공단이 치료 종결 처분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회사의 정리해고 통보 직후 근로복지공단에서 병원에 ‘치료종결 바란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먼저 보냈다. 이어 자문의사협의회도 열지 않은 채 치료 종결 처분을 내렸다.
서 조합원은 노조와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항의했고, 이에 공단은 “치료종결 ‘검토’ 바란다고 공문을 보내야 하는데 실무자의 단순한 실수였다”고 변명했다. 그는 “2달 요양연기 승인이 났지만, 공단의 무책임한 태도로 꾸준히 치료받지 못했다”며 “더 나은 상태로 돌아갈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질병판정위는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질병을 판정하는데 공정성과 전문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설립된 기구다. 하지만 질병판정위가 만들어진 뒤 공정성과 전문성은커녕 판정의 신속성마저 사라졌다는게 이날 증언대회에 모인 이들의 공통된 의견. 문길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산재요양에서 승인 여부 판정까지 최소 2~3달에서 최대 1년까지 걸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판정 기간이 길어도 승인율이 높으면 모르겠지만 질병판정위 무차별적인 불승인으로 노동자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국장은 “근로복지공단을 저승사자에, 질병판정위를 흡혈귀에 비유하고 싶다”며 “차라리 질병판정위가 없어지면 최소한의 산재승인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문 국장은 △현장 재해조사의 강화 △심사기구 독립 △산재환자의 변론권 확립 등을 강조하며 “편파적인 산재판정을 해결하기 질병판정위를 해체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